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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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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43) 남강 16- 진주성~진주 문산읍

신라 사찰부터 기와집 성당까지 역사 나들이
남강 내려다보이는 망진산 금선암에 통일신라 ‘단성석조여래좌상’

  • 기사입력 : 2009-03-03 00:00:00
  •   


  • 남강


    망진산 금선암 단성석조여래좌상



    월아산 청곡사 불교문화박물관


    문산읍 소문리 문산성당


    월아산 두방사 다층석탑

    진주성에서 내려다본 남강은 잠시 바쁘게 오던 길을 돌아보듯이 숨을 고르고 있었다. 강을 따라오는 봄은 매섭던 추운 겨울을 작은 꽃으로 보내고 다른 곳보다 빨리 봄이 내리고 있었다. 강물 위로 늘어진 버들개지에서도 솜털이 날리고 진한 초록색의 새싹이 곳곳에서 돋아 오르고 있었다.

    분주한 도심을 벗어나 남강을 따라 내려서니 강턱에는 산책로를 비롯한 휴식공간이 잘 가꾸어져 있었다. 본류를 벗어난 샛강에는 겨울철새들이 무리 지어 부지런히 먹이를 찾고 있었다.

    ◇ 진주 금선암 단성석조여래좌상= 도심을 벗어나 남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망진산 서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절집 금선암으로 갔다. 과수원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올라서면 망진산 중턱 절집 마당에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반겨 준다. 가을이면 은행 열매에서 내뿜는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손님 대접을 톡톡히 한다.

    대웅전에는 1957년 산청군 단성면 사원리 절터에 묻혀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온 불상이 있다. 그러한 연유로 불상의 이름이 얻어진 것이다. 불상은 앉아 있는 대좌와 불상 뒤의 광배를 모두 갖추고 있다. 보물 제371호로 무릎 부분을 비롯해 많은 부분이 깨진 상태이다. 머리에는 작은 소라 모양의 머리칼이 붙어 있고, 배꼽 부근에 놓인 왼손에는 약 그릇이 들려 있어 약사여래불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신라 후기 양식적 특징이 남아 있다.

    ◇ 진주 월아산 청곡사= 남강을 따라가다 남강교와 문산교를 건너 지방도로 1008번을 따라 갈전리 중마을을 벗어나면 이내 청곡사 주차장이다.

    진양민속지(1994·하종갑)에 따르면 금호지와 청곡사에 대한 설화가 있다. 신라 헌강왕 때 남강에서 청학이 날아와 서기가 충만한 것을 보고 도선국사(827~898)가 청곡사의 절터를 정했다고 하며, 학이 날아왔다고 해서 청곡사라고 하였고, 입구의 다리 이름이 방학교가 되었다고 한다.

    자동차를 타고 절집까지 금방 닿는 것보다 숲 사이로 금호지가 보이는 오솔길을 따라가면 일주문이 반겨준다. 일주문을 지나면 고승들의 사리를 봉안하는 부도 5기가 있다.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월아산 등산로와 수목장 이정표가 있다.

    나무 계단을 따라 200m쯤 산길을 따라가면 출렁다리가 있고 다리를 건너면 수목장이다. 굵직한 참나무와 소나무들이 산죽 숲에 둘러싸여 있고 평상과 긴 의자가 놓여 있어 앉아 청곡사를 바라보니 학이 앉아 있는 형상이다.

    방학교를 건너 운치 있게 굽은 경사로를 올라서면 학을 불러들인다는 뜻의 환학루가 있다. 환학루 맞은편에 대웅전이 있고 마당을 사이에 두고 선불장과 종무소가 마주 보고 있다. 대웅전을 비켜서면 독성각, 산신각, 업경전, 칠성각, 나한전이 도열하듯이 서 있고 끝자락에 작은 3층 석탑이 아담하게 서 있다.

    스님들의 요사채로 쓰이고 있는 선불장 기둥에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적어 붙여 놓았다. 기둥은 중간에 잘려진 자국이 있는데, 1890년께 사찰 사정이 여의치 못해 절집이 비어 있었다고 한다. 그때 진주에 사는 성부자라는 사람이 욕심을 내서 선불장을 헐고 기둥을 훔쳐다 사랑채를 지었다. 그 후 우연인지 성부자는 몰락을 하였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청곡사에 봉안되어 있는 제석천 의상이 벌을 내렸으니 다시 지으라고 하였다. 사랑채를 헐어 선불장을 다시 지으면서 생긴 자국이 지금도 기둥에 남아 있다고 했다.

    청곡사 사무장 안병우(54·☏ 011-317-0369)씨와는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다. 항상 소년 같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반겨 맞는다. 인생을 살면서도 그렇고, 여행을 하면서도 참 좋은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 종무소에서 녹차를 앞에 놓고 수목장에 대해서 물었더니 지금은 크게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인간이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한다면 산자락 곳곳에 만들어져 흉물이 되어 가는 납골당보다 수목장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약 3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공사를 하던 청곡사 불교문화박물관이 완성돼 문을 열었다. 도난의 위험 때문에 보관할 곳이 없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문화재를 한곳에서 접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특히 1층과 2층을 관통하여 걸려 있는 국보 제302호인 청곡사 영산회괘불탱은 높이 10.3m, 폭 6.4m로 석가를 중심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배치되어 있는 영산회상도다. 조선 경종 2년(1722)에 승려화가인 의겸 등이 참여하여 그린 것으로 18세기 초반의 불화 작품이다. 지금까지는 웅장하고 장엄한 이 탱화를 보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이나 통도사 성보박물관을 가야만 했다. 지난 2월 21일 제167차 기행으로 구스타프 클림트 전을 다녀오면서 2세기나 앞선 청곡사 영산회상도 탱화가 더욱 장엄하고 웅장하며 소중하게 느껴졌다. 안 사무장은 청곡사를 떠나는 필자를 배웅하며 웃음 띤 얼굴로 박물관 관장 자리를 비워놓겠으니 퇴직하면 오라고 했다.

    ◇ 진주 문산성당= 겨울잠을 자던 들녘에는 성급한 농부의 밭갈이 기계 소리가 봄을 재촉하고 있었다. 청곡사를 나와 남해고속도로를 지나 문산읍 소문리 58-1 문산성당(주임신부 강윤철·요한 보스코)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나라의 문화재가 대부분 불교에 속해 있어 천주교 성당을 찾아가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남해고속도로가 인접한 문산읍내 중간에 있는 마산교구 진주 문산성당은 2002년 5월 국가지정 등록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됐다. 초대 줄리앙 신부가 1907년 조선시대 감찰방이 있던 부지 8000㎡를 매입해 1923년에 기와집 성당을 신축하였는데, 일설에 의하면 경남 고성의 어느 사찰 건물 한 동을 그대로 옮겨 왔다고 한다. 건물의 용마루에 강희 24년이라고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 숙종 11년(1685)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1937년 5월 6일 콘크리트가 주재료인 현재의 성당이 완공되어 원래 기와집 성당은 강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따뜻한 봄 햇살이 내리는 성당 마당에는 잔디를 심는 손길이 분주했다. 마침 3년 동안 봉직했던 수녀님이 떠나는 날이었다. 떠나는 것과 만남이 일상이 되어 있듯이 헤어지는 이별도 어렵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 진주 월아산 두방사= 문산 읍내를 벗어나면 문산읍 상문리 325 월아산 중턱에 두방사가 있다. 상문리 마을 초입에는 성급한 매화의 꽃망울이 터지고 있었다. 5리쯤 되는 아기자기한 시골길을 걸어가면 중간에 숲길도 나오고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삼림욕장이 있다. 두방사는 서기 878년(신라 헌강왕4)에 도선국사가 창건했으며 1962년에 청곡사 암자에서 해인사 말사가 됐다. 전각으로는 무량수전을 중심으로 지장전이 있고, 삼성각이 위에 있다. 대웅전을 등지고 서면 종각 사이로 탁 트인 시야가 다가온다. 대웅전 마당에는 청석으로 된 두방암 다층석탑 1기가 경남유형문화재 200호로 지정돼 있다. 석양의 그림자가 내리는 월아산에서 등산객들이 내려오는 소리에 정적 감돌던 절집이 소란스러워졌다.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여행 TIP-맛집

    -문산제일불고기 식당: 진주시 문산읍 삼곡리 1244. ☏ 055)761-7020. 염소고기 전문점, 불고기 1만8000원, 생고기 2만1000원, 염소곰탕 9000원, 우거지탕 7000원. 돌판에 부추를 넣어 구워 먹는 맛이 일품.

    -수궁어탕: 진주시 문산읍 이곡리 993. ☏ 055)761-4644. 17년 경력의 민물고기전문점. 메기매운탕 7000원, 붕어매운탕 7000원, 메기찜 2만5000원(3인), 붕어찜 2만5000원(3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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