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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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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42) 남강⑮-남강댐~진주성

남강 따라 흘러가는 역사와 예술과 문화
사적 118호 진주성 내 ‘국립진주박물관’ 현대 건축 1세대 김수근이 설계

  • 기사입력 : 2009-02-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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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성 내 촉석루



    국립진주박물관



    경남문화예술회관



    평거동 석조여래좌상


    평거동 고려고분군


    진양호에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한 남강을 따라 육중한 남강댐을 지나니 강은 잔잔함이 가득하다. 사람들은 경남과 부산으로 나뉘어 물싸움을 하고 있지만 남강은 여전히 부질없는 욕심으로 가득한 인간들을 나무라듯이 말없이 자연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인근 강변도로를 끼고 있는 넓은 공터에서는 평거동 선사유적 발굴 현장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구석기시대 유물 16점, 신석기시대 생활 유구 12기, 청동기시대 생활 유구 45기·의례 유구 1기, 삼국시대 생활 유구 104기 등 대규모의 유물과 유구가 발굴되었다. 2009년 4월경 진주시 선사유적박물관을 대평면에 개관해 남강수물지구 유적과 평거동에서 발굴된 유적을 전시할 예정이다.

    ◇ 국립진주박물관·건축가 김수근

    평거동 선사유적 발굴지를 떠나 천수교를 건너면 길게 테를 두른 진주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진주는 강이 있어 행복한 도시이다. 촉석루가 비치는 남강에는 배를 타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대나무가 우거진 강변에는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진주교를 건너 진주성 안으로 들어가 서장대를 지나면 국립진주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1984년 11월 가야문화를 소개하고, 서부경남의 고고학적 연구·조사를 담당하기 위해 개관했다. 임진왜란 당시의 격전지인 진주성 내에 위치한 입지 조건과 임진왜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998년 1월 임진왜란 전문역사박물관으로 재개관했으며, 2008년 12월 10일 역사문화실, 임진왜란실, 기획전시실을 갖추고 재개관했다. 임진왜란 전문역사박물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국립진주박물관은 올해 무료관람을 통해 문화체험의 공간과 수준 높은 역사 체험현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우리나라 현대 건축 1세대인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1979년 설계한 작품이다. 김수근은 1954년 서울대학교를 중퇴하고 교토예술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그런 영향인지 그가 설계한 구 국립부여박물관도 일본 신사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논란이 있었다. 그는 ‘일본 문화가 유구한 5000년 우리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김수근은 생전에 가장 관심을 기울인 문제가 ‘인간이 필요로 하는 생활공간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건축이 어떻게 하면 자연환경의 균형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켜 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연과 기계와 인간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진주박물관의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면 돌의 벽면 처리에 의한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여유 있는 진입과 옥외의 조경을 통해서 몇 개의 단으로 공간을 구획하고 있다. 동선의 가름과 모임이 밝은 돌벽의 빛과 경사로 등으로 맺어지면서 공간 경험의 점진적 고양을 노리고 있다. 거리를 두고 서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가 건축을 통해서 말하고자 했던 말들이 귓전으로 들어오는 듯하다. 국립진주박물관 건축이 위대한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마산시 양덕동에 자리 잡은 고즈넉하고 우아한 양덕성당도 그의 작품이다.

    ◇ 진주성·경남문예회관·건축가 김중업

    남강이 유유히 흐르는 모습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사적 제118호 진주성은 백제시대에는 거열성이라고 했다. 임진왜란 때에는 진주목사 김시민이 왜군을 대파해 임진왜란 3대첩 중의 하나인 진주성 대첩을 이룬 곳이다.

    진주성의 남쪽 남강가 벼랑 위에 자리 잡은 촉석루는 남강과 절벽이 아우러져 영남 제일의 풍광을 자랑했었으나 한국전쟁으로 소실되었다. 현재의 건물은 1960년 다시 지었으며 팔작지붕에 앞면 5칸 측면 4칸이다. 진주성에는 김시민 장군 전공비를 비롯하여 북장대, 서장대, 영남포정사 문루 등의 문화재가 있어 발길을 머물게 한다.

    매년 유등축제가 열릴 때는 남강이 오색등으로 수를 놓은 듯하다. 성문을 나와 진주교를 건너면 경남문화예술회관이 아름다운 남강변에 자리 잡고 있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대공연장 1469석, 소공연장 280석, 옥상 공연장 540석의 지하 1층 지상 4층의 건물로 진주 문화예술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공연이 없을 때에는 진주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진주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은 2009년 7월 1일 재개관을 앞두고 내부 시설구조를 바꾸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 건물은 한국 현대 건축의 선구자이며 김수근의 스승이었던 건축 1세대 김중업(1922~1988) 선생이 1981년 10월 공모에 당선되어 설계한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김중업은 1952년 10월 프랑스 파리의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밑에서 3년 6개월 동안 건축과 도시계획을 전공했다. 그래서 그의 초기 건축에는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그는 생전에 ‘건축이란 집을 통해 그 사람의 자화상을 그려주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리곤 했다. 생전에 주한 프랑스 대사관과 제주대학 본관, 부산대학교 본관, 부산유엔묘지 정문 등을 설계했다.

    산책길에 경남문예회관 근처에 있는 찻집 무현금에 앉아 석양에 물드는 건물을 바라보면 그가 얼마나 맵시 있는 처마선을 현대 건축에 담기 위해 노력했는지 경외감을 느낀다. 입구 쪽에 서서 보면 날렵하게 남강으로 추임새를 넣고 있는 처마와 그 아래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 지붕 사이와 꽤 공간감을 주고 곡선을 강조한 아름다움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의 작품에서 항상 돋보였던 지붕과 기둥의 곡선미는 그대로 살아 있다.

    동료 교사 김주영(49)은 무현금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며 석양에 물드는 경남문예회관의 모습이 진정한 조선의 미라고 칭찬했다.

    ◇ 평거동 석조여래좌상·고려고분군

    무현금을 나와 산청으로 가는 국도 2번을 따라 시내를 벗어나는 곳에 사적 제164호 고분군이 야트막한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고분군으로 가는 길목에 도심 속 용화사 대웅전에 신만사 옛 절터에 있던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머리를 새로 만들었으나 넓은 어깨, 당당한 가슴, 잘록한 허리 등에서 통일신라 불상의 특징이 나타나 있다.

    후덕한 절집 인심이 묻어나는 곳이다. 길 가는 나그네에게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떡 한 봉지를 줬다. 불상의 뒤쪽에 있는 광배에는 화사한 덩굴무늬와 불꽃무늬가 새겨져 있다. 산책을 하듯이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석갑산 중턱에 삼국시대와 통일신라·고려시대의 무덤들이 널려 있다. 긴 사각형 모양의 봉분 아래에 사각형으로 갑석(기단의 맨 윗돌)을 돌린 것이 특색이다. 돌에 무덤의 주인공 이름과 연대를 새겨 축조 연대를 알 수 있는 진주지방 호족의 무덤이다.

    ◇ 상봉서동 삼선암 고려동종

    이왕 나선 걸음에 고분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진주시 상봉서동 삼선암으로 갔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간 절집 곳곳에는 꽃눈이 수줍게 터 오고 있었다. 이 암자에는 1951년경 진주시 수곡면 사곡리 절터에서 밭갈이하다가 발견된 동종이 있다. 몸체에는 4곳에 유곽이 배치되었는데, 윗부분 띠에 연결하여 만든 정사각형의 유곽은 꽃무늬로, 유곽의 맨 가장자리에는 점선이 양각되어 있어 조형미가 돋보인다. 고려시대 양식이다.

    ☆여행 TIP 맛집

    ◇무현금: 진주시 칠암동 503-2. 박은정. ☏ 055-759-5725. 차 도구 전문 갤러리. 3층으로 이루어진 차와 사람의 공간이다. 안온한 한식 분위기를 연출한 황토방 찻집에서 다양한 차(한국차, 중국차)를 마시며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다.

    ◇천황식당: 진주시 대안동 4-1. ☏ 055-741-2646. 육회비빔밥 5000원. 석쇠소불고기 1만5000원, 육회 2만원. 3대째 이어오고 있는 전통 진주비빔밥 식당. 육회 산채를 곁들인 3가지 반찬과 선짓국이 곁들여져 나오며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 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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