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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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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38) 남강⑪-다른 발원지 지리산 대원사 계곡

지리산 하봉서 솟은 물줄기, 대원사 계곡 이뤄…
비경 숨겨진 계곡길 따라 내려서면 지리산 종주 종착지 유평마을 닿아

  • 기사입력 : 2008-09-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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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대원사 계곡



    대원사



    대원사 다층석탑



    삼장사지 삼층석탑


    가을은 풍요와 결실, 아름다움의 계절이다. 무더운 여름을 잘 견디어 낸 들판의 벼들이 도화지에 물감을 칠한 듯이 누렇게 물들어가는 길을 따라 정취암을 안고 있는 둔철산(해발 812m)으로 향했다. 경호강 인근 홍아원 휴게소에서 간디학교를 거쳐 아스팔트 포장길을 따라가면 작은 둔철마을이다.

    마을 뒤로 이어지는 좁은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20분쯤 오르면 건물의 흔적만 남아있는 목장 터가 보인다. 키를 넘는 억새 사이를 군사작전 하듯이 1시간쯤 헤치고 올라서니 산꼭대기다. 정상에서 남강의 줄기 경호강을 바라보니 가뭄으로 수량이 줄어든 강바닥에 흐르는 물줄기가 길게 이어지고 있다.

    둔철산을 내려와 정취암으로 향했다. 높은 절벽 위에 자리한 고요한 암자는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듯했다. 주지스님은 출타 중이고 상좌 현오스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책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주지스님 방에서 녹차를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40대 중반이지만 해맑은 소년 같은 스님은 동안거 들어가기 전에 다시 오면 차 공양을 해주겠다고 했다. 스님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정취암을 나와 또 다른 남강의 발원지를 찾아 지리산의 비경 대원사 계곡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지리산 대원사 계곡·유평리]

    대원사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남강의 물줄기는 지리산 하봉에서 시작하여 조개골에서 힘을 합쳐 윗새재, 아랫새재, 중땀을 거쳐 작은 마을 유평리에 닿게 된다. 유평리는 산꾼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지리산 종주 길의 종착지이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족들과 지리산을 종주했다. 천왕봉을 거쳐 중봉에서 아름다운 저녁노을에 반해 시간을 보냈다. 써레봉으로 내려서면서 날이 어두워 치밭목 산장에 도착했는데 잠을 잘 자리가 없었다. 피로에 지친 아이들을 보고 자기 아들이 생각난다며 아껴두었던 텐트와 담요를 기꺼이 내주던 산장지기 민병태씨에 대한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다.

    옛날에는 유평마을은 주말이면 산 사람들의 마을이었다.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유평리로 내려와 맨 먼저 들르는 곳이 꼬꼬 할매집이다. 산꾼들 사이에서 꼬꼬 할매집은 지리산 종주의 종착점이며 욕쟁이 할매로 더 유명한 집이었다. 걸쭉한 육자배기 같은 육두문자를 쓰며 “우리 사위 왔나?”하며 동동주 한 사발에 묵은 김치 한 조각을 정겹게 얹어 주던 욕쟁이 할매도 10여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초입에 있는 삼장초등학교 유평분교는 어느 기자가 취재를 왔다가 붙여준 ‘가랑잎 초등학교’라는 이름이 친숙했는데 폐교가 되어 학생야영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가을이면 나뭇잎이 수북이 쌓였던 운동장에는 잔디가 곱게 자라고 있고 계곡 물소리만 아이들 웃음소리 대신 들려오고 있었다. 곳곳에 비경이 숨겨진 계곡이 주는 청신함을 따라 길을 내려서면 대원사이다.

    대원사 인근 계곡에 있는 휴림전통찻집(☏973-8234)에 들어서서 손을 내밀면 계곡 물이 손에 닿을 듯하다. 차 한 잔을 시켜놓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계곡의 풍광을 바라보며 잠시 망중한에 잠겨본다. 찻집 입구 도로변에서 뜻밖에도 사과를 팔고 있는 욕쟁이 할매의 막내아들 김영식(54·☏011-879-8234)씨를 만났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10여년 전 객지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내려와 고랭지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1박스에 3만5000원 한다는 당도 높은 고랭지 사과가 전화 주문으로 많이 팔려나가 고향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방장산 대원사·다층석탑]

    절집 입구에서 돌 계단을 올라서면 방장산 대원사라고 현판이 있는 2층 봉상루이다. 대원사는 진흥왕 9년(548)에 연기조사가 창건하여 평원사라 하였고, 그 뒤 폐사됐던 것을 조선 숙종 11년에 다시 짓고 대원암이라고 했다. 그 후 화재와 전쟁으로 소실된 것을 1955년 중창하여 비구니 참선도량으로 손꼽히고 있다. 봉상루를 지나면 대웅전과 원통보전이 축대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마당에는 비구니들의 도량답게 잎이 무성하고 키가 큰 파초들이 은행나무와 연분홍 베롱나무 꽃 사이에서 맑은 초록빛을 내고 있었다. 적막과 고요함이 묻어나는 절집에서 들려오는 목탁 소리와 스님의 청아한 불경 소리가 산사에 와 있음을 느끼게 했다.

    1967년 중건한 원통보전에는 관세음보살이 봉안되어 있고 지붕 모양새가 만(卍)자의 독특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원통보전 뒤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축대 위에 장독대가 있다. 나란히 줄지어 늘어선 장독대는 속세를 떠나 승복을 입고 머리를 깎은 스님 모습만 없다면 절집이 아니라 어느 종갓을 떠올리게 한다.

    대원사에서 볼 만한 문화재는 보물 제1112호 다층석탑이다. 늘 정적이 감도는 강원 내에 있는데 대문에 출입을 금지하는 표지가 붙어 있다. 철분이 많은 화강암으로 만들었고 모서리 부분에 인물상을 두었으며 4면에 사천왕상을 새겨놓았다. 다층석탑의 문화재 안내판과 2개의 안내판을 관람객들의 출입이 금지된 강원 내에 설치해 놓았는데 이유가 궁금했다.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절집을 나서다 보면 오른쪽에 석종형 부도 4기와 비석 2개가 서 있다.

    [삼장사지 삼층석탑]

    대원사에서 탐방지원센터로 이름을 바꾼 옛 국립공원 매표소가 있는 곳까지는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기에는 아까운 길이다. 계곡을 따라 걸어가면 숲길이 이어지다 대원사 일주문을 만나게 된다. 일주문이 있는 이 계곡 주변에서 1998년 7월 31일 시간당 70mm의 폭우가 쏟아져 야영 중이던 피서객 8명이 순식간에 불어난 계곡 물에 실종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원교 입구에 위험 안내 표지판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져 버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차츰 사라져가고 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힘찬 물줄기가 쏟아지는 대원교를 지나 산모롱이를 돌아가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걷기 편한 길이 이어진다.

    지리산을 벗어나 평촌리 부근에서 계곡을 건너면 오른쪽에 계단식 논들이 비탈을 이루고 있는 사이에 부도골이라 불리는 새터마을이 있다. 마을 부근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논 가운데에 삼장사지 삼층석탑이 있다.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한 민가 마당을 통과하면 논두렁길 50m쯤에 있다. 2층 기단에 3층의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신라시대의 석탑으로 무너진 것을 복원해 놓았다. 손실된 부분이 많아 상층기단 갑석과 2·3층 몸돌은 아예 새로운 석재로 복원을 하였는데 색상을 제외하고는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삼장사가 번창했을 때는 중생들의 소원을 들어주며 화려한 풍경을 달았을 탑의 지붕돌 끝은 깨어져 구멍이 보였다. 탑 주변에는 좌우에 괘불걸이가 한 쌍씩 서 있으며 안내판도 무성하게 자란 잡초에 가려 탑의 처량한 신세를 대변하고 있는 듯했다.

    인근에 석종형 부도가 2기 있다고 해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얼굴에 흘러내린 땀을 식혀주는 지리산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등에 지고 내려서면 왕등재와 밤머리재에서 흘러내리는 평촌천이 아우라지를 만들어내며 반겨준다.

    (마산제일고등학교학생부장·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tip: 맛집

    △가야정: 산청군 삼장면 대포리 340-2. ☏ 055)973-6269. 산채비빔밥 전문점으로 지리산에서 나는 황기, 당귀, 천궁, 엄나무 등의 한약재를 이용하여 음식을 조리한다. 한방약초백숙(3만5000원/3~4인), 산채비빔밥(7000원)

    △목화식육식당: 산청군 단성면 성내리 80-3. ☏ 055)973-8800. 20년 전통의 추어탕 손맛으로 알려져 있으며, 흑돼지와 암소 생등심만 취급한다. 정갈하고 깔끔한 밑반찬이 좋다. 추어탕(6000원), 갈비탕(6000원), 된장찌개(5000원), 한우등심(1만5000원/180g), 흑돼지(8000원/1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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