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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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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이야기/차(茶)와 술

  • 기사입력 : 2008-09-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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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福)자는 시(示 : 하늘 위에서 비치는 日 月 星 등이 길흉을 내린다는 뜻에서 이뤄진 ‘하늘 신’ 또는 ‘조상 신’이라는 뜻)자에 큰 동이에 가득한 술을 상형한 ‘가득할 복’을 맞붙인 글자다. 그래서 복을 받기 위해 행하는 하늘제사나 조상제사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술이었으며 지금도 제례에는 빠지지 않는 것이 술이다.

    하지만 삼국시대 및 통일신라시대나 고려시대에 경건한 종교적 의식(특히 불교)을 거행할 때는 차(茶·녹차)를 올렸다. 그 증거로 오늘날까지 조상께 올리는 제사를 ‘차례(茶禮)’라 하고 또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물 중에 ‘차’ 또한 10가지 공양물 중 하나라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술에 대한 평가는 하나같이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의적(儀狄)이 처음으로 술을 만들어 우임금에게 바쳤을 때 우(禹)가 그것을 마셔보고 “후세에 반드시 술로써 망하는 자가 있으리라”하고 의적을 멀리 했다는 말이 있으니, 신성을 바치는 종교적 의식에는 술보다 차가 주효했을 것은 당연하다.

    술은 위로 끌어올리는 성질이 있어서 많이 마시면 감정이 격해져 탈을 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낸다’라는 말은 본성을 드러내는 것을 말함인데, 술을 많이 마시면 본성이 나간다. 술자리에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양을 일러 ‘수작(酬酌)한다’고 표현하지만, 두 사람이 차를 놓고 나누는 일을 두고 말하기를 ‘차분(茶分)하다’ 하였으니 이 두 가지 표현이 주는 뉘앙스만 살펴도 술은 아무래도 동적(動的)이나 차는 정적(靜的)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무슨 부탁을 할 때는 술자리를 마련해 상대방 기분(氣分)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일을 성사시킨다. 하지만 상대의 입장에서는 본성을 드러내 보이는 술자리보다 감정을 가라앉히는 찻자리에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차의 성분은 ‘약간 차고 맛이 달고 쓰며 독이 없다’고 나온다. 이것을 음양으로 따지면 쓰고 찬 성질은 음(陰)에 속하고 달다는 것은 양(陽)의 기운(氣運)을 가졌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음과 양의 기운을 같이 가지고 있다고 봐진다.

    그러나 차를 마시면 기분이 가라앉고 차분해지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음(陰)의 성질을 좀 더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차와 맞는 체질로는 음인(陰人)보다는 양인(陽人)이 좀 더 맞다. 그렇지만 홍차나 보이차 같은 발효차는 어느 정도 중화(中和)를 이루고 있어서 체질을 가리지 않고 마셔도 좋다. 차에 들어있는 카테친(Catechins) 등은 노화억제, 암 예방, 혈압상승 억제, 콜레스테롤 상승 억제, 비만예방 효과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약리효과가 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추석이다. 이번 차례 상에는 술 대신 차를 올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술도 좋지만 차로써 차분(茶分)하면 어떨까?

    역학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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