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무속인과의 만남

  • 기사입력 : 2008-05-22 00:00:00
  •   

  • 며칠 전 예쁘고 자그마한 선인장 화분을 들고 그 선인장 꽃만큼이나 고운 얼굴을 한 여성이 찾아왔다. 학생들이 방문할 때 음료수와 꽃 등을 가지고 오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낯선 손님이 올 때 뭘 가지고 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의아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그런데 나를 당황하게 만든 건 그 다음이었다. 앉으면서 하는 말이 “선생님, 제가 무당인데요, 사주 한번 봐 주실 수 있습니까?”였다.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기는 했지만 아직 무속인이 사주를 보러 찾아온 경우는 없는지라 적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찾아온 손님이라 호기심도 있고 하여 반갑게 맞았다.

    예상을 하긴 했지만 내 놓은 사주를 보니 역시 무재(無財) 사주였다. 이 여성의 경우 오행(五行) 중 금(金)이 재(財)인데 사주를 숨어있는 곳(地藏干)까지 샅샅이 살펴봐도 금(金)은 없었다. 그리고 대운(大運) 또한 재의 힘이 가장 약(弱)할 수밖에 없는 목(木), 화(火)운으로 가고 있었다. 이런 사주를가지면 돈과는 인연이 없다. 스님, 신부님 등 전문 종교인의 사주를 봐도 무재(無財)인 경우가 많음을 볼 수 있다. 한편 남편자리도 좋지 않아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못함도 함께 알 수 있었는데 다행히 자식자리는 좋은지라 말년은 자식의 효도를 받으며 마음은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보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업(巫業)이란 기피하려는 직종에 해당한다. 그래서 신병(神病)을 앓는 사람은 이를 거부하고 퇴치하려고 발버둥치게 마련이다. 신을 모시는 굿을 하기보다는 들린 신을 물리치는 퇴치 굿을 하며 온갖 방법을 다하고도 안되면 마지막으로 무업의 길을 택한다. 그러니 그 인생이 얼마나 한 맺히고 우울하겠는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신의 섭리와 선택에 내맡기고 산다는 것이 서러울 수밖에 없다.

    이 여성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처음에는 남편이 하는 사업이 일사천리로 잘 나가다가 하루 아침에 망하게 되고, 그래도 신(神)을 받지 않으니 이유도 없이 몸이 아파서 죽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무업의 길을 걷게 된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내림굿을 하고나서 처음 맞은 고객의 일화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재미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이 채 앉기도 전에 “네 남편이 만나는 여자 때문에 왔지? 옆 동네 사는 생머리를 한 자그마한 여자다”고 하니 그 손님은 방문을 닫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앉으면서 어떻게 그리도 잘 아느냐면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통 사정을 하더란다. 그래서 굿 한판 시원하게 하고 떨어지게 해 주었다고 웃는다.

    이처럼 지나간 일이나 진행 중인 현실은 옛날 흑백영화 필름이 돌아가는 듯이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신통력이 떨어진 것 같아 정성 부족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정연태 四柱이야기

    역학 연구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