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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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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 땅 순례 (16) 통영

  • 기사입력 : 2006-06-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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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길 따라 문화유산 가득


      먼동이 트지 않은 새벽길을 따라 나서는 답사 길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차창을 열면 상쾌하게 들어오는 새벽공기와 안개.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농촌의 고즈넉한 풍광들이 다가왔다. 국도 14번을 버리고 마산시 진전면에서 접어든 국도 77번은 빠른 것에만 익숙해진 일상생활을 느림의 미학으로 빠져들게 했다. 산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바닷가 어촌 마을의 시골길이며. 꽃들 사이로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작은 포구의 아름다움. 보퉁이를 들고 느티나무 아래 버스정류장에서 여유로운 웃음을 보내는 다정한 할머니의 모습까지도 정겨움의 연속이었다.

      벽발산 기슭 '안정사' 원효대사 창건

      유형문화재 대웅정 화려한 팔작지붕

      ◆안정사= 한국가스공사 통영생산기지 정문 근처에 안정사 이정표가 있다. 모내기가 한창인 들판에는 사람들 대신에 모를 내는 기계소리만 농촌 들녘의 정적을 깨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일손이 바쁜 농사철에는 길 가던 나그네가 못줄이라도 잡아주면 새참에 막걸리까지 한잔 대접받고 길을 떠나는 아름다운 인심이 있었다.

      주차장에서 100m쯤 가면 일주문 앞 숲속에 13기의 부도와 부도비가 있다. 부도 하나하나에는 용맹 정진하여 진리를 체득한 선사들의 자취를 느낄 수 있어. 늘 절집 답사의 첫걸음이 된다. 소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운 일주문을 지나면 범종루이다. 벽발산(벽방산의 옛 이름) 기슭에 위치한 안정사는 신라 무열왕 1년(654)에 원효대사가 처음 지었다. 임진왜란으로 불타 없어진 것을 조선 영조 27년(1751)에 다시 지었고. 그 후 여러 차례의 수리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유형문화재 제80호 안정사 대웅전은 앞면 3칸·옆면 3칸의 규모로.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화려한 팔작지붕 집이다. 대웅전을 마주보고 있는 만세루는 조선 숙종 12년(1686)에 처음 지었고 헌종 7년(1841)에 고쳐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앞에서 보면 3칸. 옆에서 보면 2칸 규모를 갖추고 있다. 문루의 기능은 없이 법회 장소와 종루의 기능으로 사용하였으나. 종루는 새롭게 단장되었다.

      대웅전 앞 포근한 잔디와 꽃들이 화려한 안정사를 뒤로하고 벽발산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면 허물어져 초라해진 가섭암지에는 잡초만 무성하였다.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의상암에도 중창 불사를 하는 분주함이 있고. 한려수도 아름다운 절경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전설이 가득한 은봉암에는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충렬사'엔 충무공 이순신 영정·유물 등

      통제영 중심건물 '세병관' 국보 제305호

      ◆충렬사= 충렬사는 통영시 명정동에 있다. 주차장에서 담장을 돌아가면 출입구가 있다. 충렬사는 선조 39년(1606) 충무공의 부하였던 이운룡이 통제사로 부임해 왔을 때 왕명에 따라 짓고. 통제영이 해체될 때 까지 291년 동안 삼도수군통제사가 봄·가을에 제사를 지냈다.

      입구에 있는 2층 누각 강한루를 통과해서 올라가면 외삼문 좌우로 비각 여섯 채가 나란히 늘어서 있다. 이들 비각 안에는 광해군 7년(1615)에 이항복이 짓고 송시열이 쓴 충렬묘비를 비롯하여 모두 11기의 비가 들어 있다. 사당은 정면에서 보면 3칸. 측면에서 보면 2칸이며 사람인(人)자 형태의 맞배지붕을 한 자그마한 건물로. 안에는 충무공의 영정과 팔사품이 그려진 병풍이 있다.

      전시실에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의 뛰어난 무공을 전해들은 명나라 임금인 신종이 충무공에게 내린 8종류의 유물 15점이 있다. 보물 제440호 충렬사 사팔사품 진품은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고. 모조품이 전시되어 있다. 문화유산 해설사 안영난(38)씨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상냥한 미소를 보내며 친절한 해설을 하고 있었다.

      ◆세병관= 충렬사 주차장에서 시내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면. 옛날 박석고개로 불리는 문화동 사거리 세병관 입구에 수문장처럼 돌장승(벅수) 1기가 서있다. 활짝 웃고 있는 입에는 송곳니가 길게 삐져나와 있는데 험상궂은 모습이기보다는 익살스럽다. 몇 걸음 옮기면 조선 선조 37년(1604)에 완공한 통제영의 중심 건물인 국보 제305호 세병관이다.

      이 건물은 창건 후 약 290년 동안 3도(경상·전라·충청도) 수군을 총 지휘했던 곳으로 그 후 몇 차례의 보수를 거치긴 했지만. 아직도 멀리 남해를 바라보며 당시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해설사 김홍란(49)씨를 따라 평소에는 지나치는 세병관 앞뜰에 있는 두룡포 기사비를 먼저 찾아보았다. 제6대 수군통제사였던 이경준이 수군 본영을 이곳에 설치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비로 받침돌 위에 비 몸을 세우고 머릿돌을 올린 형태로. 머릿돌에는 구름과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물어서 받치고 있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세병관은 앞면에서 보면 9칸. 옆면에서 보면 5칸 규모의 웅장한 건물로. 지붕은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으로 꾸몄다. 건물 내부 바닥에는 우물마루를 깔았는데. 중앙 뒷면에 약 45㎝ 정도 높은 단을 설치하여 궐패(闕牌)를 모시는 공간을 마련하였다. 위로는 홍살을 세웠고. 후면 중방 하부에는 머름을 설치하여 분합문을 달고 중방 위로는 판벽으로 마감하여 무인도(武人圖)를 그렸다는. 유창한 해설이 이어졌다.

      ◆향토역사관= 통영시 향토역사관(☏650-5367)은 대지면적 936㎡. 연건평 630.77㎡로 세병관 건너편에 있다. 이곳에는 향토와 관련한 사료를 발굴. 수집. 보존. 정리하여 통영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3천여점의 보유 유물 중에서 1천163점을 전시하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고대. 중세 및 조선 초기. 임진왜란. 삼도수군통제영. 통제영12공방. 일제 강점기. 민속. 무형문화재로 나누어져 있다. 여기에는 평생 유물을 수집하여 가꾸고 땀을 흘린 향토사학자 김일용(59) 관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청마문확관엔 유치환 선생의 유물

      미륵산 자락엔 용화사·전혁림미술관이

      ◆청마문학관= 한산도 앞바다와 동호만이 바라보이는 곳 정량동에 있다. 청마문학관은 통영시내가 그리 크지 않다고 해도 관광 안내지도만 가지고는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청마 유치환 시인(1908~1967)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0년 2월에 세워졌다. 부지 4천38㎡에 문학관과 생가를 복원하여 청마의 생애. 작품세계. 청마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도록 유품 100여점과 문헌자료 350여점으로 꾸며놓았다. 1시간은 해설을 해야 청마를 이해할 수 있다는 권숙이(47)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함께 시인이 된다.

      ◆전혁림미술관= 새벽길을 나섰던 시간도 분주하게 쫓기고 있었다. 파도가 출렁이는 통영대교를 지나면 아름다운 섬 미륵도이다. 미륵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미술관에는 전혁림 화백의 작품 80점과 관련자료 50여점을 상설전시하고 있다. 91살의 전혁림 화백의 그림은 ‘단청이나 민화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이고 향토적인 원색을 가지고 서양식 표현법일 수 있는 조금은 추상적이고 입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고구려 벽화와 같은 진취를 느끼게 한다’고 설명한다.

      ◆용화사= 전혁림 미술관을 지나면 가까운 거리에 미륵산 자락 용화사가 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은점선사가 처음 지었으며. 조선 인조 6년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영조 18년(1752) 벽담선사가 다시 짓고 용화사라 하였다. 가파른 숲길을 지나면 경내에는 아미타불을 봉안한 보광전을 비롯하여 명부전. 용화전. 탐진당. 적묵당. 해월루 등 전각들이 각각 자리잡고 있다. 용화사에 들어서면 불사리4사자법륜탑은 고대 아쇼카 양식의 원주석탑이 이채롭다.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옛그늘 문화유산답사회장)

      TIP. 맛집= △세화식당: 통영시 문화동 세병관 입구. ☏644-1455. 매운탕 5천원. 두부전골 1만5천원. 매운탕을 먹어도 반찬이 18가지 나온다. 통영 재료로 주인이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이 통영 음식이라고 한다.
      △향토집: 통영시 무전동 1061-10. ☏645-4808. 굴구이 1만원. 굴튀김 1만원. 굴밥 6천원. 굴죽. 굴뚝배기. 바다의 우유로 무공해 자연 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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