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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5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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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⑤ 전남 보길도

  • 기사입력 : 2005-07-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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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식과 사색 그리고 풍류의 섬- 전남 보길도

      쪽빛 바다에 이룬 '낙원의 꿈'


      고산 윤선도가 쪽빛 바다에 낙원의 꿈을 이룬 보길도로 가는 남도의 길은 산과 들판의 행복한 어울림이 있다. 순천에서 국도2번을 따라 보성. 강진을 거쳐 해남 땅끝 마을 토말로 가는 길옆에는 겨울이면 생명력을 나타내는 진한 녹색의 보리밭이 있고. 여름에는 따가운 태양을 받고 자라고 있는 논들의 벼가 푸른 들판을 이루고 있다.

      완도나 땅끝 마을 선착장에서 배를 탈 수 있는데. 섬으로 들어갈 때는 하루 여덟 번 운항하는 땅끝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육지로 나올 때는 하루 10번 운항하는 완도 화홍포항에서 내리는 것이 좋다.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소리 속에 화물과 사람. 자동차를 가득 실은 혜광 카페리호는 땅끝 선착장을 출항하겠다는 뱃고동을 길게 울려대며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판에 올라서니 땅끝 사자봉 전망대가 아득히 멀어지면서 안개 속으로 푸른 봉우리를 내민 백일도. 흑일도. 어룡도 등 여러 섬들로 인해 답사 길은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노화도에 산다는 혜광호 선장 강용구(59)씨는 20년 동안 보길도 뱃길을 운항했다고 한다. 선장실에서 바라본 바다는 밀려다니는 안개가 멀고 가까운 섬 아랫도리를 휘감아. 약속된 장소를 찾아 알지 못할 항해를 하는 듯한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넙도와 노화도를 거쳐 1시간쯤 운항한 배는 긴 고동소리를 울리며. 그 뱃길의 끝 보길도 청별항에 닻을 내렸다.

      항구에는 경상도 아가씨와 결혼하여 산다는 보길면 사무소 김진하(35)씨가 우리 일행을 안내하기 위해 반갑게 맞이했다.

      완도나 땅끝마을 선착장서 뱃길로 한시간

      연꽃 닮은 섬 곳곳엔 고산 윤선도 유적이

      ▲부용동 원림

      보길도는 상록수가 우거지고 물이 맑아 자연경관만으로도 아름다운 곳이다. 또한 섬의 산세가 피어나는 연꽃을 닮았다고 하여 부용동 정원으로 불리는 고산 윤선도(1587~1671)의 유적이 있어 더욱 잘 알려져 있다. 고산이 보길도에 온 것은 그의 나이 51세 되던 인조 15년(1637) 일이다.

      병자호란(인조14년·1636)이 일어나 해남에서 노복 수백 명을 배에 태우고 강화도로 향했으나. 왕이 청나라 태종 앞에 무릎을 꿇었고. 강화도가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배를 돌려 제주도를 향해 떠났다.

      남쪽으로 내려가던 일행은 상록수가 우거진 아름다운 섬 하나를 보았고 산수를 둘러본 고산은 그 섬에 터를 잡았다. 결국 보길도는 해상수송로의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산은 선대로부터 내려오던 부와 권력을 이용하여 대규모 간척사업을 벌였는데. 그곳이 진도와 고금도에 있었으므로 보길도는 위치상으로 본가가 있는 해남과 자신의 경제적 기반이 되는 간척지인 진도. 고금도의 중심에 자리한다.

      오늘날 남아있는 부용동 정원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살림집인 낙서재 주변과 휴식공간인 동천석실 주변. 그리고 부용동 입구에 있는 세연정이다.

      ▲세연정
      주변 경관이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하여 기분이 상쾌해진다는 뜻의 세연정은 자연과 인공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자연적인 계류를 돌둑으로 막아 연못(세연지)으로 만들고. 다시 그 물을 끌어들여 네모진 인공연못(회수담)을 태극무늬로 휘감아 돌리고 두 연못 사이의 인공 섬에 정자를 지어 주변의 다양한 경관을 누릴 수 있게 하였다.

      회수담 안에는 네모진 섬이 하나 있으며 넓적한 바위들이 드러나 있고. 세연정 동쪽 삼각주에는 동대와 서대로 불리는 네모진 단이 두 개 있다.

      보길도지(甫吉島識)에 의하면. 고산은 못 중앙에 작은 배를 띄우고 남자아이에게 채색 옷을 입혀 배를 일렁이며 돌게 하였고. 자신이 지은 어부사시사 등의 가사로 완만한 음절에 따라 노래를 부르게 하였다.

      동쪽 너럭바위 옥소대에서 관현악을 연주하면 반원형으로 생긴 서쪽 토성 벽에 부딪혀 소리를 정자 쪽으로 몰아주었다. 북쪽에 마련된 동대와 서대 혹은 세연지 남쪽 산중턱에 올려다 보이는 옥소암에서 무희들이 춤을 추게 했다.

      달밤에 옥소암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 연못에 내리비치는 그림자를 즐겼다고 하니. 감각적인 호사와 풍류가 상상을 넘어섰다.

      세연정의 계류를 막은 판석보(일명 굴뚝다리)는 진흙으로만 쌓았을 때 흙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판석으로 3면을 둘러쌓는 기법을 말한다.

      판석보는 세연지의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하여 기슭과 바위를 감도는 자연스런 곡선의 맛을 살려주고 물이 넘칠 때는 폭포가 되고 평소에는 다리가 되는 조형미를 살린 토목 기술이다. 일제 때 개교한 보길초등학교가 세연정 일부를 차지하고 있어 아쉽다.

      풍류 즐기던 '세연정' 살림집 터 '낙서재'

      茶 들며 신선의 경지 꿈꾸었던 '동천석실'

      깻돌 펼쳐진 예송리 해수욕장·송시열 선생 새긴 '글씐바위'도

      ▲낙서재
      세연정 답사를 끝내고 걸어서 30여분 부용동 안으로 들어가면 격자봉(해발 433m) 아래에 낙서재 터가 있다. 이 주변에는 무민당과 곡수당. 행랑채 등의 다른 건물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위치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낙서재는 보길도 안에서 가장 좋은 양택지라고 한다. 세연정이 놀이의 공간이었다면 낙서재 부근은 강학하고 독서하면서 즐거움을 얻고. 은둔하고자 했던 선비의 생활 공간이었다.

      ▲동천석실
      낙서재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대단히 아름답다. 특히 아름다운 바위산과 어우러진 상록수림은 여름이나 겨울에도 사색에 잠기기에는 손색이 없는 풍광이다. 동백나무. 차나무. 자귀나무 등이 섞인 오솔길로 등산하듯이 10여분 오르면 동천석실이다.

      동천석실이란 신선이 사는 곳이라는 뜻으로. 고산은 이곳에서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진 세상을 발 아래로 보면서 신선의 경지를 노래했을 것이다. 지금은 정자가 복원되어 있지만. 석실 터에는 석문이 있고 주위에 차바위와 석담. 석천. 희황교. 석계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차(茶)를 들면서 시회(詩會)를 자주 열었을 것이다.

      ▲예송리 해수욕장
      활처럼 휘어진 약 1㎞의 해변에 타조 알 크기에서부터 바둑알 정도 크기의 깻돌이 폭 50m의 너비로 분포하고 있다. 해변에는 둥글납작한 검은 자갈이 가득 깔려서 파도에 따라 잘그락 잘그락 하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많은 종류의 난대림 수종이 분포하여 하나의 천연적인 자연공원으로 손색이 없으며 천연기념물 제40호인 난대림은 수령 약 300년을 자랑하며 피서객들의 넉넉한 휴식 공간인 그늘을 항상 신선하게 제공해준다. 몇해 전에 무인도를 구경시켜준다는 작은 배를 타고 나섰다가 어찌나 위험하게 달리는지 혼비백산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글씐바위
      보길도 동쪽 끝의 백도리 해변 석벽에 우암 송시열 선생이 1689년 제주도로 귀양 가던중 풍랑을 피해 잠시 머물면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 것을 한시로 새겨 놓았다.

      예송리 전망대는 일출의 명소이고. 망끝 전망대는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뾰족산. 격자봉. 수리봉. 광대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6군데나 있어 다양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Tip-맛집
      예송리 해수욕장 부근에 있는 송림회관은 50명쯤 숙박이 가능하다. 주인 조정숙씨가 끓여내는 6천원짜리 매운탕이 저녁 해변에서 마신 술의 숙취를 해소해준다. 백반은 5천원이고. 여름철에는 미리 전화를 해야한다. (☎061-554-9624).

      보길도 청별항과 예송리 해수욕장 인근에서는 청정해역에서 생산되는 미역. 톳. 전복. 멸치 등이 있다. (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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