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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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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잘 키우기] 제경숙 경남대 유아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03-07-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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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아이 잘 키우기>
    제경숙(경남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기초단계로서의 유아기의 의미


    나는 근래에 와서 종종 음식점에 가는 것이 두렵다. 맛에 일가견이 있는
    일부 지인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다보면 음식 품평회가 되기 때문이
    다. `짜다`, `싱겁다`, `감칠맛이 없다`는 등 평가를 듣다보면 고민스럽
    다. `맛있게 먹어야 하나?`, 맛없게 먹어야하나?` 이쯤 되면 내가 왜 이곳
    에 있는지 혼동이 오기 시작한다. 물론 맛이 없으면 섭섭하다. 그리고 다음
    에는 그 곳을 안 찾을 것이며, 맛있고 정갈하다면 다시 찾을 것이다.

    음식과 먹는 일에 대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태도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
    다. 맛있게 즐기며 먹는 것이다. 그리고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건강을 염
    두에 둘 것! 많이 아는 것이 차라리 모르느니만 못한 경우는 우리 생활의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목적과 방향이 분명하지 않은 앎만큼 자신
    과 주변을 힘들고 불편하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어린 시기에도 아이들에게 필요하고 좋은 경험들이 많고, 그러한 경험을
    하도록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 조기교육의 핵심이다. 그러나 미리 당기면 당
    길수록,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좋으리라는 생각은 유아기에 대한 가장 큰
    오해이다. 유아기는 바른 것, 좋은 것, 즐거운 것, 아름다운 것들을 직접
    체험하고 여유 있게 바른 태도를 내면화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이지, 많
    은 정보와 기술을 익히기에 적절한 시기는 아니다.

    우선은 작은 일이라도 잘해서 칭찬 받을 때, 그 자신감으로 자기의 부족
    함을 메우고 용기 있게 이 세상을 살 것이다. 신나게 놀면서 이것저것 배우
    면, 앞으로 배워나갈 그 많은 것들에 대해 열려있고 적극적일 것이다.

    좋은 그림, 음악, 좋은 책들을 부모와 선생님이 많이 보여주고 읽어주
    면, 글 읽게 되고 그림 그리게 되었을 때, 지적 즐거움과 아름다움이 함께
    할 것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함께 나누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앞으로 살아
    야 할 그 긴 세월, 이웃을 배려하고 평등을 실천하며 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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