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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3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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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공간] 책과 문화와 쉼이 있는 ‘트렌디한 헌책방’

진주 강남동 헌책방 ‘동훈서점’

  • 기사입력 : 2024-06-11 20: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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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부모님 헌책방 물려받아
    2년 전 현재 위치로 옮겨온 후
    주인장이 직접 내부공간 꾸며

    너저분한 헌책방 이미지 탈피
    다양한 소품·LP판·CD로 멋 내고
    벽면엔 깔끔하게 분야별 책 정리
    깨끗한 책·감각적 큐레이션 ‘장점’

    편하게 앉아 독서·음악 감상 가능
    독서모임 열고 지역가수 공연도
    머물고 싶은 쉼표 같은 공간 꿈꿔


    이번 달은 헌책방 공간을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물어물어 알아낸 문화공간들 중에 구미가 당기는 곳을 선택했으므로, 주제를 잡고 장소를 물색하는 건 다소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유가 있다면, 마음이 시끄럽던 어느 날에 헌책으로부터 받은 위로가 문득 떠올랐을 뿐이다. 그리하여 ‘헌책방’이라는 단어로 정보의 홍수 속을 헤매어 찾은 보물, 올해 6월로 꼭 25주년을 맞은 ‘진주 동훈서점’이다.

    동훈서점은 진주시 강남동 칠암성당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서점에 들어서니 ‘헌책방의 매력은 헌책 그 자체’라며 별다른 것을 기대하지 않았던 게 부끄러워졌다. 요즘 말로 ‘힙하다’는 말이 여느 공간보다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곳을 꾸리는 정서훈(43) 대표의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겠다”던 의도가 실현된 곳이다.

    진주시 강남동 칠암성당 맞은편에 위치한 헌책방 ‘동훈서점’은 기존 헌책방의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는 깔끔한 공간으로 책과 사람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정서훈 대표가 책을 찾고 있다.
    진주시 강남동 칠암성당 맞은편에 위치한 헌책방 ‘동훈서점’은 기존 헌책방의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는 깔끔한 공간으로 책과 사람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정서훈 대표가 책을 찾고 있다.

    진주 동훈서점의 역사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25년이지만, 그동안 임대료 문제로 위치는 한 번 바뀌었다. 지금의 위치도 남강변이지만, 2022년 5월 이전까지는 강을 끼고 맞은편에 있었다. 당시엔 정 대표의 부모님이 헌책방을 운영했고, 2009년을 기점으로 서훈씨가 이어받았다.

    동훈서점 전경.
    동훈서점 전경.
    진주시 강남동 칠암성당 맞은편에 위치한 헌책방 '동훈서점'은 기존 헌책방의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는 깔끔한 공간으로 책과 사람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진주시 강남동 칠암성당 맞은편에 위치한 헌책방 '동훈서점'은 기존 헌책방의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는 깔끔한 공간으로 책과 사람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따져 보면 ‘진주’를 뗀 동훈서점의 역사는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생인 서훈씨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인 1970년대에 그의 아버지는 부산대학교 인근에서 헌책방을 시작했다. 위치를 몇 번 옮기다 1994년 진주로 왔고 5년 정도의 재정비 끝에 다시 문을 열었다. 서훈씨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22년, 다리 건너 이곳에 새로 자리를 잡으면서 정 대표는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을 세워 지금의 공간을 꾸며왔다. 아버지가 꾸리던 그 전의 공간은 변화를 시도하기에는 아무래도 책이 ‘어마무시 많았다’고 서훈씨는 회상했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99㎡(30평) 정도 크기의 시원한 판상형 공간이 객들을 반긴다. 문을 뒤로 하고, 바로 오른편에는 이곳을 방문한 모든 이들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도록 책상이 자리해 있다. 원하는 누구든 이곳에 앉아 빈 공책을 펼치고 방명록을 남기면 된다.

    벽면을 가득히 메운 키높이 책장에 책이 빼곡하다. 시, 소설, 에세이, 미술, 종교 등등 분야별로 깔끔하게 정리된 책장은 헌책방보다는 옛날 만화책 대여점이 떠오른다. 책장 위 벽면에는 각종 포스터와 LP판을 진열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엽서를 사서 편지를 쓰는 공간.
    엽서를 사서 편지를 쓰는 공간.
    독서모임 등을 할 수 있는 6인용 식탁.
    독서모임 등을 할 수 있는 6인용 식탁.

    책장 앞으로는 곳곳에 의자가 배치돼 편히 앉아서 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는데, 책장의 배치나 의자가 놓여진 것이 서점 주인장 눈치를 보지 않도록 의도됐다. 서점 안쪽으로 주욱 들어서면 책상 위로 감각적인 엽서와 포스터 등 소품들이, 그 옆으로는 독서모임 등을 할 수 있는 6인용 크기의 빈 책상이 있다. 이곳에서 술시에 시읽기 ‘술시’, 한장 읽기 ‘한장해’, 마시며 쓰기 ‘반주’, 함께 글쓰는 ‘도란도란’ 등 모임들이 이뤄지고 있다.

    더 오른편 구석으로 눈을 돌리면 엽서쓰기를 연습할 필기 공간이 별도로 있고, 서점 정가운데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자리다. 주인장이 취미로 사모은 LP판과 오래된 CD 등을 두었으니, 눈치 보지 않고 들어도 된다고 서훈씨는 당부한다.

    LP를 듣고 있는 손님.
    LP를 듣고 있는 손님.

    헌책방 동훈서점이 갖는 차별점은 공간 외에도 두 가지가 손꼽힌다. 하나는 비교적 깨끗한 책. 또 하나는 주인장의 책 큐레이션이다.

    헌책은 지저분하다고 누가 그랬나. 이곳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깨끗한 책을 특장점으로 꼽은 글들을 본 것이 기억나 물었더니 주인장도 차별점이 맞다고 인정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훈씨는 온라인 중고서점을 뒤져 책들을 구해온다. 속사정은 깨끗한 책을 구하자는 의도는 아니었고, 공급의 안정성 측면이 더 컸다.

    “진주라는 도시가 크지 않아요. 헌책이라는 건 근처에 손님들이 팔거나 아니면 고물상에서 골라오는 식이거든요. 근데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으니 책을 팔거나 버리는 사람이 없어요. 또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자기 책을 쉽게 팔려고 하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헌책방에 책의 종수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더란 말이죠.”

    권당 2000원에 판매 중인 책.
    권당 2000원에 판매 중인 책.
    판매용 엽서.
    판매용 엽서.
    판매용 CD.
    판매용 CD.

    대면으로는 하루 한 권 구하기 힘들지도 모를 헌책들이 온라인 서점에는 종수별로 하루 수천 권이 올라오니, 좋은 책을 많이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온라인은 책 상태는 보장되지만 동네 고물상 등보다는 비쌀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훈씨는, 이 시대를 버티는 헌책방으로선 감수해야 할 과제로 본다.

    “온라인으로 직접 구해온 책은 때로는 새 책과 같은 비율로 이윤이 남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묵은 책밖에 안 쌓이는 거예요. 그리고 하루에 수천 건이 올라오는 정보들을 제가 습득하잖아요. 어떤 책이 가치 있는지 그런 것들을 책을 사면서 배우는 거죠.”


    서훈씨가 나기도 전부터 집엔 책이 가득했으므로 말 그대로 책과 함께하는 삶을 산 그이지만, 가치가 있는 책들에 대한 지식은 책방 단골손님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오히려 서점을 맡았던 지난 15년간, 또 온라인으로 책을 사고판 지난 수년간 책에 대해 더 크게 배우고 있다고 느낀다. 영화, 연극 등 기본적으로 문화적 관심사가 높은 서훈씨는 시간이 나면 각지를 돌아다니며 문화를 향유하는데, 서울에 가면 무조건 ‘구제의 성지’ 동묘에서 책들을 한가득 건져온다.

    책에 둘러싸여 산 사람은 글을 잘 쓸 것이라는 말은, 서훈씨를 보면 참말이다. 그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dholdbook)을 보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주로 오늘 서점에 온 사람들, 그들이 사간 책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에세이처럼 펼쳐지는데 일생 동안 절대 돈 주고 사볼 일 없을 것 같던 책이 꼭 필요할 것만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예전에 종종 들렀던 손님이 꽤 오랜기간 오시질 않았는데 지난달부터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다시 오시기 시작했다. (중략) 손님이 찾는 책은 사서삼경부터 한자쓰기, 영어쓰기, 중앙아시아 역사 등 다양했다. 오늘 전화가 왔는데 이번에는 중용을 찾았다. 그러면서 말씀하신다. “내가 한쪽 눈이 멀었는데 나머지 한쪽도 곧 멀 거 같아예. 그래서 완전히 멀기 전에 책을 좀 모아놓고 볼라고예.” 차분하고 또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슬픈 기색도 없이. 중용을 펼쳐본다. 배움을 좋아하는 것은 지에 가깝고 힘써 행하는 것은 인에 가깝고 수치를 아는 것은 용에 가까운 것이다.]

    “제가 하는 큐레이션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여기에 당신이 좋아하는 책 하나는 있겠지’예요. 어떤 분야의 마니아든지 한 권쯤 건져갈 수 있는 책을 두는 것. 그걸 위해서 손님들을 공부하고 공유하고 책을 모으고 그런 거죠.”

    정서훈 동훈서점 대표.
    정서훈 동훈서점 대표.

    책방에서 숨바꼭질하던 어린 아이는 커서 장르를 따지지 않고 책을 읽는 어른이 되었다. 일생이 글과 함께였기 때문에 글을 보고, 또 쓰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던 소년은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부모님을 이어 헌책방을 운영하며 누구보다 책의 소중함을 아는 청년으로 자랐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또 그들이 이곳에 오기를 바라는 주인장의 바람처럼 동훈서점은 단순한 헌책방에서 나아가 문화공간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2월부터는 지역에서 노래하는 가수 ‘신주현의 낯선 세상’ 공연도 한 달 정도 주기로 해오고 있다.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겠다던 주인장의 계획에는 한계가 없다. “쉼표가 되길 바래요. 기쁠 때든 슬플 때든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싶어요.”

    글= 김현미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

    주소 진주시 진주대로986번길 10

    영업시간 11:00am~20:00pm

    instagram @dhold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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