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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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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엄마, 여기 병원이야- 이선애(수필가)

  • 기사입력 : 2024-05-21 19: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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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밤중에 벨이 울렸다. “나야.” 어제 할아버지 제사에 참석하고 돌아간 아들의 전화였다. “무슨 일이니?” “엄마, 여기 병원이야.” 몹시 다급하고 힘든 목소리였다. 잠이 번쩍 깨었다. “어디가 얼마나 아프니?” “엄마, 아파 죽을 것 같아.” 정신을 차리고 전화번호를 보니 발신 번호가 제한되었다는 표시가 있었다. 뭔가 이상하여 남편을 깨웠다. “와, 이 밤중에 머언 일이고?” 이 소리에 갑자기 통화가 끊어졌다.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숨을 몰아쉬면서 아파 죽을 것 같다고 말하던 소리가 귀에 쟁쟁하였다. 보이스피싱이었다.

    얼마 전 뉴스에서 인공지능(AI) 딥보이스를 활용해 자녀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금품을 요구한 사건을 본 일이 있다.

    그 사람은 딸의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통화 상대방은 “엄마 큰일 났어. 친구 보증을 섰는데 친구가 연락되지 않아 잡혀 왔어”라고 말했단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하는 모습을 보고, 보이스피싱임을 눈치챈 은행원의 도움으로 막을 수 있었다. 앞으로 비슷한 범죄가 잦을 것으로 예상되니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찰의 발표를 무심히 보았었다.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난 것이다.

    AI 기술 발전과 함께 현실로 다가오는 문제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활용 범죄의 위험성, 즉 빅보이스가 정교하게 목소리를 따라 말할 수 있는 시대에 선제적 대응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였다.

    해외 국가들은 AI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발 빠르게 자국 AI 산업 지원을 위한 법안 마련에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 AI 관련 법은 1년 넘게 상임위원회 전체 회의에 계류 중이다. ‘AI 기본법’이 만들어져야 빅보이스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기준도 시행령에 담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여야의 갈등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이달 29일까지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고 한다. 진화하는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의 통과를 기다린다.

    이선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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