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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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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괴테의 인문학 파토스(pathos)- 정은상(경남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24-05-20 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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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의 대문호 괴테에게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문화와 고대 그리스, 로마문명은 창작활동의 심연이었고,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괴테에게 그리스, 로마 문명은 단순히 과거를 알고 즐기기만을 위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고전을 통해 얻은 새로운 에너지가 그의 창작활동의 원동력이 되었다. 고전(Classic)이란 어원은 라틴어 함대(Classis)로부터 나왔다.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에 전쟁이 일어나면 일반인은 전투병으로 소집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들은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가난한 자유민인 프롤레타리아에 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금이 풍부한 영주는 함대를 제공했다. 지중해 국가의 전투에서 배 한두 척도 아니고 함대의 지원은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엄청난 힘이다. 우리가 인생의 어려운 순간을 만났을 때나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어려운 순간에 고전은 우리 인생 항로의 함대가 되어 줄 것이다.

    괴테는 평생을 학문에 매진한 대문호이자 철학가, 법학자, 과학자인 동시에 근대 최후 만학의 아버지다. 또한 그의 지적 탐구 과정에서 현재와 미래에 대한 개방된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 74세의 괴테가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19세의 처녀 레베초프(Levetzow)에게 청혼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천재작가의 사랑’에 대한 답은 본인만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자신에게 치명적인 병의 시작일 수도 있다. 사랑이 곧 죽음이 될 수도 있고, 죽음이 곧 사랑일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Irony)다. 그리고 사랑은 매혹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괴롭고 고통스럽기도 하다는 것을 파올로 베로네제의 그림 ‘사랑의 징계’와 하인리히 마이어의 그림 ‘주노(Juno)의 방문’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괴테가 바이마르 최고 공직에서 권력을 누리던 순간 37세에 돌연히 인문학적 파토스(Pathos, 열정)를 가슴에 품고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던 모습을 눈에 그리면서, 우리 시대에도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문학도들의 사명이다. 왜냐하면 인문학은 삶에 불필요한 무의미한 지식이 아니라 삶을 개척하는 힘이요, 미래를 펼쳐 나가기 위한 파토스이기 때문이다.

    정은상(경남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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