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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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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건축물 기행- 풍경을 담은 건축] 운치에 운치… 진주의 진주

  • 기사입력 : 2024-04-11 08: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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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를 품은 조선시대 3대 누각 ‘촉석루’
    남강이 깎아 놓은 진주성 절벽 위 절경

    한국 대표 현대건축 ‘경남문화예술회관’
    전망대 오르면 남강·선학산·하늘 한눈에

    경호강변의 사색 공간 ‘강을 누리는 집’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자연 경관 일품


    봄꽃들이 만개하는 봄이다. 나무뿌리부터 물이 올라 나뭇가지가 연초록으로 변하면 산으로 강으로 경치 좋은 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산과 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자연 풍경을 만끽하러 멀리 떠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사는 진주에 있는 ‘멋진 풍경을 담아내는 건축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남강 둔치에서 바라본 촉석루. 남강 물과 의암을 아래에 두고 강이 깎아 놓은 낭떠러지 바위 위에 여섯 개의 기둥이 기와지붕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유재만 건축사/
    남강 둔치에서 바라본 촉석루. 남강 물과 의암을 아래에 두고 강이 깎아 놓은 낭떠러지 바위 위에 여섯 개의 기둥이 기와지붕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유재만 건축사/

    우리 선조들은 풍경이 뛰어난 곳에 으레 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집(누각)을 지어왔다. 진주 남강의 촉석루는 대동강의 부벽루, 밀양강의 영남루와 함께 조선시대 3대 누각에 포함될 만큼 최고의 누각 건축이다.

    남강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하여 남으로 흐르다 진주에 이르러 양천강, 덕천강과 합류하며 강폭을 넓혀 흐름을 동쪽으로 바꾼다.(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동쪽으로 흐르는 강은 흔치 않다.) 진주에서 남강은 크게 역S자를 그리며 두 번 방향을 바꾼다. 동으로 흐르다 망진산을 비껴 큰 낭떠러지를 만들며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물은 진주성의 야트막한 산을 만나 동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선학산을 깎아내려 뒤벼리(뒤쪽에 있는 낭떠러지라는 뜻의 우리말)를 만들며 남으로 방향을 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가좌산에 새벼리(동쪽의 낭떠러지라는 뜻의 우리말)를 만들며 크게 유턴하여 북으로 흐름을 바꿔 의령군으로 흐른다.

    처음 방향을 바꿀 때 남강이 깎아 놓은 진주성의 절벽 위에 촉석루는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 촉석루의 대표 이미지는 강 건너에서 보는 모습이다. 남강 물과 의암을 아래에 두고 강이 깎아 놓은 낭떠러지 바위 위에 여섯 개의 기둥이 기와지붕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강을 앞에 두고 바위와 수목이 어우러진 아슬아슬한 벼랑 위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촉석루의 모습은 임진왜란 때 우리 민족의 당당한 기상과 결사항전의 이미지가 겹치며 감동을 자아낸다.

    진주 촉석루 마루에 오르면 남쪽의 진주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진주 촉석루 마루에 오르면 남쪽의 진주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하지만 촉석루의 진정한 운치를 느끼기 위해서는 촉석루의 마루에 올라 보아야 한다. 마루에 올라앉아 남쪽을 바라본다. 발 아래로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그 너머에 들판과 망진산, 가좌산, 선학산이 야트막히 자리 잡고 있어 남쪽의 진주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이 모든 장면이 마루와 기둥, 처마 사이에 펼쳐진다. 건축물이 풍경을 편집하여 파노라마로 만들어 주어 보는 맛을 더해준다. 아무리 우울한 기분이라 해도 여기 올라 숨을 가다듬으며 앉아있으면 마음의 평온함을 찾게 된다. 도심 속 나만의 힐링공간이 된다. 누구나 오를 수 있게 개방되어 있어 진주를 방문하거나 근처를 지나는 길이라면 촉석루 마루에 꼭 한번 올라보시기를 추천한다.

    경남문화예술회관 정면./유재만 건축사/
    경남문화예술회관 정면./유재만 건축사/

    촉석루가 풍경을 대하는 방법과 같은 방식의 건축물이 진주에 또 있다. 진주성 촉석문을 나와 진주교를 건너 동쪽 강변도로로 500여m만 걸으면 경남문화예술회관이 나타난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대한민국의 1세대 건축가인 김중업 선생의 작품이다. 김중업 선생은 김수근 선생과 함께 20세기 한국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이다.(진주는 20세기 최고의 건축가인 김중업, 김수근의 작품을 각각 가지고 있는 행운의 도시다. 바로 경남문화예술회관과 진주박물관이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1528석 규모의 공연장과 전시실 및 예술관련단체 사무실을 갖춘 지하1층, 지상6층, 연면적 1만4633㎡로 1988년에 완공한 건축물이다. 지하층과 1층은 전시공간, 2층에서 4층까지는 공연장, 5층은 전망대, 6층은 예술관련단체 사무실 그리고 옥상에는 야외공연장이 있다.

    외관을 미루어 보면 언뜻 단일구성의 간단한 건축물로 보인다. 하지만 거닐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각 층은 외부계단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전시공간은 외부 복도와 선큰가든으로 연결되어 외부와 긴밀하게 소통한다. 공연장은 전면 대형계단을 이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이용하기 쉽게 되어 있다. 6층의 사무공간과 옥상 야외공연장은 외부계단과 엘리베이터로 연결되어 있다.

    경남문화예술회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경남문화예술회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특별히 소개하고자 하는 공간은 5층의 ‘전망대’다. 공연장과 지붕 속의 사무실 공간 사이, 정면에서 볼 때 기둥 상부의 장식곡선에 면한 부분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기둥과 기둥, 지붕 처마 사이로 바깥을 바라볼 수 있다. 발 아래의 남강물 위로 뒤벼리와 선학산, 푸른 하늘을 조망할 수 있다. 촉석루 누각 위에서 밖을 바라보는 방식과 같다. 아마도 김중업 선생이 전망대를 설계할 때 촉석루에서 밖을 바라다보는 방법을 빌려 쓴 듯하다.

    전망대에 올라 강과 뒤벼리가 만들어주는 아름다움을 느껴보기 바란다. 외부계단을 이용하여 전망대를 오르는 것이 건축물을 제대로 감상하는 길이지만 숨이 찰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5층 높이를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1층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여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편안히 올라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 겨울에는 차가운 칼바람이 매섭지만 지금 계절부터는 더없이 좋다.

    자연의 풍경은 산과 물이 있어야 한다. 산과 물의 경치가 좋은 곳에 풍경을 누리는 건축물을 짓고 살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에 가깝지 않을까.

    산청 경호강변에 있는 ‘강을 누리는 집’./유근종 작가/
    산청 경호강변에 있는 ‘강을 누리는 집’./유근종 작가/
    확 트인 ‘강을 누리는 집’ 실내.
    확 트인 ‘강을 누리는 집’ 실내.

    요즘은 이런 장소에 차를 마시며 사람들과 담소하고 사색하는 공간들이 늘어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촉석루와 경남문화예술회관의 전망대에서 얻은 교훈으로 설계한 커피숍을 소개하고자 한다. 산청군 단성면의 경호강변에 위치한 ‘강을 누리는 집’이다.

    대지는 경호강의 바로 옆에 위치하며 서쪽으로 지리산과 웅석봉이, 북으로 백마산과 적벽산이, 동으로는 원지 시가지와 엄혜산이 펼쳐진 빼어난 경관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건축물은 이 경관요소를 활용하여야 한다.

    산청 경호강변에 있는 ‘강을 누리는 집’./유근종 작가/
    산청 경호강변에 있는 ‘강을 누리는 집’./유근종 작가/

    커다란 창문을 만들어 개방감을 확보하되 바닥과 지붕을 기둥 밖으로 길게 뽑아내어 외부 테라스를 만들며 풍경의 집중도를 높여준다. 외부 테라스 밖을 나오면 더욱 극적으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1층 바리스타에서 2층 계단식 테이블과 3층 옥상테라스까지 이어질 때 눈에 보이는 장면은 다양하게 변화한다. 시야는 경호강에서 시작하여 엄혜산, 웅석봉, 백마산, 적벽산으로 이어지고 다시 경호강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이처럼 건축물은 촉석루, 경남문화예술회관 전망대와 같이 풍경을 담아내는 틀로서 작동한다. 차이라면 사람과 풍경 사이에 유리라는 막이 존재할 뿐이다. 캔틸레버(한쪽 끝은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아니한 상태로 있는 보) 형식의 외부 테라스와 옥상 테라스에서는 풍경과 더욱 가까워진다.

    계단식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며 강과 산,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은 평온함 그 자체다.

    나들이하기 좋은 4월이다. 가까운 곳에 ‘단골 풍경 맛집’을 만들어 소소한 재충전의 장소로 활용한다면 우리 일상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도원A&C건축사사무소 유재만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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