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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0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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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작업실 (10) 박영미 작가

행복 찾는 ‘검은 고양이’ 그려내는 ‘특별한 나의 집’

  • 기사입력 : 2024-01-17 20: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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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간 육아 전념하다 2019년 다시 잡은 붓
    아이들 공부방·거실서 그림 그리다
    남편이 1층 빈 공간 작업실로 만들어줘
    끊임없이 영감 떠오르는 ‘특별한 개인공간’

    내향형 작가 닮은 고양이 캐릭터 ‘봉다리군’
    남편 취미·아이들 포즈 다양하게 담아내고
    우울한 ‘기후위기 극복’ 유쾌하게 풀어내
    “멸종위기종·봉다리군 꽃길 걷게 해줄 것”


    ‘집이 최고야, 늘 새로워, 짜릿해!’

    우리는 바깥보다 집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면 “MBTI(성격유형)가 I(내향형)인가요?” 묻는다. 여기, 김해 내동의 주택가에 위치한 1층짜리 작업실에서는 ‘슈퍼 I’ 내향형 고양이 캐릭터 ‘봉다리군’이 행복을 찾고 있다. 집 안에서 화분을 키우거나 프라모델을 조립하고 책을 읽는다. 이런 봉다리군은 ‘조물주’인 박영미(42) 작가가 자신을 투영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박 작가 또한 집을 사랑하는 ‘내향형 인간’이다. 그녀에게 ‘집’은 안락한 공간이기도, 남편과 아이 두 명, 고양이 두 마리가 포함된 사랑스러운 가족이기도 하다. 언제나 새로운 행복과 무궁무진한 영감을 선사하는 집에 그녀의 작업실이 마련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박영미 작가가 김해시 내동 자신의 작업실에서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박영미 작가가 김해시 내동 자신의 작업실에서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가족 따뜻한 관심으로 빛나는 작업실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2019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만화학과를 전공한 이후로 영상작업이나 미술학원 강사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김해로 오게 됐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작품 활동을 같이 해보려고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더라. 육아에 10년 전념하고 작품 활동을 하자고 생각했고 2019년이 그로부터 딱 10년이 되는 해였다.

    -1층에 있는 작업실은 그때 마련하게 됐나?

    △작품 활동을 시작한 당시에는 아이들 공부방이나 거실에서 그림을 그려왔다. 그런데 작업이 점점 커지다 보니 작업실이 필요해졌고 ‘봉다리군’이 본격적으로 등단(?)했던 2021년에 남편이 비어있는 1층 상가를 꾸며서 작업실로 만들어 줬다. 남편 손재주가 참 좋아서 직접 페인트를 칠하고 조명을 달고 작품 걸이를 만들어주더라. ‘봉다리군’이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남편을 닮은 것 같다.

    박영미 作 ‘식집사4’.
    박영미 作 ‘식집사4’.

    -개인 공간이 생긴 건데, 감회가 어땠나.

    △사실 아이들이 있는 곳이 곧 ‘내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따로 욕심은 없었는데, 막상 내 공간이 생기니 그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이디어가 정말 많이 떠오른다. 작업실에 있다가도, 공원을 산책하다가도 좋은 생각들이 나오니까 늘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닌다. 개인 공간이라고 늘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작업할 때 아이들이 놀러 와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벽면에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그림을 그리는 내 영향인지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또 잘하기도 한다. 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인 첫째는 취미로만 한다고 하고(웃음), 2학년인 막내는 그림에 다소 진지한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 모두 ‘봉다리군’도 엄청 좋아해서 전시회도 따라오고 기발한 아이디어도 많이 내준다.

    종이박스에 그린 박영미 작가의 초창기 작품들.
    종이박스에 그린 박영미 작가의 초창기 작품들.

    ◇봉다리군, 나 그리고 우리

    -까만 고양이인 ‘봉다리군’을 그리게 된 계기가 있다면.

    △육아를 하면서도 드문드문 사람을 그려왔다. 작업실 한편에 박스 위로 그려진 아저씨 캐릭터들이 그것들이다. 오랜 공백기를 겪고 새롭게 시작을 하면서 자화상을 그리고 싶었는데 인물을 그리는 것은 재미가 없더라.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를 나 대신 세워보자 싶었다. 형태의 모티브는 가족이 키우는 삼색고양이였다. 삼색고양인데 몸 전체가 거의 까맣다.

    -입체적인 주변 배경에 비해 봉다리군은 납작한 평면이다. 이유가 있을까.

    △여러 의미가 있다. 사회에 나와서 동화되고 싶지만 그게 어려운 거다. 거기서 나오는 이질감을 표현하고 싶었고 어디서든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좋아하는 장소에다가 콜라주처럼 오려서 데려다 놓고 싶었다. 또 까만 블랙홀처럼 크기나 깊이가 정해지지 않은 것이 마치 이제 막 작업을 시작하는 나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형태라 생각했다. 그래서 덩어리를 잡지 않고 그냥 의도적으로 까맣게만 덮고 있다.

    -작품 대부분은 ‘봉다리군’이 집 안에서 취미 생활을 하는 모습이다. 전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인지.

    △대부분 그렇다. 화분 키우기, 책 읽기, 뜨개질과 요리도 다 내 취미다. 손재주가 좋은 남편도 섞여 있어서 프라모델을 만들기도 좋아한다. 봉다리군 자체가 ‘아저씨에 가까운 청년’인데 이에 반해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다 아이들이 취해준 포즈다.

    박영미 작가의 작품들./성승건 기자/
    박영미 작가의 작품들./성승건 기자/

    -‘봉다리군’을 바라보는 반응이 좋은 걸로 알고 있다.

    △젊은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은데, 집콕해서 행복을 찾는 봉다리군이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또 키우는 고양이 생각을 하기도 하더라. 나와 내 주변의 모습으로 만들어졌지만 결국 ‘우리’로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하다.

    ◇유쾌하게 풀어낸 기후위기

    -혼자였던 ‘봉다리군’ 곁에 다른 동물들이 출연하기 시작했는데.

    △노란목도리 한국담비, 바다거북, 거북이, 나무늘보, 펭귄 등 모두 멸종위기종이다. 기후위기로 많은 동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해져 오고 있는데 봉다리군이 멸종위기종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넣고 있다. ‘한개 더 끓일걸’이라는 작품도 자신의 집 안에 동물들이 있는 것이 당혹스럽거나 곤란하지 않고 그저 라면이 모자랄까봐 자연스럽게 걱정하는 모습이다.

    작업실 한쪽 벽에 아이들의 그림이 걸려 있다.
    작업실 한쪽 벽에 아이들의 그림이 걸려 있다.

    -기후위기에는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됐나?

    △봉다리군을 처음 시작할 때는 ‘소소한 행복 찾기’가 목표였다. 행복이란 단어에 관심이 많아 행복은 무슨 모양이며 어떤 맛, 어떤 냄새가 나는지 그게 너무 궁금해서 행복을 찾아다니는 여정이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김해문화의전당 워크숍에서 기후위기를 배우게 됐는데. 그 단어를 접했을 때 사람들이 우울감을 많이 느낀다 하더라. 기후재난으로 가는 현재에서 오랜 시간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이니 무겁지 않게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위트 있게 이 요소를 넣고자 했다.

    -2024년 ‘봉다리군’의 콘셉트가 있을까.

    △검은색 고양이를 그리다 보니 검은고양이를 향한 여러 편견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런 편견을 듣다 보니 봉다리군을 꽃길 걷게 해주고 싶더라. 그래서 꽃을 가득히 해서 준비 중인데, 그 꽃길 안에 멸종위기 동물들을 더 다루고 싶다. 함께 꽃길을 걷게 해줄 생각이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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