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횡령사고 검사 결과 발표
돌려막기로 눈덩이… 순손실 595억
경남은행 “회계상 추가 영향 없어”
금감원 “지주·은행 내부통제 미흡
사고자·관련자 엄중히 조치할 것”
금융감독원은 BNK경남은행 PF대출 횡령사고 검사 결과 총 2988억원의 횡령 사실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처음 발표한 횡령액 562억원의 5배가 넘는 규모다.
BNK 경남은행 전경.◇발표마다 횡령액 ‘눈덩이’ 왜?= 금감원의 ‘경남은행 횡령사고에 대한 검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경남은행 투자금융부 A씨가 2009년 5월부터 2022년 7월까지 15년간 업무를 담당하면서 관리하던 17개 PF사업장에서 총 2988억원을 횡령했다.
허위 대출 취급을 통한 대출금 횡령 규모는 1023억원으로 2012년 12월부터 2022년 7월 사이에 5곳의 사업장에서 13회에 걸쳐 이뤄졌다. 허위 서류 작성을 통한 대출 원리금 상환자금 횡령은 2009년 5월부터 2022년 5월 사이 16곳의 사업장에서 64회에 걸쳐 총 1965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 순손실은 595억원으로 잠정 조사됐다. 금감원은 “횡령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A씨가 담당하던 다른 PF사업장 대출금과 원리금 상환자금을 반복적으로 횡령했는데, 이를 감안한 손실 규모”라고 설명했다.
A씨는 횡령 자금을 골드바와 상품권 구매, 부동산 매입, 골프·피트니스 회원 구매, 자녀 유학비, 주식 투자 등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은 당초 지난달 2일 첫 현장점검에선 횡령액이 562억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경남은행의 고소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일 횡령 혐의액을 1387억원으로 봤다. 20일 금감원 발표에선 2988억원까지 늘어났다. 현직에 있는 직원 개인의 금융권 횡령사고로는 최고 금액이다.
금감원과 검찰의 발표 액수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조사, 수사 과정에서 ‘대출 돌려막기’가 추가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A씨는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횡령금을 다른 PF사업장 대출 상환에 사용해 횡령 혐의가 적용되는 금액은 2988억원이지만 실제 피해액은 595억원인 셈이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사고 대출과 관련한 수수료, 상각된 대출금액(특수채권) 등이 추가돼 금액이 산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의 피해 금액이 증가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경남은행은 검찰이 압수 확보한 180여억원과 은행에서 가압류 등으로 채권을 확보한 금액을 포함한 300여억원을 최대 환수 예상금액으로 보고 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재무제표에 반영을 확정해 회계상 추가적인 영향은 없다. 최대한 많은 금액을 환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주·은행 ‘통제 미흡’ 지적= 금감원은 이번 사고 발생 원인을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미흡한 내부 통제라고 지목했다. 지주회사인 BNK금융지주에 대해서는 자회사에 대한 위험 관리와 업무 실태 점검 소홀 등 경남은행에 대한 내부 통제 통할 기능이 미작동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에는 자회사의 내부 통제 등을 지주회사의 업무로 명시하고 있다.
BNK금융지주는 경남은행이 지주에 편입된 2014년 10월 이후 고위험 업무인 PF대출 취급 및 관리에 대해 점검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은행에 대한 지주 자체검사 역시 현물 점검 외 본점 사고 예방 검사 실적이 없었다. 경남은행에 대해선 PF대출 관련 △대출금 지급 등 여신 관리 △직무 분리 등 인사 관리 △사후 점검 등 내부 통제 절차가 전반적으로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대출원리금이 A씨의 장모와 형 등 가족, 지인, 법인 명의계좌로 납입이 가능했는데, 대출금 지급 시 대출약정서에 명시된 정당 계좌를 통해서만 대출금이 지급되도록 통제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 대출 상환 시 확인해야 하는 서류의 종류나 방법 등 업무 처리 절차를 규정하지 않았으며, 대출 실행 또는 상환 결과를 차주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가 15년 동안 같은 부서에서 본인이 취급한 PF대출에 대해 사후관리 업무까지 수행하는 등 직무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서 관리, 정리채권 이관의 적정 여부를 자점 감사 대상으로 규정되지 않고, 본점 거액 여신이 이상 거래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조기 적발이 되지 않은 점도 사후관리 허점으로 지적됐다.
금융당국에 보고가 늦은 점도 문제 삼았다.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은 금융 사고 정황을 지난 4월 초 인지했지만, 자체 조사 등을 이유로 보고를 지연해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사고자와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며 “이번 검사 결과와 은행권 내부 통제 자체 점검 결과 등을 기초로 내부통제시스템의 실효성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민주 기자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민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