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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 2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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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발언대] 시대정신- 김용락(문화체육부)

  • 기사입력 : 2023-09-18 2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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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담당이라 내년 신춘문예를 이르게 준비하고 있다. 때때로 고민이 깊어질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지난 심사평들을 읽는 습관이 생겼다. 항상 2016년 소설 심사평을 먼저 찾는다. 김탁환·김영찬 심사위원이 쓴 첫 문장. 퇴사한 한 선배가 명문(名文)으로 기억하는 문장이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쓸 때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왜 쓰는가’라는 물음이다.” 행위의 목적과 이유를 스스로에게 묻는 건 소설뿐만 아니라 모든 문학, 더 나아가 모든 예술 행위의 기본이 되는 자세다. 왜 글을 쓰는가, 왜 춤을 추는가, 왜 연주하는가…. 고민의 깊이는 예술의 깊이가 되고, 그럴수록 울림은 커진다.

    이러한 자세는 작품을 선별해 대중에게 선보이는 공연·전시 기획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기획 의도가 온전히 관람객들에게 전달될 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당연히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남도내에서 이뤄진 공연 중 ‘왜 하는가’가 뚜렷한 작품이 여럿 보여 기뻤다. 3·15아트센터 개관 15주년 컬렉션 개막작 ‘물질’은 그 중 압도적이었다. 수조 안에 들어간 배우들의 연기에서 현대사회 속 소수자들의 군상이 보였다. 중반부부터는 지역 다문화 이주여성들과 심지어 관객들도 직접 수조 속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부터 화합과 어울림이란 작품의 의도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창원시립교향악단이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연 특별 기획공연 또한 ‘왜 공연하는가’를 고민한 흔적이 진하게 느껴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국 러시아에게 환영받지 못한 작곡가부터 러시아의 영향을 받은 나라(우크라이나·핀란드)의 위대한 작곡가들을 통해 전하려고 했던 건 무엇일까.

    심사평 탐방은 어느덧 2022년 시조로 이어졌다. 이달균·김경복 심사위원은 ‘시대정신’을 심사 기준으로 내새웠다. 시대정신은 그 시대를 관통하는 절대적인 정신을 말한다. 쉽게 풀어쓰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들이닥친 위기를 헤쳐나가고자 하는 고민이다.

    언론사는 신춘을 혹독한 겨울(1월)에 맞이한다. 왜 신년문예가 아니라 신춘문예일까. 이 글을 쓰면서 경남신문을 비롯한 언론사가 ‘왜 신춘문예를 하는가’에 대해 자문했다. 생각의 마침표를 어렵게 찍었다. 겨울에 봄을 꿈꾸는 우리처럼,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언론의 다짐과 기대는 아닐까. 라고. 문학의 새로운 봄이 경남에 불길 바란다. 이른 가을부터 나비가 작은 날갯짓을 하고 있다.

    김용락(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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