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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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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괴물 시인’ 찾아 묶겠다” 사유악부 대담한 모험

이지순 대표 × 성윤석 시인
출판사 결성해 시인선 준비

  • 기사입력 : 2023-09-18 08: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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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미 ‘우리의…’ 첫 출간
    올해 2편 추가 발표 예정

    창원에 적을 둔 출판사 ‘사유악부’가 첫 번째 시인선, 김현미 시인의 ‘우리의 어디가 사랑이었나’를 발표했다. 시인의 이름은 낯설지만, 시인선을 시작한 이름 있는 편집장의 짧은 포부는 담대하다. “지역에 숨어 있는 괴물을 발굴하겠다.”

    ◇첫 시인선 낸 사유악부= 사유악부는 담정 김려(1766~1822) 선생이 마산에 유배와 쓴 장편 연작시 이름이다. 총 290편으로 구성된 시는 조선 후기 최고의 장편 연작시로 평가받는다. 김려는 ‘우해이어보’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출판사 사유악부는 뜻있는 도서출판의 임프린트(하위 브랜드) 출판사로 현대문학만 담당한다. 이지순 대표와 성윤석 시인의 뜻이 모여 올해 결성됐다. 성윤석 시인은 시집 ‘멍게(문학과지성사)’ 등을 발표했고, 지역시인들을 재조명한 ‘시골시인 프로젝트’의 최초 기획자이기도 하다. 그의 새로운 직함은 사유악부 편집장이다.

    이들은 ‘재미’와 ‘가능성’을 보고 사유악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지순 대표는 그동안 고전문학 번역서를 중심으로 기획출판을 해왔는데, 스스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 제작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었다. 같은 시기 성윤석 시인은 지역의 젊은 시인들을 만나 그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변방에서 그들을 돋보이게 할 방법을 고심하고 있었다.

    둘의 만남이 이뤄지고 반년 만에 사유악부의 첫 시집이 나왔다. 시인선 올해 일정은 꽉 찬 상태다. 두 번째 시인선인 정혜경 시인의 ‘을들의 노래’는 10월 출판될 계획이다. 연말에는 편집장인 성윤석 시인이 사랑을 주제로 한 ‘뼈의 뜀’을 발표한다. 시인선 이외에도 장편소설과 산문집도 출판을 앞두고 있다.

    사유악부의 시인 선정 기준은 조금 특이하다. 지역 시인들 중 아직 드러나지 않은 원석 같은 시인들이 1순위다. 지역은 수도권을 제외한 곳들로 넓게 보고 있다. 선호하는 주제는 사랑이다.

    이지순 대표는 “지역 출판사가 현대문학을 기획해서 하는 게 쉽진 않다고 한다”며 “대중하고 밀접하지만 격은 떨어지지 않는 시집으로 시인선을 이어가려고 한다. 편집장과 함께 지역의 괴물을 열심히 찾고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김현미 시인 '우리의 어디가 사랑이었나' 책 표지
    김현미 시인 ‘우리의 어디가 사랑이었나’ 책 표지

    ◇김현미 시인 ‘우리의 어디가 사랑이었나’= 사유악부 시인선의 첫 시집은 조금은 낯선 시인의 이름에서 시작한다. 김현미 시인은 창원에 지내며 문단보다는 SNS(페이스북, 필명 지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인이다. 2019년 샘터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살기 시작했으며, 이번 시집 ‘우리의 어디가 사랑이었나’는 그에게나 사유악부에게나 첫 번째 시집이다.

    시집은 사물과 풍경을 사랑으로 묘사한 61편의 시로 구성돼 있다. 총 4부에 걸쳐 전개되는 시적 흐름은 ‘사랑의 시작’과 ‘이어짐’, ‘상실’ 그리고 ‘그리움’의 감정이다. 표제시인 ‘우리의 어디가 사랑이었나’는 2부 첫 순서로 계속되는 사랑을 담담하게 풍경을 통해 표현한다. 이어지는 시 ‘환절기’의 마지막 구절에 내뱉는 시인의 고백은 달달한 사탕처럼 입 안에 맴돈다. “이보다 더 좋은 날을 알지 못하네/당신 기다리기에”.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시를 읽거나 쓰거나 생각하는 일은 끝없는 모욕을 당하는 것 같은 이 삶의 강가에서 떠나지 않고 떠나는 한 방법”이라며 시에 담긴 미량의 슬픔을 전했다.

    추천사를 쓴 최갑수 여행작가는 “우리는 살아가며 잊고, 잊으며 시를 쓴다. 그래서 우리는 이보다 더 좋은 날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라며 “진지하지만, 묘한 대중성을 갖춘 시집은 여행을 떠날 때마다 가지고 가려 한다”고 말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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