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치·박치도 괜찮아!… 노래하는 창원 노동자들
창원근로자합창단 ASSA, 창동서 광복절 기념 플래시몹2011년 산단공 지원사업으로 시작해 자발적 모임 가져“중장년·청년·청소년 함께 모여 즐겁게 노래하는 게 목표”
- 기사입력 : 2023-08-17 08: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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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주년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후 마산 창동거리, 행인 사이로 걸어나온 한 남성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를 신호탄으로 하나둘 나타난 남녀 20여명이 거리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안중근 의사를 다룬 영화 ‘영웅’의 수록곡 ‘단지동맹’과 ‘그날을 기억하며’,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대한이 살았다’ 등을 20여분에 걸쳐 합창했다.
공연은 8·15 광복절을 기념해 플래시몹(특정 장소에 갑자기 사람들이 튀어나와 공연을 하고 흩어지는 퍼포먼스) 형태로 열렸다. 이날 창동에서 깜짝 공연을 펼친 이들은 ‘창원시근로자합창단 ASSA’의 단원들이다. 성별, 연령, 직업도 모두 다르지만 창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ASSA합창단이 지난 15일 창동거리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합창단은 지난 2011년 산업단지공단에서 공단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라승균(46) 지휘자를 중심으로 창원공단 노동자들이 모여 들었지만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해산 위기에 처했다. 합창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계속 노래를 하고 싶었던 단원들과 라 지휘자의 의지로 가능했다. “7년간 사업이 지속됐는데 지원이 끝났다고 합창단을 해산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다들 활동을 너무 즐거워했으니까, 우리끼리 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그렇게 13년간 활동해온 ASSA의 단원은 50여명이다. 처음에는 산단공의 사업 취지에 맞춰 창원공단 내 공장이나 사무실 출신 노동자들이 주축이 됐지만, 이제는 ‘창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면 누구나’ 합창단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모두 창원에서 모인 만큼 지역에 대한 애정도 있다. 이날 합창단은 광복절 공연의 마지막 곡을 영화 ‘위대한 쇼맨’의 수록곡 ‘THIS IS ME’를 창동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개사해 율동과 함께 선보였다.
매해 연말마다 1회 정기공연을 열고 있는 ASSA의 합창연습은 수요일마다 도계동 일대에서 이뤄진다. 단원 중에 음치, 박치도 있는 ASSA의 모토는 ‘즐겁게 노래하자’이다.
라 지휘자가 합창단의 목표를 설명했다. “누구든 즐겁고 재밌게 노래하는게 목표예요. 사실 ‘잘하자’고 하면 즐겁지 않은데, ‘즐겁자’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잘해지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합창단이 더 오래가서 창원의 중장년과 청년, 청소년까지 모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글·사진= 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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