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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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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신신예식장, 주민 손으로 ‘꽃단장’

동마산라이온스클럽 ‘수리 봉사’

  • 기사입력 : 2023-05-25 20: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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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일까지 외벽 페인트·화장실 등
    5000만원 들여 전액 무료 공사
    “대 이은 ‘결혼 선물’ 명소 보존해야”
    가업 이어 대표 된 아들 백남문씨
    “어려운 분들, 부담갖지 말고 연락을”


    “이제 신신예식장이 전국적인 명소가 됐는데 꽃단장해야죠. 지역 주민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수리하니 앞으로 더 잘될 겁니다.”

    25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신예식장에는 동마산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외벽을 페인트칠하고 창호를 교체하고 있었다. 이날 23℃까지 기온이 올라 회원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일했지만, 표정은 다들 밝았다.

    2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신예식장에서 수리 봉사활동에 나선 동마산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 창호를 교체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2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신예식장에서 수리 봉사활동에 나선 동마산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 창호를 교체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신신예식장 건물은 60년이 넘었기에 군데군데 녹이 슬고 페인트칠이 벗겨졌지만, 수리가 시작되자 점차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28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는 봉사는 건물 외벽을 보강해 페인트칠을 새로 하고, 내부 화장실 등을 고칠 예정이다. 하지만 손님들이나 시민들이 옛날 모습의 신신예식장 홀을 더 좋아하는 만큼 내부는 수리하지 않기로 했다.

    동마산라이온스클럽은 5000만원에 상당하는 장비와 인력을 들여 전액 무료 수리에 나섰다.

    서상오 동마산라이온스클럽 회장은 “신신예식장은 전국적으로 유명하지만, 예식 비용을 받지 않은 채 운영돼 리모델링이 안 돼서 그런지 많이 낡았다. 이렇게 지켜만 보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말이 나와 직접 건물을 고치는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며 “백낙삼 대표님을 여러 번 뵀는데 정말 동네 아저씨같이 편하고 따뜻한 분이었다. 돈이 많이 되는 일도 아니고, 봉사를 가업으로 잇겠다는 새로운 백남문 대표도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땀을 흘리며 건물 외벽을 수리하고 있던 박종진(43)씨는 “회원들이 새벽 6시부터 나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직장이 있어 온종일은 있지 못 하는 회원들도 틈이 날 때마다 나와 돕고 있다”면서 “힘은 들지만 보람이 정말 크다”며 환하게 웃었다.

    신신예식장은 지난 1967년 고인이 된 백낙삼 전 대표가 설립했다. 예식장은 55년 동안 1만4000쌍에 달하는 부부에게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결혼식을 올려줬다. 현재는 지난 4월 작고한 백 전 대표를 이어 그의 아들 백남문씨가 예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를 이어 아들이 ‘평생 추억’을 선물하는 것이다.

    백낙삼 전 대표는 생전에 가족들에게 이런 글을 남겼다. “아들, 딸, 손녀들이여. 비록 저녁거리 없이 시작한 살림이었지만, 우리 부부는 한없이 원 없이 가족과 더불어 한평생을 즐겁게 살았노라. 이제 오복을 누리다가 생을 마감하노니 너희들은 오늘을 너무너무 슬퍼하지 말고, 호상이니 웃음꽃을 피우며 경사스럽게 맞이하라.”

    백 전 대표 부인 최필순(82)씨는 “남편은 항상 ‘내가 죽으면 예식장을 남문이가 물려받아라. 남문이가 죽으면 손주들이 해라’고 말했다”며 “아들이 잘 운영하고 있어 뿌듯하고,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고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가업을 이은 백남문 대표는 예식장 운영에 전념하기 위해 기존에 하던 사업을 정리했다. 아버지 발인 당일에도 예정된 예식을 그대로 진행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앞으로 형편이 좋지 않아 결혼식을 못 올리는 이들에게 평생의 추억을 선물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아버지 휴대전화로 예약 문의를 해서 그 휴대폰을 제가 물려받아 쓰고 있어요. 신신예식장이 없어진다면, 형편이 안 좋은 분들은 평생 웨딩드레스 한 번 못 입고 돌아가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업을 물려받았죠. 예식장 비용은 거의 무료에 가깝지만, 형편에 맞게끔 받고 있으니 어려운 분들이 계신다면 비용 걱정하지 마시고 꼭 연락해 주세요.”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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