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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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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아니하지만 말고 꾸준히 하라- 하순희 (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23-05-19 0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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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새 오월도 중순이다. 희망과 사랑과 감사의 달!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지나가고 전 세계 3대 성인의 한 분인 석가탄신일이 다가온다. 잎이 꽃보다 아름다운 연두로 물결치는 계절, 상수리나무와 후박나무 잎이 넓어지고 오색 병꽃이 피어나는 걸 보니 농촌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일 것 같다.

    코로나가 끝나고 3년여 만에 열리는 행사들에 화훼 농가에서도 기대가 큰 달이었을 게다. 여러 행사에 보람과 즐거움도 많았겠지만, 오른 물가에 사람 노릇 하느라고 팍팍한 가계부에 빨간줄이 그어지기도 하는 달이다.

    참 스승이, 좋은 인연이 많이 살아있는 세상은 건강한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아덴만의 영웅’이라는 석해균 선장은 물론, 어려운 상황에서 수많은 목숨을 살려내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귀인이신 이국종 교수에겐 이학산이란 참 스승, 좋은 인연이 있었다.

    너무나 가난했던 어린 시절, 아버지는 6·25 참전으로 지뢰를 밟아 한쪽 눈과 팔다리를 잃은 국가유공자였지만 친구들에게 병신의 아들이라는 놀림감만 될 뿐이었다. 축농증을 심하게 앓는 이국종 교수가 찾아간 병원마다 국가유공자 의료복지 카드를 내밀었을 때,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냉대를 받았다. 사회의 편견과 질시를 뼈저리게 느꼈을 때, 또 다른 병원에서 만난 이학산 의사는 내민 카드를 보고 “아버지가 자랑스럽겠구나”라며 진료비도 받지 않고 치료를 다 해주었고 공부 열심히 하라며, 나라를 위해 다친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해주셨다.

    오늘의 이국종 교수가 의사의 길을 가도록 이끌어 준 참 스승이자 좋은 인연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빛바랜 스승의 날이지만 3D업종이라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신념을 가지고 참 스승의 길을 가고 있는 참 선생님들께 변함이 없는 무한한 존경과 신뢰를 보낸다.

    내게도 고마운 참스승이 많이 계셨다. 생의 고비마다 획을 짚어주신 분들에게 보답도 못 한 채 지나고 있는 것이 죄송스럽다. 초등학교 시절, 도서위원으로 추천해 주시고 늘 칭찬으로 글을 쓰도록 이끌어 주신 선생님께선 몇 년 전 뵈었을 때, 소설가로 문단에 자라 잡고 계셨다.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신, 구순의 선생님 은혜도 잊을 수 없다. 자유시를 쓰다가 경남교원예능백일장에서 시조를 쓰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시조단에 발을 디딘 후 여러 스승을 뵈었다. 이미 고인이 되신 스승님께도, 지금도 늘 격려를 해주시는 스승님께도 고마운 마음을 안고 산다. 부지런히 글을 쓰지도 못한 채 지나온 시간의 고개를 돌아보며 ‘아니하지만 말고 꾸준히 하라’는 금강경의 사가이면면 불가이근근을 다시 생각한다.

    다음 주 다가오는 석탄일을 맞아, 불교도가 아니더라도 마음으로부터 감사의 연등을 올려보시길 권하고 싶다. 이웃 종교를 존중하며 성탄절에 성인의 탄생을 축하하고 이웃돕기에 참여하며 성금을 내고 예수님과 성모님의 사랑을 실천하듯이, 누구나 부처님으로 대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면 평안이 온다. 이 봄에 가까이 있는 거창 창포원의 꽃들을 보며 통영의 예술혼과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느끼고, 울산의 십리대숲 국가정원, 진주 촉석루에서 논개의 애국혼을 따라 마음자리를 찾고 싶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하지만 무시무종(無始無終),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이 삶의 길에서 다함 없는 마음으로 한 길을 갈 뿐이다.

    하순희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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