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장점으로 ‘언성히어로’(unsung hero)가 많다는 점을 꼽고 싶다. 보이지 않는 영웅. 남들 눈에 띄진 않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해야 할 일을 다하는 사람. 자기 일에 정성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말이다. 역사적으로 침략과 약탈을 많이 겪은 우리나라가 이렇게 독립적인 국가로 존재하고 발전하고 있는 것은 모두 이들 K-히어로 덕분이다.

병원에도 많은 언성히어로가 존재한다. 환자의 가장 가까이에서 24시간 함께 하며 회복을 이끄는 역할은 간호사가 담당한다. 간호사는 3교대 근무를 하면서 매 순간 환자를 관찰하며 처방된 약물을 투약하고 개별 환자에게 필요한 간호를 제공한다. 간호사들이 수행하는 많은 간호 활동은 수가가 제대로 산정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우리 간호사들이 한국의 대표적인 언성히어로라고 생각한다.

간호사는 환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기도 하였다. 2021년까지 발굴된 독립운동가 간호사는 74명이며, 이들은 부상병 간호는 물론 독립만세운동, 군자금 모집, 적십자 활동, 첩보활동, 비밀연락 및 독립군 규합 등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또한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가난하던 1960~1970년대 1만여 명의 간호사가 서독에 파견되어 외화를 획득하였다. 한국 간호계는 간호의 질을 향상하고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11년에는 간호계의 숙원사업이었던 ‘간호교육 4년제 일원화’가 법제화되었고, 이후에도 한국 간호계는 간호교육의 질을 관리하기 위해 전국의 모든 간호교육기관(간호대학, 간호학부, 간호학과 203개)을 대상으로 간호교육인증평가를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간호교육 인증을 받은 대학을 졸업한 학생은 간호사 면허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을 받고, 간호사 면허를 획득한 면허 간호사는 해마다 보수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준비된 전문직 간호사가 환자를 간호하게 하기 위함이다. 나이팅게일의 탄생일이기도 한 5월 12일은 ‘국제 간호사의 날’이다. ‘간호백년 백년헌신’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대한간호협회의 기념 슬로건이다. 100주년을 맞아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며 또다시 헌신을 다짐하는 우리 대한민국 간호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민주(영산대 간호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