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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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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칼럼] 낮아진 마약 진입장벽, 경남 청소년은 안전한가- 정규헌(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3-04-26 20: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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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남 학원가 한복판에서 마약이 섞인 음료가 뿌려졌다. 실로 경악할 일이다. 전형적인 마약사범 사이에 오가는 것으로 믿었던 마약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살포된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나라 전체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가 발표한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추진성과 및 향후계획’ 면면에는 그 시급성이 잘 드러나 있다.

    경남은 어떨까. 마약 자체를 우리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경남에서 일어난 청소년 마약 관련 사건을 살펴보자. 지난 3월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필로폰·합성 대마 등을 전달한 18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마약을 구매한 이들에게 비대면으로 마약을 전달하는 운반책 역할을 했다. 그중 1명이 10대였다.

    마약 판매 청소년이 있다면, 마약을 투약하는 청소년도 있다. 최근 창원지법은 마약투약 혐의로 기소된 열아홉 살 A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약물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11월 창원시 성산구의 한 파티룸에서 엑스터시와 케타민 등을 마시거나 흡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마약이 얼마나 ‘대중화’되고 ‘연소화’ 되었으며, 생활근거지에 침투해 ‘지역화’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0대 마약사범 수는 2017년 143명에서 2022년 481명으로 3배가 늘었다. 이는 비대면·온라인 거래로 마약 유통구조가 다변화되고, 값싼 중국산·동남아산 마약이 무분별하게 유입되면서 한껏 낮아진 진입장벽을 타고 청소년들이 마약의 세계로 넘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경남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5월 기준 도내 청소년 마약사범은 9명으로, 모두 펜타닐 패치를 오남용한 경우였다. 정확하게 2년이 흐른 2023년 현재, 마약 유통구조 변화와 신종 마약 등장의 여파를 살펴볼 수 있는 ‘경남 청소년 마약류 사용 실태조사’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경남 지역사회는 청소년 마약문제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표명하고 있을까. 경남도의회는 지난 2021년 5월 ‘경상남도 우리말 바르게 쓰기 조례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청소년 마약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마약김밥’, ‘마약떡볶이’ 등 청소년이 친근하게 접하는 음식이름에 마약을 매력적인 물질인 양 표현하고 있는 실태를 파악하고,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과 올바른 한글 사용 문화 조성을 위해 마련된 토론회로, 마약중독 예방 관련 전문가와 경남경찰청 마약수사대, 관련 단체 등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아울러 △경남형 자치경찰제 소관업무로 청소년 마약 범죄 예방과 단속 업무 도입 △교원 직무연수에 청소년 구매 신종 마약류에 대한 강의 개설 등의 제안도 나왔다. 청소년 마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집행기관이 의회의 제안에 적극적인 행동으로 답할 차례다.

    경남경찰청은 올해 상반기 인사에서 ‘다크웹 마약류 전문수사팀’에 전문수사관 2명을 배치했다. 수사의 영역은 조금씩이나마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이제 예방과 재활치료의 영역을 면밀하게 살필 차례다. 여기에는 지역사회 구성원 전반의 관심이 절실하다.

    정규헌(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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