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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새 생명 살리는 유일한 희망- 김정민(정치부 차장)

  • 기사입력 : 2023-04-24 19: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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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일 창원 진해에서 등교를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다 시내버스에 치여 뇌사에 빠졌던 11살 초등생이 14일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외동아들인 이 아이는 생후 24주 만에 힘겹게 태어나 가족들에겐 누구보다 각별하고 소중한 존재였을 터. 부모는 사고 직후 세상을 떠나지 않고 기다려 준 게, 아들이 주변에 사랑을 주고 가려고 한 것으로 생각하고 장기기증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기증은 사망 이전 뇌사 상태여야 신장과 간, 췌장, 심장, 폐, 각막 등 모든 장기를 이식할 수 있다. 사망한 후에는 시신 기증으로 안구만 이식 가능하다. 생명이 다해가는 사람들에게는 장기를 이식받는 게 유일한 희망이다. 하지만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말기 장기부전으로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는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장기이식 수급률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2017년 3만4187명이던 장기기증 대기자는 이후 매년 2000~3000명씩 늘면서 지난해 4만9765명으로 집계됐지만,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2017년 515명에서 계속 감소해 2022년 405명으로 2012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4년 10만8898명이던 장기기증 희망등록 건수도 2022년 6만9439명으로 급감했다. 매일 하루 7.5명의 환자들이 고통 속에서 장기이식만을 기다리다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장기기증이 소중한 생명 나눔이라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주저하는 이유로는 유교 사상에 따른 신체 훼손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크다. 이 때문에 기증 의사를 밝히기까지 가족들은 비통한 마음으로 수많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한 사람이 죽으며 기증하면 삶이 34년 연장되는 셈이라고 한다. 최대 8명의 수여자가 얻은 새 삶에, 고인의 흔적 또한 오랜 시간 이 땅에 머물러서다. 고귀한 결단을 내린 11살 아이의 부모님께 깊은 위로와 존경을 전한다.

    김정민(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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