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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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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장석주

  • 기사입력 : 2023-03-30 0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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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거미 내릴 무렵 광대한 저수지 건너편

    외딴

    함석지붕 집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흩어진다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오, 저것이야!

    아직 내가 살아 보지 못한 느림!



    ☞ 디지털 시대, 스마트폰으로 수많은 정보를 얻는 것 같으나 한편 무언가 잃는 것 같다. 삶이 갈수록 바빠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심심할 틈이 없다. 오죽하면 전화로 건네는 인사말이, ‘여전히 바쁘시죠?’로 시작할까. ‘바쁘실 텐데…’로 끝날까.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에 중독된 현대인의 삶으로 욕심에서 비롯된 과잉의 문제다. 더 많이 일해야 하다 보니 더 바빠지는 것이다.

    최근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말이 있다. ‘미니멀 라이프’, 자발적으로 불필요한 물건과 일을 줄여 본인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생활방식을 말한다. 이미 이러한 삶을 살고 있는 장석주 시인의 생태산문집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에서 읽은 글이다. ‘삶의 방식이 단순할수록 삶은 본질에 가까워진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산간 외딴 마을에서 흘러나오는 굴뚝 연기, 도시 문명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느림의 미학이다. 언젠가 저수지를 돌아 함석지붕의 저 고요 속에 엎드려 있고 싶다. 작은 들꽃 하나에 실눈 맞추고 딱 며칠간만이라도…. 꿈같은 시간을 꿈꿔보는 봄날이다.

    -천융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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