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성산칼럼] 우리 시대의 유토피아를 꿈꾸며- 김경복(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3-29 19:40:41
  •   

  • 새로운 삶을 꿈꾸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행위다. 새로운 삶이란 지루한 현실적 삶에 변화를 주는 것이요, 내일을 꿈꾸며 오늘을 보다 힘차게 살게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삶이란 인류가 고차원적 삶의 의식을 가지면서 부단히 추구되었던 가치이면서 끝내 삶의 완성으로서 달성되어야 할 이념이다. 새로운 삶은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단순한 삶의 변화를 넘어 보다 이상적인 삶으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그때 새로운 삶에 대한 지향의식은 매우 현실적이면서 당대의 현실을 뛰어넘는 이상적 속성을 띠게 된다. 우리는 그러한 의식을 유토피아 의식이라 부를 수 있다.

    유토피아는 인간이 추구하는 사상적 체계라 할 수 있다. 토마스 모어에 의해 창안된 이 용어는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모든 시도를 의미하는데, 문맥에 따라 이중적으로 쓰임을 볼 수 있다. 부정적인 뜻으로는 ‘그 어디에도 없는 곳’을 가리켜서 비현실적이고 실현 불가능하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긍정적인 뜻으로는 인간의 가장 고귀한 꿈이 실현되는, 그리고 인간의 행복을 방해하는 모든 것이 제거되어 욕망과 그 성취 사이에 그 어떤 긴장과 대립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곳’을 가리킨다. 유토피아는 이상사회를 표상하는 까닭에 당위의 세계이며 현실에 대한 제도적 비판과 개혁을 위한 제안을 하므로 또한 규범의 세계이다. 곧 유토피아는 도피가 아니며 보다 나은 세계에 대한 비전을 희망으로 제시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 때 우리에게 문제되는 것은 후자의 긍정적인 면이다.

    이러한 유토피아의 개념 정립에 있어 근대에는 진보의 원리가 유토피아라고 보았다. 진보에 대한 신념은 이성에 대한 신뢰를 뜻하며, 이성의 신뢰란 인간이 이성을 통해 사회 환경을 통제하고 보다 더 좋은 생활조건을 창조할 수 있다는 신념을 의미한다. 그 점에서 유토피아는 진보를 향해 직선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미래지향적인 움직임이며, 합리적인 수단을 통해 인간에 의해서 이 세상에서 구축될 수 있는 인간의 작품인 것이다. 그리고 유토피아의 기본정신이 휴머니즘에 입각해 있는 점도 이와 같은 차원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유토피아는 인류의 가장 깊은 갈망과 가장 고귀한 꿈, 그리고 가장 높은 포부가 성취되는 상상의 사회로서, 인간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고 깨달은 모든 것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물리적, 사회적, 정신적 힘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사회를 말한다. 유토피아 사상을 연구한 마르틴 부버도 유토피아를 인류 정신사에서 인류공동체를 통해서만 실현되는 올바름에의 갈망이라고 전제한 뒤, 자각적 인간의 의지 외의 어떤 다른 요인들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는 사회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때문에 유토피아는 인간이 비참하고 비인간적인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실제 주어져 있는 것’을 반박하고 수정한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유토피아 사상가는 현실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통해 특정한 사회와 국가에 대한 구체적 상(像)을 제시해 준다고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유토피아는 현실적인 ‘새로운 삶’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할 비전은 바로 이와 같은 차원에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반대파에 속하는 단체나 개인에 대한 정치보복이 아니라 잘못된 정치 구조나 제도에 대한 검토와 개혁 차원에서, 곧 지난 시절의 결핍과 부패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반성적 차원에서 정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삶을 위한 적폐의 제도와 구조가 이번 기회에 정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좀 더 물질적 재화도 공평하게 분배되어 우리나라가 자유롭고도 정의로운 나라로 다시 설 수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헬조선’이란 이름이 사라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경복(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