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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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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반풍수- 이홍식(수필가)

  • 기사입력 : 2023-03-20 19: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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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풍수 집안 망친다’는 말이 있다. 이것만큼 맞는 말도 없지 싶다. 세상을 살며 생기는 수많은 일이 이것을 비껴가지 않는다. 제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지 말자. 그런 사람 대부분은 대충 아는 것을 잘 아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이다.

    세상이 달라진 요즘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다룰 줄 모르면 꼰대 소릴 듣는다. 젊은 사람에게 무시당하기까지 한다. 그보다도 본인이 모르면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그렇다 쳐도 필자는 컴퓨터를 잘 못 다루는 컴맹이라 그런 일로 자주 곤욕을 치른다. 배운다고 배워도 끝이 없다. 내 능력 밖이다. 나이 먹은 사람이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그럴 때 있는 게 전문가다. 내 경험으로는 모르는 게 있으면 여기저기 수선 피우지 말고 전문가에게 묻고 배워야 한다. 그게 답이다. 사람 사는 세상 수많은 일이 그렇다. 자기가 모르면 아는 사람에게 묻고 배워야 한다. 그러지 않고 대충 아는 사람(반풍수)에게 물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어렵기만 한 세상살이에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묻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반풍수를 피하라는 말이다. 특히 의학과 법률에 관해서다. 살면서 이런 일로 안 해도 될 고생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것 말고도 일상에서 생기는 사소한 것으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길 가르쳐주기다. 한번은 길치인 내가 승용차를 몰고 어딘가를 가다가 그런 사람에게 길을 물어 뺑뺑이를 돌고 돌다 제자리로 돌아온 일이 있었다. 정말 기가 막혔다. 순간 떠오른 것이 반풍수 집안 망친다는 말이었다. 잘못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 말을 믿은 나에게 있었다. 다시 길을 물어 운전하며 혹여 내가 남에게 반풍수가 된 적은 없었는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세상일 무엇이든 옳게 가려면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제대로 가야 한다. 그게 예술이든 학문이든 스포츠든 사람이 하는 일 대부분이라고 해도 좋겠다. 그 길을 가다가 길을 몰라 헷갈릴 때는 우리는 등산길 표지기 따라가듯 가야 한다. 설령 못 가는 한이 있어도 반풍수에겐 묻지 말자.

    이홍식(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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