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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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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남 의료 인프라 이대로 괜찮은가 (하) 과제- 지역에서 양성부터 유지까지

의대 신설해 의료 인력 확보하고 지역 정착 유도해야
‘지역 의대 신설’ 가장 시급
창원시, 1992년부터 30여년 유치 추진

  • 기사입력 : 2023-03-16 2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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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의 의료 인력 부족과 인프라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에서 의사 양성부터 유지까지 연계되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지역 의대 신설 및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지역의 의사 양성 비율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지역에서 배출된 의사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더해져야 한다.

    이와 함께 당장 눈앞에 닥친 지역 공공의료 인력 공백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단기적인 대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경남도의 행정력 집중과 지역 정치권의 적극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3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창원특례시 의과대학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 출범 및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과대학 유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지난 13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창원특례시 의과대학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 출범 및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과대학 유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창원지역 의대 신설로 양성부터= 경남의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역 의대 신설이다. 지역 의대의 지역인재 선발 전형 비율을 늘리고, 해당 졸업생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지역 의사 공백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지역의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과도 연계돼 지역민들의 건강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남도는 도내에서 창원권이 의대 신설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1992년부터 지역 의대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창원시는 인구 100만 도시 중 유일하게 지역 의대가 없어 의료인력 공급과 수요에서 불균형 문제를 겪고 있으며, 경상국립대병원 등 수련병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641개 병실을 이미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과대 교수 유치를 위한 정주 여건이 마련돼 있고, 창원경상국립대 등에 177명의 교수진이 진료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에 도와 창원시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의대 신설 방침 발표에 따른 선제적인 의대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경남도는 민선8기 출범 이후 창원지역 의대 신설을 위한 TF를 발족했으며, 창원시도 창원의과대 유치 기획단을 구성했다. 지역민들의 지역의대 신설에 대한 열망도 높다. 지난 13일 경제·의료·교육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여 ‘창원 의과대학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고, 경남도의회와 창원시의회에서도 ‘경남 창원지역 의과대학 설립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창원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의대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지역 정치권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의대 신설 법안을 다루는 국회 교육위원회에는 경남지역 의원이 한 명도 없고, 보건복지위에는 강기윤 의원 한 명만 소속돼 있는 상황에서 경남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불리한 상황이다. 또 2020년 강기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립창원대학교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이 2년 넘게 계류 상태인 가운데 최근 1년간 국립순천대, 국립공주대, 전라남도 의과대, 국립목포대 설립을 위한 다른 지역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매달 잇따르고 있다. 이에 지역 정치권에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경남 의대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남도 한 관계자는 “경남에 의과대 설립을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지역 정치권과의 협의를 통해 도내 의대 설립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논리를 만들어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남 안에서도 의대 신설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조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창원대는 공공의대 설립을, 경상국립대 의대는 기존 의대 정원 확대를, 창원 한마음병원은 사립 의대 신설을 주장하며 유치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경남형 의사인력 확보 방안 마련돼야= 지역의 공공 의료 인프라 불균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대 신설과 더불어 경남도의 단계별 대책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 특히 경남도가 현재 추진 중인 서부경남 공공병원 신축, 거창과 통영적십자병원 신축이전, 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건립, 김해의료원에 의사 인력 공급 방안은 해결이 시급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한 경남도의 전담부서 설치를 우선 과제로 제시한다. 이언상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롭게 만들어질 공공병원에서 일할 의료인력을 원활하게 확보하기 위한 전담부서를 마련해 현재 시행 중인 공공임상교수제와 의대생·전공의·공중보건의 지원사업, 공공보건의료 근무환경 개선사업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수도권과 경남도의 의료격차 문제뿐만 아니라 경남 도내 의료격차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만성질환자의 원격협진 및 찾아가는 서비스, 외상환자 등 급성기 환자 응급의료 이송 및 치료 체계 구축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지역 공중보건의사의 경남도 정착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 제도 등을 마련할 필요성도 있다. 더불어 의사들의 지역 정주율을 높이기 위해 경남도의 지역 수련의 정원 확대 및 공공병원 수련병원 지정에 경남의 지분을 더 늘려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영수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 책임연구원은 “의과대 졸업 후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 기간이 지역사회 정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지역의 전공의 정원 확보는 지역 의사인력 확보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며 “현재 수도권에 집중된 전공의 정원을 비수도권으로 이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대형병원 위주의 수련체계를 개선해 마산의료원과 서부경남 공공병원 등 지방의료원이 수련병원으로 지정돼 지역에서 의사를 수련시키고 고용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불어 지역에서 수련하는 필수의료 수련의에 대해 임금 및 교육비 등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정주여건 개선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젊은 세대 의사들이 정주하기 위해 정기적인 의료인력 실태조사를 통해 의사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장원모 서울보라매병원 교수는 제4회 경남 공공보건의료 심포지엄 발제를 통해 “지역의 의사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모집과 유지에 집중된 단편적 접근이 아닌 양성부터 수련, 모집, 유지까지 연결하는 하나의 축을 통한 경남도의 투자나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경남의 경우 경상국립대뿐만 아니라 삼성창원병원도 공공재 역할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하고, 의대생과 전공의, 예비의사들이 더 젊은 나이에 경남 내에서 공공의료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민 연세학생건강공제회 이사장 역시 “시스템 다이내믹스를 활용한 지역별 국내 의사인력 수요에 대한 추계모델 분석 결과 경남은 전국 대비 수급 차이가 가장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집중적인 연구 및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선진사례는= 경남도는 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 위한 선진사례로 일본 오키나와현을 주목하고 있다. 경남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오키나와현은 2019년까지 낙도와 벽지 의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의사확보 시책을 통해 최근 2년간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가 16.5명 증가하는 등 지역 편중 문제에 성과를 냈다.

    일본에서는 의료법에 의료계획 내 의사 확보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게 하고, 의료계획 달성 추진을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사 확보 및 그 외 필요한 조치 강구에 대한 노력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오키나와현은 지난 2015년 의사확보 담당부서를 만드는 등 단계별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그 결과 오키나와현은 2021년 기준 총 147명의 의사를 확보하고 그중 연 135명을 낙도와 벽지에 파견하는 실적을 내고 있다.

    오키나와현에서는 현재 의사확보 관련 약 162억원(한화 기준)의 예산을 투입해 25개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 중 의료 인력 확보에 가장 효과를 본 정책은 2009년부터 류큐대에서 시행한 ‘의학부 지역 정원제’다. 이는 지역 정원제를 통해 입학한 학생에 대해 의대 재학 6년 동안 수업료와 생활비 등을 빌려주고, 해당 학생이 4년 동안 오키나와현 의료기관에 근무할 경우 반환을 면제해주는 제도로 지난 2009년 9명에 그쳤던 지역정원제 입학자는 2015년 이후 17명으로 늘었다. 류큐대학교 지역 정원제로 배출되는 의사가 2029년 이후 1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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