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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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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 라상호 사진가의 꿈의 여정 ③ 남쪽에서 만난 좋은 친구들

새끼 펭귄의 헤엄, 과나코의 우정… 매 순간이 감동
아르헨티나 푼다 톰보서 만난 새끼 마젤란 펭귄들의 첫 헤엄
철조망에 걸린 친구의 고난을 목청껏 알린 과나코의 애원

  • 기사입력 : 2023-03-14 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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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질을 시도하다 거센 파도를 만난 아기 마젤란 펭귄.
    물질을 시도하다 거센 파도를 만난 아기 마젤란 펭귄.

    3월4일 엘리펀트 섬 빙하지대인 이곳엔 을씨년스러움만 가득하다. 하늘과 바다는 검푸르고 차가운 냉기가 온몸을 감싸는 날의 연속이다. 해돋이는 매일 아침 꽝이다. 넓은 바다 한가운데서 일출을 보고 싶다. 이제, 구름여행을 시작해야겠다. 한 순간도 같지 않을 담묵색의 변화를 담아내고 싶다. 다시 이 배는 밤배가 되어 내일 온종일 항해한다.

    또다른 기항지로 향하는 배
    또다른 기항지로 향하는 배

    3월5일 오랜만에 맑고 뜨거운 햇살을 맛봤다. 어제 오후의 피곤을 조금 위로받는 기분이다. 어제는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원고 메일을 보내기 위해 얼마나 애간장을 태웠는지 모른다. 한국에서 해온 로밍은 승선하자마자 단절되고, 크루즈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 또한 최악이다.

    사용료 285불을 지불했는데도 접속이 제대로 안 되고 4시간여만에 연결 사인이 왔다. 1시간이 걸려 메일 전송을 했지만 제대로 보냈는지 확인조차 어려웠다. 애타게 메일을 기다렸을 이슬기 기자가 눈에 선하다. 메일은 잘 도착했을까? 마음이 놓이질 않지만 그저 기도할 뿐이다. 내일 10시경 스텐리에 정박하면 제일 먼저 전화를 해야겠다. 오늘도 구름여행을 한다.

    포클랜드에서 만난 성당.
    포클랜드에서 만난 성당.

    포클랜드에 있는 대처 수상 흉상.
    포클랜드에 있는 대처 수상 흉상.

    3월6일 아르헨티나 포클랜드를 다녀왔다 역사의 뒤안길에 있는 포클랜드, 아주작은 섬에 각기 디자인이 다른 조각집들, 100년 역사를 간직한 소박한 성당을 찾았다. 간결한 성전과 스테인드글라스의 조형미가 아름다워서 절로 경건한 마음을 들게 한다. 박물관을 가기 전에는 영국 대처 수상의 흉상이 웃음띤 모습으로 바다 저편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지켜봤다.

    역사는 후대가 기록한다 했던가? 영국령인 포클랜드에는 영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으며 마을 건너 바닷가에는 펭귄이 살고 있었다. 좀체 미동이 없는 조각 펭귄같은 느낌. 그 평온함과 바람언덕 흔적이 마음을 쉬게 했다.

    97일간의 여행을 하고 계신 김종환, 김순희 부부.
    97일간의 여행을 하고 계신 김종환, 김순희 부부.

    3월7일 오늘도 오전 5시 30분 갑판에 올라섰다. 이제 조금씩 온기를 품은 바람이 불어온다. 온종일 태평양 하늘은 파랑색일 것이다. 여정 중에 가끔씩 만나는 행운이 오늘도 생겼다. 2000여명의 여행객 중 단 두 커플의 한국인들이 있었다. 그 중 김종환, 김순희님을 만난 것이다. 교육계에 몸담으시다가 종환님은 정년퇴임, 순희님은 명예퇴직을 하고 길을 나섰다고 한다. 이번 여행은 97일간의 일정으로 진행 중인데 87일째 되던 날 나와 일행을 만난 것이다. 그들은 파타고니아 피츠로이를 잊을 수 없으며, 페루 맞추픽추에서는 덩실덩실 춤도 추었다 한다.

    꿈에 그리던 마추픽추가 통제돼 콜롬비아에서 10여일을 지내고 다시 찾았는데 잉카레일을 3시간 걷고 걷는 고행 끝에 만난 마추픽추라 여한이 없다고 했다. 5월쯤엔 유럽여행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생생히 겪은 경험담을 아낌없이 들려주며 여행에 대한 들뜸을 나누던 시간들이 값졌고, 인터넷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내게 선뜻 도움을 내어줘 정말 고마웠다. 여행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정말 큰 행운이자 행복이라 여긴다.

    푸에트로 마드린 푼타 톰보에서 만난 마젤란 펭귄들. 푼다 톰보는 이들의 주 서식지다.
    푸에트로 마드린 푼타 톰보에서 만난 마젤란 펭귄들. 푼다 톰보는 이들의 주 서식지다.
    푸에트로 마드린 푼타 톰보에서 만난 마젤란 펭귄들. 푼다 톰보는 이들의 주 서식지다.
    푸에트로 마드린 푼타 톰보에서 만난 마젤란 펭귄들. 푼다 톰보는 이들의 주 서식지다.

    3월8일 이번 기항지는 아르헨티나의 푸에트로 마드린이다. 2시간여를 버스로 달려 최대 100만마리의 마젤란 펭귄이 산다는 푼타 톰보(Punta Tombo)에 당도했다. 상상했던 펭귄들의 모습과 다르다. 숲에 땅굴집을 짓고, 새끼를 키운다. 이 펭귄들은 가까운 바닷가를 찾아 물길질과 잠수, 먹이 사냥을 가르친다 했다.

    계절상 지금은 새끼 펭귄들이 많았다. 두 시간 넘게 기다려도 어미 펭귄은 돌아오지 않는다. 어디 갔을까? 새끼 펭귄들을 물질을 다 배우지 못했는지 자꾸만 망설인다. 어쩌다 '첨벙' 헤엄을 시도하다 힘찬 파도에 밀려 다시 들어오길 몇 번째. 사람 사는 이치와 같다는 생각 든다. 부딪치고 직접 경험하며 배우면서 바다로 더 멀고 깊은 바다로 나아가나 보다.

    넓은 들녘에는 예쁜 '과나코'가 살았다. 낮은 구름들을 보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 갑자기 과나코의 무리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알고보니 과나코 한 마리가 철조망에 걸려 뒹굴며 버둥대고 있는 게 아닌가. 과나코들은 한목소리로 애원하고 있었다.

    공원 관리인들이 재빠른 도움으로 과나코는 무리로 돌아갔고, 그 감동적인 순간을 촬영할 수 있어 행복했다. 동물로부터 친구 사랑을 느끼는 때, 김종환님 부부를 우연히 다시 만났고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것 또한 신의 축복일 것이다. 크루즈로 돌아오는 내내 작은 입의 과나코와 첫 물질을 하던 새끼 펭귄이 눈에 선했다.

    철조망에 걸린 과나코와 구해주려는 공원 관리인들.
    철조망에 걸린 과나코와 구해주려는 공원 관리인들.
    예쁜 눈을 가진 과나코들.
    예쁜 눈을 가진 과나코들.
    과나코.
    과나코.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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