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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학교폭력의 진화- 이지혜(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23-03-13 19: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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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폭력에 온 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쪼그려 앉은 채로 울던 대구의 한 중학생의 죽음에 분노했던 우리는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힘없는 친구들만 골라 뜨거운 고데기를 들이댔던 드라마 ‘더글로리’ 속 연진이에게, 오랜 시간 친구에게 “제주에서 온 돼지” “빨갱이”와 같은 언어폭력을 행사한 어느 변호사의 아들에게 다시 분노하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 및 처벌제도가 도입된 것은 지난 2012년. 작은 폭력 행위라도 예외 없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이를 학생부에 기록해 가해 학생을 엄벌하도록 했다. 교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막고자 했던 것인데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가해 학생들은 증거가 남는 물리적 폭력 대신 기준이 모호한 따돌림, 언어폭력 등으로 친구를 괴롭히고 부모는 대학입시와 연결된 자녀의 학생부를 지키려 법정 싸움도 마다하지 않게 됐다.

    ▼최근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는 가해학생 부모가 할 수 있는 모든 법률적 방법을 동원한 예다. 전문 법률 지식을 동원해 진술서를 작성하고 교육청 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후엔 전학처분 취소 소송, 징계 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이어져 가해학생은 1년여 후에야 전학을 갔고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합격한다. 피해학생이 정신과 치료를 이어가며 대학 진학조차 못하고 있는 동안 말이다.

    ▼새 학기 설렘과 긴장을 안고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당장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아이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하는 마음에 검색창에 ‘학교폭력’을 입력해 본다. 저마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라는 이들이 피해자는 상해진단서를 우선 끊어야 하고 가해자라면 피해자에게 성급히 사과해선 안 된다 한다. 3월이라 더 슬픈 이야기다.

    이지혜(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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