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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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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병의 감별과 대처법] 아이의 꾀병? 속마음을 읽어주세요

‘배·머리·다리 아프다’는 꾀병 3대 증상
아프다고 하다가 TV 볼 땐 괜찮으면 꾀병 가능성

  • 기사입력 : 2023-03-13 0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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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이 호소하는 3대 증상은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다리가 아프다’인데 그 원인 중 많은 경우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심리적인 원인이다. 다시 말해서 배, 머리, 다리로 표현하지만 실제론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을 못 해서 어딘가가 아프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꾀병이라고 표현하는 단어는 외부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과장된 증상을 표현하는 상태를 말한다. 외부적인 이득이란 치료를 통해 1차적으로 얻게 되는 의학적 이득과는 다른, 자신에 대한 관심이나 보상,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려는 외부적인 요인과 관련된 이득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아이들의 꾀병을 감별하는 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은 그 증상의 지속성 여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아프다고 하는 시간이 몇 시간, 길게는 며칠을 지속적으로 아프다고 하면 병원에 와서 원인을 찾아보아야 하겠지만 아프다고 하다가 다른 것에 관심을 보이며 증상 호소를 하지 않으면 진짜 아픈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가 아프다고 징징대다가 핸드폰에 집중하거나 TV에 집중할 때는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으면 꾀병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반복적으로 아프다고 할 때는 그때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기 싫은 학원에 가야 하거나, 시험 기간이 가까워온다든지, 하기 싫은 무엇을 해야 할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아프다고 표현을 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어렵고 까다로운 꾀병 진단= 꾀병의 진단은 어렵고 까다로운 작업이다. 먼저 검사를 통한 확진이 어렵다. 진단 기준이 모호해 의사의 주관적 판단이 많이 작용하며 환자의 동기까지 평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진료실에서는 생활 습관 전반을 자세히 들여다볼 시간이 부족하다. 부모조차 이런 대화 시간을 갖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진료 중에도 본인 일정이 촉박하다며 의료진을 다그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청소년이 부모에게 본심을 꺼내기 어렵다. 학교에서도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상담실이나 보건실을 찾으라는 말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돌이키기 어려운 순간이 되어서야 병원 문턱을 넘는 경우가 흔하다.

    의사에게 심적 부담을 크게 준다는 점 또한 진단을 어렵게 한다. 의사는 환자의 말을 믿고 치료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인데, 꾀병 진단은 자칫 의사-환자 관계를 손상시킬 수 있기에 쉽게 내리지 못한다. 더군다나 실제 질환을 꾀병으로 잘못 진단했을 경우 환자, 의사 둘이서만 모든 부작용(진료 기회 감소, 신뢰 관계 손상)을 감당하게 되기 때문에 더욱 부담감은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은 아이들이 아프다고 호소할 때 혈액검사나 X-레이, 초음파, CT 등의 검사를 하게 되고 진찰 및 검사 결과와 아이가 호소하는 증상이 불일치를 보이는 경우, 진단에는 비협조적인데 치료에는 협조적인 경우에 꾀병, 아니 신체화 증상 장애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이에 대한 진단을 잘 내려주지 못하고 검사가 정상이니 괜찮다고만 하면 보호자나 아이들은 또다시 다른 병원으로 가서 비슷한 검사를 하게 되고 닥터 쇼핑(doctor shopping)을 하게 될 수 있다.

    ◇마음의 불편함이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나= 꾀병이란 표현은 일단 거짓말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아이의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실제 신체의 불편을 초래하는 신체화 증상(somatization)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검사결과상 특별한 소견이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아플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히스테리라고도 했던 신체화 증상 장애(somatization disorders)는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유전적인 요소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뇌 기능 이상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심리적으로는 갈등을 상징화한 것으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책임을 회피하고 싶을 때, 내적 갈등이 있을 때 신체화로 표현된다고 생각된다.

    증상은 두통, 복통, 가슴 통증, 구역질, 근육 약화나 마비, 어지러움증, 목의 이물감 등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며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악화되기도 한다. 치료 시 증상의 심리적인 원인을 찾고 감정을 표현하고 느낌을 표현하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꾀병에 대한 대처는 섬세하고도 어려운 작업이다. 일부 문헌에서는 꾀병 부리는 아이의 체면을 세워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꾀병의 무의식적인 동기에 대해 파악하면서 동기의 제거나 감소를 시도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네가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안다. 엄마, 아빠가 도와줄 테니 같이 이야기해보고 해결해보자’ 하는 보호자의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혼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는 단호히 지적해서 반복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 또한 보호자로서 필요한 행동이다. 육아에 있어서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몸이 아프다 할 때 그 이면의 아픈 마음을 볼 수 있다면 정말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글= 유지형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한국건강관리협회 2023년 건강소식 2월호 에서 발췌

    (자료제공: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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