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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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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해지고 싶다면 감정부터 다스려야

‘스트레스’로 부터 건강을 지키는 방법
음식·운동은 챙기면서 감정 다스리는 훈련은 안해
노년기 이전 건강에 가장 중요한 건 ‘스트레스 관리’

  • 기사입력 : 2023-02-12 21: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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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사람이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고 희망합니다. 건강과 행복을 함께 가지려면 어떻게 생활해야 할까요?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며, 술과 담배는 멀리하고, 건강한 마음으로 살면 될까요? 건강과 행복을 모두 가지는 방법, 함께 알아볼게요.

    우리는 저마다 다른 유전자를 타고나며, 매일 먹고, 움직이고, 감정의 변화를 겪으며 생활합니다. 흡연이나 음주를 하기도 하지만, 이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요. 또 기온, 공해, 미세먼지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잠깐 2021년 통계청 사망원인 자료를 살펴볼까요? 10~39세까지의 사망원인 1위는 고의적 자해이고, 40대 이후의 사망원인 1위는 악성신생물, 즉 암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40~59세에도 여전히 고의적 자해가 2위에 올라 있으며, 60대 이후에 이르러야 사망원인 2, 3위가 심장질환 및 뇌혈관질환으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경우 단순히 운동이 부족하거나 영양 불균형만으로 고의적 자해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노년기 이전에 건강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감정적인 스트레스 관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받는다’의 의미는?= 나이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감정보다는 흡연이나 영양, 운동이 원인이 되기 쉬운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살아 있는 시기의 2/3 정도는 감정적인 스트레스 관리가 건강과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몸에 좋다는 음식,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은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챙겨 먹으려 하고, 많이 움직여야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운동도 따로 시간 내어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곤 합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받는다’고 자주 이야기하면서도 이는 외부적인 자극에 의한 자연적인 반응으로 여겨, 스트레스 상황에 잘 대처해 감정을 편안하게 다스리는 훈련을 하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받는다’는 말을 자주 씁니다. 이는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stressor)과 스트레스로 인한 몸의 반응(stress reaction)을 모두 일컫는 말이지요. 즉, 불편한 상황에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조이고, 속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되지 않거나, 머리가 아프고 편안하지 않은 상태에 이르는 증상 등이 나타날 때 우리는 흔히 ‘스트레스받는다’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에는 외부에서 받는 정신적인 자극뿐 아니라, 추위, 배고픔, 해로운 음식물 등 몸속 환경을 일정하게 편안히 만들지 못하는 상태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식사를 제때 하지 않거나, 흡연이나 음주로 몸을 힘들게 하면 몸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느낄 때와 헷갈리게 되어,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짜증을 내거나 불안해지기도 하고, 혼자 있을 때는 아무 의욕이 없이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열량 섭취와 스트레스=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의 예를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53세 남성이 수개월 전부터 매 순간 화를 참을 수 없다며 진료실을 찾아왔습니다. 부친이 당뇨와 협심증으로 사망하셔서, 가족력으로 인해 자신도 급사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환자는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약물치료 중이었고, 178㎝에 95㎏으로 고도비만에 가까운 상태였습니다.

    환자에게는 기본적인 검사와 함께 심혈관 상태를 보는 CT 촬영을 했습니다. 기본적인 검사에서는 공복혈당이 115㎎/㎗로 나타나 당뇨와 정상의 사이인 공복혈당 장애 상태였고, 심장 CT상에는 심장 혈관 4개 중 세 군데 혈관이 조금 막혀 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혈관은 30% 정도 막힌 상태였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심장 혈관에 염증으로 인해 돌처럼 막혀가는 석회화 수치가 900 정도 되어, 80대 노인의 75~80% 사이에 해당하는 수치였습니다. 환자에게 운동량과 식사섭취 열량을 질문하니, 하루 1시간 30분씩 걷는 운동을 주 4회 정도 하고, 점심은 거르고 아침 300㎉, 저녁은 약 600~700㎉에 저녁 간식으로 200㎉ 정도 되는 요구르트를 드시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연령의 비만한 남성에서 체중감량을 목표로 하지 않을 때는 약 2,200~2,400㎉ 정도의 열량 섭취를 권유하곤 하는데, 환자는 1,100~1,200㎉ 정도의 열량을 섭취하고 있어,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잔다고 해도 열량이 조금 모자랄 정도의 음식물을 섭취하고 있었습니다. 생존에 필요한 기본 열량이 충족되지 않는 상태에서 운동과 직업적으로 하는 일을 하니, 조금만 거슬려도 화를 참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환자에게는 우선 하루에 적어도 2000㎉ 정도의 열량을 섭취하도록 권유했습니다.

    ◇생존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조건에 이르지 못하면, 그 조건을 획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몸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이 작용하지 못하면, 비만한 사람이나 젊은이들은 화를 참기 어려운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또 건강한 사람에게 화와 분노를 참기 어려운 순간이 지속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19% 증가하고, 불안과 우울이 지속되면 심혈관질환뿐 아니라 암 발생 위험도 13% 증가하게 됩니다. 젊은이들의 경우는 수면 시간과 신체활동, 즉 운동이 감정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화를 참기 어려운 순간, 분노 조절이 어려운 순간을 예방하고, 암과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려면, 적어도 11~12시에는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하루에 1시간 정도를 따로 내거나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 퇴근 이후의 시간을 활용해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 유산소운동을 해야 합니다.

    반면 중년 이후에는 섭취 열량이 지나치게 적지 않아야 운동을 잘할 수 있습니다. 즉, 다음 끼니가 돌아올 때까지 쓸 정도의 열량을 섭취해주어야 하고 싶은 만큼의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감정도 편안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감정 게이지를 규칙적으로 체크하자= 사람은 생존을 위해 몸속의 기본 욕구가 충족되어 몸이 건강해야 웃을 수 있는 여유와 행복감, 즉 편안한 감정이 생기게 됩니다. 배가 부른 느낌, 포만감이 느껴져 육체적으로 위와 장이 채워졌다는 신호가 뇌의 감정 중추에 전해져야 편안함을 느끼게 되지요. 특별히 외부 스트레스 요인이 없고, 걱정할 만한 일이 없는 데도 불안하고 화를 참기 어렵다면 체력이 바닥난 원인이 무엇인지 체크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은 생활 습관입니다.

    감정을 어떻게 잘 다스리느냐가 기쁨, 슬픔, 행불행뿐 아니라 생존을 결정하는 열쇠임을 의미합니다. 상대편을 배려하고 스스로의 감정 게이지를 규칙적으로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남이 아닌 내 건강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정리=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1월호 발췌(자료제공 : 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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