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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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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시님을 게럽히다 망애뿐 부재- 손정란(수필가)

  • 기사입력 : 2023-02-09 19: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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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뻴쭉시리 시주를 얻으러 오는 시님을 괴럽히다 망해뿌게 된 설화를 옮기 본다.

    엣날 경상우도(경상남도 진주시) 사봉면 무촌리(茂村里)의 한 마실에 강 씨 성을 가진 부재가 살았지. 그란데 그 강 영갬이 때때모찌라 인정내미라고는 눈꼽재기만침도 엄고 어세고 결사납더라고 하네. 동냥바치나 시님이 시주를 얻으러 가기만 하모 다짜구짜로 붙잽아 머리에 대테로 메아가 쪾아버리곤 하는기라.

    하도 시님들을 골탕을 미이니까. 하릿날, 절 주지 시님인 도사(道士)가 바랑을 짊어지고 부잿집 마당 한가분데 서서 목탁을 뚜디리며 시주하라는 염불을 에얐다쿠네. 그담새 사랑채에서 강 영갬이 거들먹거리며 척 나오더니만 머심을 부르고는, 저 넘을 잡아 뭉끄라고 명했제.

    먼눈팔며 딴짓거리하던 도사가 쪼를 뺌시로 말하기를 “이 댁을 수매짚게 둘러봤더이 재물은 만수판인데 건력이 엄읍네더. 부재는 건력과 돈을 항께 누리야지, 돈만 잇시몬 오래 버팅기지 몬함네더.”

    고약한 강 영갬이 폴찜 찌고 도사가 하는 말을 가마이 귀여겨 들어보이 맴속으로 겁시 나기도 하고 탈이 날까 불안해지는 기라. 우짜마 좋컸냐고 몬뗀 행사머리를 누그러뜨리며 도사에게 물었지. 이에 도사는 “글씨요. 이 마실 산세를 살피본께네 저짝 건네 산 밑으로 흐르는 낫물을 이짝으로 끄댕겨 동네 앞을 지나가게 하몬 더욱 더 큰 부재가 되것고, 건력도 있고, 학자도 나오겠읍네더”고 말했제.

    낫물을 마실 앞으로 흐르게 하몬 강 부재가 재산을 홀티리 잃고 망해뿌게 되는 지세를 본 도사가, 우서내 땅의 모냥새와 방우를 들밈시로 디비티리 말한 거지. 그럴싸하게 말을 마친 도사는 눈 깜짝할 새애 사라지고 엄서. 동네 사램들은 하로가 급한기라. 어떻기 하몬 저 낫물을 마실 짝으로 흐르게 할 것인가 곰곰이 묵고시리하였지.

    세월이 흘러 무촌리의 어느 이 씨 가문에 소자 한 사램이 났는디 부모님을 잘 섬긴다고 소문이 뜨르르했제. 나라님이 소자를 한양으로 불렀지. 한아름 상을 내린 나라님이 소자에게 소원이 있으몬 한나만 말하라 쿠더레. 소자가 아뢰기를 “우리 마실에 산 밑으로 흐르는 낫물이 있읍네더. 그 낫물을 동네 쪼우로 흐르게 해주시먼 물게기를 잡아 얼매 냉기지 안은 부모님의 여생을 게기반찬으로 대접을 할 수가 있것읍네더.”

    그질로 소자가 몇 날 며칠을 부지리 걸어서 마실에 다다르니 볼시로 물과 방천둑을 항꾸네 딱 끊어서 큰일을 시작했삔기라. 그라이께네 시방도 낫물이 널너리하게 무촌리 마실 앞으로 흐르게 됐지. 시님만 보몬 대테를 메아곤 하던 강 부재의 세도와 살림이 모돌띠리 다 망애뿔고 말았으이.

    시샘달이다.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들앉친 게울의 끝 달이고. 엄는 사램들에겐 이 게울은 더 치분 벱인기라. 여다 갖가지 물건 값이 올매나 올랐삣는지…. 전해오는 엣날 이바구가 지끔의 우리들에게 우떤 교훈을 냄기는지 새겨봄직하다.

    손정란(수필가)


    [포준어]

    중 학대하다 망한 부자

    별스레 시주하러 오는 스님을 괴롭히다 망하게 된 설화를 옮겨 본다.

    옛날 경상우도 사봉면 무촌리(茂村里)의 한 마을에 강씨 부자가 살았다. 강 영감은 인정머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고 아주 거칠다고 소문이 날 정도였다. 거지나 스님이 시주를 얻으러 가면 시주는 주지 않고 다짜고짜로 붙잡아 머리에 대테로 메우고 쫓아버리곤 했다.

    스님들이 시주를 얻으러 가기만 하면 골탕을 먹이니까. 하룻날은 절 주지인 도사(道士)가 배낭을 짊어지고 부잣집 마당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시주하라는 염불을 했다. 그사이 사랑채에서 강 영감이 턱 나오다니 종을 부르고는, 저놈을 잡아 묶으라고 명령을 했다.

    이에 먼눈팔며 딴짓을 하던 도사가 이같이 말했다. “이 댁을 이리저리 보니까 재물은 있으나 권세가 없습니다. 부자는 권세와 돈을 함께 누려야지, 돈만 가지고는 오래 지탱하지 못합니다.”

    고약한 강 영감이 도사가 하는 말을 가만히 귀여겨 들어보니까 마음속으로 겁이 나기도 하고 탈이 날까 불안해지는지라, 어찌했으면 좋겠느냐고 못된 성질을 누그러뜨리며 도사에게 물었다. 이에 도사는 “글쎄요. 이 마을 산세를 보아하니까 저 건너 산 밑으로 흐르는 냇물을 이쪽으로 끌어당겨 동네 앞으로 지나가게 하면 더욱더 큰 부자가 되겠고, 권세도 있고 학자도 나오겠습니다”고 말했다.

    냇물을 마을 쪽으로 흐르게 하면 강 부자가 재산을 모두 잃고 망하게 되는 지세를 본 도사가 그렇게 말한 것이다. 아주 근엄하게 말을 마친 도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없었다. 도사가 그런 말을 남기고 간 뒤부터 냇물을 마을 쪽으로 어떻게 흐르게 할 수 있을지는 강 영감과 동네 사람들의 숙원이 되었다.

    그러고 세월이 흘러 무촌리의 어느 이 씨 가문에 효자 한 사람이 났다. 왕은 널리 퍼진 소문을 듣고 그 효자에게 상을 주려고 친히 한양으로 불렀다. 후하게 상을 내린 왕이 효자에게 소원이 있으면 하나만 말하라고 묻게 되었다. 동네 사람들의 오랜 소망이었던 냇물이 생각난 효자가 아뢰기를, “우리 마을에 산 밑으로 흐르는 냇물이 있습니다. 그 냇물을 동네 앞으로 흐르게 해주시면 물고기를 잡아 얼마 남지 않은 부모님의 여생을 고기반찬으로 대접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효자가 몇 날 며칠을 걸어서 마을에 도착해보니 벌써 물과 냇둑을 딱 끊어서 동네 앞으로 흐르는 공사를 시작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고 나서 냇물이 지금의 신작로인, 무촌리 마을 앞으로 흐르게 됐다. 이곳에는 스님만 보면 골탕을 주던 강 부자의 세도와 살림은 다 망하고 말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2월 시샘달이다. 잎샘추위가 꽃샘추위가 들이닥친 겨울의 끝 달. 없는 사람들에겐 이 겨울이 더 추운 법이다. 여기다 온갖 물건 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전해오는 옛날 이야기가 지금의 우리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지 새겨볼만하다.


    ※경남 사투리로 적힌 손정란 수필가의 칼럼을 깊게 탐독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에 지면에는 사투리로 적은 칼럼을 게재하고, 별도로 표준어로 된 칼럼을 경남신문 홈페이지(knnews.co.kr)와 페이스북(경남신문)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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