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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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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디카시에 대한 고찰- 서형국(시인)

  • 기사입력 : 2023-02-02 19: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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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득 키치(kitsch)와 예술성을 생각해 본다. 키치는 저급함을 뜻하는 독일 말이다. 이런 의미를 내포한 키치가 음악 또는 미술, 패션 등의 영역으로 스며들어 대중 예술로 인정받는 시대가 왔고 한 예로 그라피티가 있다.

    그라피티는 회화와 힙합이 결합해 1980년대부터 그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최근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폐허가된 외벽에 뱅크시가 남긴 작품들이 도난당할뻔했다는 기사를 읽었고 그 벽화는 엔화로 3000만엔의 가치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렇듯 키치는 더 이상 본 뜻인 저속함에 묶여있지 않고 사회 각 층에서 대중에게 영향을 뻗치고 있는 중이다.

    이런 현상이 한국의 문학에도 나타나고 있는데 최근 몇 년간 활발하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디카시’라는 갈래가 그렇다. 경남 고성에서 이상옥 시인과 지자체의 후원으로 출현한 디카시는 현재 많은 문예지에서 코너를 신설했고 문학상을 제정하는 등 문학장르에서 독자적인 갈래로 인정받기 위해 행보를 넓혀가는 중이다.

    처음엔 디카시라는 말을 듣고 몇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첫째는 갈래명이다. 디카시의 정의를 들여다보면 디지털카메라에 순간 포착된 시적 형상을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멀티 詩라고 되어있는데 그렇다면 디지털카메라의 약자인 ‘디카’라는 기계적 명칭을 부여할 것이 아니라 순간 포착된 시적 형상이란 의미를 내포한 다른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는 전문성이다. 디카시에 적용된 사진은 전문 작가들의 작품과 비교해 그 전문성이 확연히 떨어진다. 그리고 적용된 시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진을 뒷받침하는 문장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걸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그라피티는 회화와 음악이라는 개성 뚜렷한 전문성이 결합해 독자적 형태의 예술로 탄생한 반면 디카시는 사진과 시의 결합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아마추어적 현상들의 콜라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셋째는 동기성이다. 시는 언어 예술이고 작가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문장으로 오감과 현상을 표현하는 어휘 예술이기도 하다. 실제 습작도들에겐 디카시의 정의 중 일부인 순간포착을 재료로 창작을 하고 이것을 필수과정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니 과정에서 새로운 개성 없이 결합된 사진과 시는 대중에게 어떤 갈래로도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의문점들을 뒤로하고 디카시를 전문적인 예술적 견해에서 벗어나 문화적인 측면으로 바라본다면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바로 그 나라의 ‘놀이’ 문화이다. 실제 어느 언론에서 디카시란 ‘SNS로 소통하는 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시(詩)’ 놀이’라고 정의했다.

    놀이는 곧 문화이고 문화는 정착이라는 시간적 과제를 안고 있지만 시(詩)를 놀이로 삼는 문화라니 생각만 해도 아름답지 않은가. 유럽에는 대학 이전의 과정에서 이미 철학을 배우고 대통령이 시인인 나라가 있다. 그러니 어렵지 않게 시에 접근하고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디카시 문화는 전 국민이 숨겼던 예술적 감각을 표출하는 데에도 기여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생각으로 본 내용을 갈무리한다.

    서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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