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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작은도서관- 주재옥(편집부 기자)

  • 기사입력 : 2022-12-28 19: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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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가 이상철씨는 2003년 교통사고로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딸을 잃었다. 살아생전 책을 좋아했던 딸을 그리워하며 도서관 짓는 데 재산 50억원을 기부했다. 그는 “도서관에 딸의 이름을 붙여 달라”고 했다. 2005년 이진아씨의 생일에 맞춰 서울 서대문구에 이진아기념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구립도서관인데도 한 달에 5만명 이상 이용한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국내 공공도서관의 모범이 됐다.

    ▼시리아 외곽에 위치한 다라야는 내전으로 고립되는 와중에도 폐허에서 책을 찾아내 지하에 비밀 도서관을 만들었다. 다라야 주민들은 ‘종이로 된 요새’에서 책을 읽고 강의를 열었다. 하지만 2016년 정부군에 포위되면서 주민들은 도시를 떠나야 했고, 도서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이 됐다. 당시 도서관을 운영했던 오마르는 “독서는 생존 본능이자 생명 유지가 필요한 행위였다”라고 회고했다. 전쟁터에서 도서관은 생명과도 같은 곳이었다.

    ▼핀란드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삶 자체다. 인구의 70%가 도서관에서 3㎞ 이내 살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도서관 버스다. 핀란드는 1913년부터 도서관 버스로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장소로 찾아간다. 2018년 기준, 핀란드 국민의 35% 이상인 200만여명이 도서관 버스에서 책을 대출했다. 가장 좋은 도서관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이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입법예고한 ‘도서관법 시행령 전부개정안’에 사립 작은도서관이 제외되면서, 민간단체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반대 서명운동이 전개됐다. 이들은 “동네 도서관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건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을 쓴 수전 올리언은 말했다. “우리 영혼에는 각자의 경험이 새겨진 책들이 들어있다. 개인의 의식은 한 사람이 살아낸 삶의 도서관”이라고. 도서관이 살아 있어야 삶도 살아 숨 쉰다.

    주재옥(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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