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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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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한 해 끝자락-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2-12-12 19: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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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해 끝자락이다. 새해 첫날 해맞이의 찬란한 감흥은 기억의 편린(片鱗)으로 흩어졌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잉태한 기대는 세파에 부대끼며 시나브로 사그라졌다. 무심히 흐른 시간은 환호보다 긴 한숨을 켜켜이 쌓았다. 지난날은 아쉬움과 회한으로 점철한다. 열망이 꺾일 때마다 좌절감은 배가한다. 실망의 무게는 기대치에 비례해 영혼을 짓누른다. 욕망의 소진은 정서적 피폐와 무기력을 동반한다. 미완의 인생길은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쉼 없이 이어진다.

    ▼무한경쟁 사회는 상대를 짓밟고 올라가도록 설계됐다. 고대 철학자 세네카는 “우리는 나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나쁜 사람들이다”고 했다. 삶의 여정은 험난하다. 자의적으로 재단한 더 나쁜 사람들과 아귀다툼하는 지난(至難)한 가시밭길이다.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붙들고 끊임없이 심신을 채근한다. 희망엔 좌절이란 혹독한 담보가 뒤따른다. 실패는 분노를 부르고 존재를 침식한다.

    ▼아무런 연습 없이 주어진 삶은 실패의 연속이다. 좌절은 가냘픈 영혼을 침몰시키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회복탄력성을 길러야 나아갈 수 있다. 파도처럼 넘실대는 좌절을 의연하게 끌어안아야 한다. 빈센트 반 고흐는 860점의 유화를 그렸지만, 생전에 딱 한 점밖에 팔지 못했다. ‘실패한’ 그림들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이 됐다.

    ▼이맘 때면 새해에는 실패를 만회한다는 기대감이 충만하다. 쌓인 눈을 뚫고 얼굴을 내밀 노란 복수초처럼 희망은 피어난다. 무지갯빛 욕망은 잠시나마 잠재의식을 위로하는 즐거운 공상과 다름없다. 미래가 행복을 안겨줄 것이란 막연한 기대는 또 다른 좌절을 향한 손짓이다. “말하는 사이에도 우리를 시샘하는 세월은 흘러간다. 내일은 믿지 말라. 오늘을 즐겨라.”(호라티우스. ‘카르페디엠’) 하루하루가 새날이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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