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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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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음주 수면 후 갑작스러운 손발 풀림

심재선 (창원한마음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12-12 08: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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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술자리 약속이 하나둘 생겨난다. 들뜬 분위기를 만끽하다 보면 술에 취한 채 잘못된 자세로 잠이 드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다음 날 아침에 손목이나 발목에 힘이 없어서 들어 올릴 수가 없는 상태가 된다. 이러한 증상에 깜짝 놀라서 병원으로 달려오는 환자들을 자주 본다.

    이렇게 손목을 들어올릴 수 없는 경우는 주로 요골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를 머리로 누르고 잤다가 신경이 압박을 받아서 제기능을 못하게 됨으로써 발생한다. 이를 ‘요골신경마비’라고 한다.

    주로 요골 신경이 지나가는 겨드랑이 안쪽이나 상완부의 삼두근 또는 팔꿈치 바깥쪽이 눌렸을 경우에 발생하며, 연인에게 팔 베개를 해주다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뜻에서 토요일 밤의 마비(Saturday night palsy) 또는 신혼여행 마비(honeymoon palsy)라고도 부른다. 높은 압력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신경마비가 오는 대표적인 경우다.

    요골신경마비는 팔에 생기는 질환 중에서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손목이 아래로 쳐지고 손등을 위로 들어올릴 수 없으며, 엄지 및 검지 손가락의 손등 부분에 저릿한 감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발생한 요골신경마비는 심한 신경 손상을 동반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신경 손상 부위에 대한 전기자극치료와 열전기치료를 며칠간 꾸준히 시행하는 것만으로도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증상이 요골신경마비에 의한 것이 맞는지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손에 힘이 없다고 해서 전부 요골신경마비라고 진단할 수 없다. 경추의 디스크로 인한 신경뿌리병증이나 뇌경색, 뇌출혈 같은 중증 질환에서도 손목 등의 근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재활의학과를 방문하여 근전도 검사를 시행해봐야 한다.

    근전도 검사는 말초신경의 이상 여부를 알아보는 검사로서 어떠한 신경에 문제가 있으며, 신경 손상이 있다면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그리고 어떠한 위치에서 손상이 발생하였는지를 알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전기자극치료를 할 때 치료의 범위를 판단할 수 있고, 예후까지 예측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잠자는 자세로 인해 자주 눌리는 신경은 상지에서는 척골신경, 하지에서는 비골신경이 있다.

    척골신경마비에서는 손가락의 힘이 빠지거나, 네다섯 번째 손가락의 저림과 감각 저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비골신경마비에서는 발목이 아래로 쳐져서 걸을 수가 없고, 발등의 저림과 감각 저하가 주요 증상이다. 이 역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재활의학과를 방문하여 근전도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러한 신경마비를 예방하려면 음주 후 오랜 시간 동안 같은 자세로 잠을 자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팔꿈치나 무릎의 바깥쪽 등 자주 눌리는 부분에는 푹신한 베개를 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수면하는 자세를 교정해야 하고, 더욱 세밀한 교정이 필요한 경우 팔꿈치에 스플린트나 보조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신경 회복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약물을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진단을 받으면 적절한 치료와 예방을 통해 만성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심재선(창원한마음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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