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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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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를 보고 (179)

  • 기사입력 : 2022-12-07 08: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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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 해째 이어지고 있는 ‘맞춤 토박이말’을 봐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먼저 올립니다. 여러분께서 함께 마음을 써 주시고 힘과 슬기를 보태주셨기 때문에 토박이말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제가 여러 해 동안 이곳에서 토박이말을 어릴 때부터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 바 있기 때문에 다들 잘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게다가 지난 8월 끝무렵에 나온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시안에 ‘토박이말’ 관련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보고 100 여개 모임이 함께 뜻을 모아 바라는 말씀(건의문)을 올리고 함께 뜻을 밝히는 글(성명서)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보람이 있었는지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행정예고 안에는 ‘토박이말’ 관련 내용이 들어가긴 했습니다. 하지만 따로 성취기준을 마련해 준 것이 아니라 5-6학년군 문법 영역 성취기준의 한 부분으로 들어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안 들어간 것보다는 낫지만 ‘토박이말’이 아니라 ‘고유어’라는 말로 들어가 있어 또 다른 풀거리(문제)가 되고 있다는 말씀과 함께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담아 교육부에 검토 의견서를 내기도 했지만 다시 말씀을 드리는 것은 교육과정에 ‘고유어’가 아닌 ‘토박이말’을 쓰도록 하고 토박이말 관련 성취기준을 제대로 마련하도록 부추기는 데 여러분의 힘을 모으고자 함입니다.

    지난 2009개정 교육과정 때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만큼은 ‘고유어’말고 ‘토박이말’을 쓰자고 해서 그렇게 했었습니다. 그건 바로 교육과정 총론의 초등학교 교육의 성격에도 나오듯이 초등학교 교육은 기초, 기본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학자들이 쓰는 전문 학술 용어보다는 나날살이(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말을 먼저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009개정 교육과정 그때(당시) 초등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이 “ ‘고유어’라는 말이 ‘고유어’가 아닌데 우리보고 어떤 말을 배워 쓰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어른들을 꼬집었었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토박이말’을 먼저 알고 그것과 비슷한 뜻을 가진 ‘고유어’라는 말을 알게 하는 것이 낱말을 배우는 차례에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스무 해 넘게 토박이말을 가르쳐 보니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나름대로 배우고 익힌 말이 굳어져 새로운 토박이말을 낯설어하고 어려워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될 수 있는 대로 저학년부터 여러 가지 토박이말을 자주 만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토박이말’ 관련 성취기준을 따로 내세우기 어렵다면 영역별로 관련이 있는 성취기준에 ‘토박이말’을 넣어 자주 듣고 말하고 읽고 쓸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9 개정 때 1-2학년군에 토박이말이 들어가 있었던 까닭도 그와 같으니 적어도 2009 개정 때 만큼이라도 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2학년부터 여러 가지 토박이말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해 주고 3-4학년에서는 토박이말과 한글을 함께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길러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글자만 우리 고유의 글자인 것이 아니라 우리말에도 고유의 말이 있고 그것이 토박이말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말과 글을 함께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징검다리 구실을 할 수 있는 성취기준이 있어야 5-6학년군에 일부에라도 들어간 ‘토박이말’이 제대로 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무 해 넘게 현장에서 토박이말을 가르쳐 본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공청회 때 ‘국어과에서 토박이말을 챙겨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마땅하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하셨던 연구진들의 말씀이 거짓이 아님을 보여 주시는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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