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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명작- 주재옥(편집부 기자)

  • 기사입력 : 2022-12-05 19: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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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르셀 뒤샹(1887~1967)은 1917년 뉴욕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 남성용 변기를 출품했다. 이를 둘러싼 논란은 분분했다. 아름다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칙칙한 변기였으니 그 누구도 미술작품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일상용품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한 뒤샹의 발상은 훗날 미술의 지위를 끌어올리고, 예술과 현실의 경계를 허문 상징적 계기가 됐다.

    ▼김환기는 화가이면서 유명한 백자 컬렉터였다. 그는 백자를 수집하면서 백자의 미학을 그림으로 구현했다. 그림을 보면 백자가 달인 듯, 달이 백자인 듯하다. 김환기가 백자 항아리를 달과 연결시켰기 때문이다. ‘백자 달항아리’라는 새로운 명칭은 백자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달항아리와 같은 실용품이 미술품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건, 김환기처럼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아름다움을 새롭게 인식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손기정은 1936년 독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당시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는 그리스 유물을 부상으로 받았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아마추어 선수에게 줄 수 없다”며 부상인 투구를 전달하지 않았다. 베를린 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투구는 50년 만에 주인의 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투구를 다시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개인의 기증이 공공예술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최근 경남도립미술관이 공개한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영원한 유산’이란 이름을 내건 전시는 한 달 만에 2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건희 회장은 살아생전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말했다. 명작은 ‘공공의 가치’가 살아날 때 빛난다. 이건희가 후대를 위해 기증한 문화자산처럼, 사람이 남긴 예술의 향기는 깊고 진하다. 미술관을 둘러보자. 이름만 들어도 설렐 명작들이 기다리고 있다.

    주재옥(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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