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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메타버스에서 거리두기- 김대군(경상국립대 윤리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12-04 19: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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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1월 28일 메타버스 윤리원칙을 발표했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공간을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해진 말이다. 주로 인터넷 속에서 접하게 되는 가상공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도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고, 인종차별, 성차별, 성추행, 디지털 사기 등이 빈번해지자 여기에도 윤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메타버스 윤리원칙을 정부가 더 늦기 전에 내놓은 것이다.

    코로나 19 감염병 확산으로 대면보다 비대면을 권장하는 동안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비대면 서비스로 빠르게 성장했다. 메타버스에서 이용자들은 현실공간이 반영된 가상세계를 탐험할 수 있게 되었다. 메타버스 속의 사무실에 출근을 하고, 게임, 쇼핑, 학술대회, 친목모임 등 일과 여가생활을 하게 되면서 메타버서에서도 아바타들 간의 관계 윤리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메타버스에는 현실공간의 몸이 확장되어 정서와 감각을 연결한 이용자들의 아바타가 이미지로 활동하고 있다. 가상현실은 본질적으로 마음과 몸이 가상경험을 실제와 같이하는 목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어떤 면에서 생리적, 심리적 반응은 마치 현실에서 일어난 일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메타버스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그 굴욕감이 현실공간에서 피해와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아바타의 가슴을 문지르고 가랑이를 더듬었던 경험을 당한 한 여성은 자신이 가상현실 속에 있고, 아바타에 대한 침해였는데도 현실에서 성추행을 당하는 것처럼 고통의 눈물이 흘렀다고 한다. 현실의 자아가 사이버 자아로 확장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메타버스 윤리원칙은 온전한 자아·안전한 경험·지속가능한 번영이라는 3대 지향가치와 진정성·자율성·호혜성·사생활 존중·공정성·개인정보보호·포용성·책임성의 8대 실천원칙으로 구성됐다. 메타버스가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리 잡아가도록 지향가치를 제시하고, 기존의 윤리원칙들을 바탕으로 해서 가이드라인으로 8대 실천원칙을 연결한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 윤리원칙을 실천해야 하는 주체는 크게 보면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 운영하는 조직과 메타버스에서 욕망을 실현하는 개인들로 나눠볼 수 있겠다. 그런데 조직의 구성원들이 도덕적이라 하더라도 조직은 메타버스에서도 이익 극대화에 매몰될 것이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윤리원칙을 실천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개인들은 도덕적이고자 하면 도덕적일 수 있는 존재이다.

    정부가 발표한 윤리원칙들을 메타버스에서 개인들이 실천하는 길은 거리두기에서 시작될 수 있다. 현실공간에서 코로나19 감염병 전파 시기에 경험했듯이 거리두기는 감염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개인을 보호하는 에티켓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메타버스가 안전지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현실공간처럼 거리두기를 규범으로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이제는 메타버스에서 모임에 참여하거나 박람회를 둘러볼 때도 익명의 아바타들과 스쳐 지나가고 교류하기도 하는 등 현실공간과 다르지 않다. 현실공간에서 1m 내외의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상대방의 경계권을 보호하는 것이듯이 메타버스에서도 아바타들 간에 일정거리를 둬야 몸을 보호받고 정서적 안정감을 얻게 된다. 기술적으로 가까이 모이는 것이 가능할 경우에도 아바타의 몸동작과 언행에 있어서 1m 거리두기를 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에티켓이라 생각된다.

    물론 메타버스에서 비윤리적 문제가 개인의 행동에 의해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 플랫폼 창작과 운영 주체들의 윤리원칙 준수가 먼저다. 유해 콘텐츠 노출과 유통, 개인정보 수집, 메타버스에서의 불평등 문제 등 개인의 도덕적 실천을 요구하기 전에 제도, 정책, 구조의 도덕성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김대군(경상국립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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