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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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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은혜미용실3- 신애리

  • 기사입력 : 2022-12-01 08: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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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부터 돌산도

    댓바람이 솔잖다


    소금 밴 눈꽃 머리

    이고 진 팔십년도


    꼼꼼히

    말아주게나

    너울진 물길까지


    ☞돌산도에 가면 은혜미용실이 있다. 돌산도는 대한민국에서 열 번째로 큰 섬이다. 여수에서 돌산대교, 거북선대교로 육지와 이어져 있으나,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풀리지 않고 오래 지속되는 뽀글이파마를 해주는 은혜미용실이 있다. 첫배 타고 돌산도로 나와 원장님보다 먼저 미용실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는 섬할머니들, 팔십 년 남짓 머리에 이고 진 소금물이 밴 백발의 머리카락도 수줍은 여인으로 만들어주는 신의 손을 가진 원장님, 머리모양만으로 아줌마파마임을 단번에 알 수 있지만 뱃일을 따라나서고 개펄에서 일을 할 때도 살아온 세월만큼 물결치는 머리카락은 아직 여자라고 말을 한다. 은혜미용실은 남도 할머니들의 성지이다.

    시인의 은혜미용실 연작시 5편중에서 한 편을 골라본다. 시인은 2007년 진주 촉석초등학교에서 5학년 학생들과 시작으로 ‘선생님과 함께 가는 시조여행’(2007~2021) 제목의 시조집 14권을 펴냈다. “우리 것을 사랑하는 어린이, 한글을 더욱 아름답게 우리글 시조를 쓰는 어린이를 육성하는 것이 내 교육의 목표”라며 교사가 천직이라 했었다. 퇴직 후 여행하며 돌산도의 갯바람까지 굽이굽이 파마중인 은혜미용실을 만났다.

    시인이 걸어온 길에서 사람냄새가 나고 아름다움에 공감하는 고운 품성을 느끼게 된다. -옥영숙(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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