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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7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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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완장- 김종민(정치여론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2-11-30 19: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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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장’은 신분이나 지위 따위를 나타내기 위해 팔에 두르는 표장(標章)을 말한다. 내 기억 속 첫 완장은 초등학교 때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며 맡았던 ‘주번’을 할 때였다. 어질러진 교실을 청소하고 친구들이 마실 물을 떠 놓고 수업 후 칠판의 분필 메모를 지우던 별 대단치 않았던 일을 했지만 왠지 주번 완장을 차고 있으면 어깨가 으쓱하고 뿌듯했다. 아마 맡았던 책임을 다한다는 소명의식에서 비롯된 것 같다.

    ▼또 다른 기억 속 완장은 그로부터 10여년쯤 후 TV 드라마에서 본 완장이다. 어느 시골 양어장의 주인이 껄렁한 동네 청년에게 채워준 노란색 완장이 조그만 마을의 절대적 권력처럼 변해, 완장을 찬 청년이 양어장 관리인이라는 임무를 넘어 온 동네 사람들의 일에 참견하고 행패를 부렸다. 작디작은 권력을 믿고 온갖 패악을 일삼던 주인공의 완장은 어릴 적 마음속 교훈으로 남아 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완장이 눈에 띈다. 우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손흥민의 팔에 채워져 있는 주장완장이다. 부상을 입은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경기하기 불편한 마스크를 쓰고서도 승리를 위해 고군분투 뛰고 구르는 그의 모습에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다. 자꾸만 흘러내리는 완장이 불편했던지 손에 잡고, 땀에 절어가는 마스크를 고쳐 쓰며 투혼을 발휘한 그의 완장이 참 대견하다 느꼈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모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완장을 차고 있다. 사장완장, 의원완장, 선배완장, 아빠완장 등등. 양어장 관리인의 완장처럼 자신의 조그만 권력에 우쭐해 사람들을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고 괴롭히는 데 쓰이기도 하고, 손흥민의 완장처럼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팀을 위해 헌신하는 데 쓰이는 경우도 있다. 만약 우리 팔에도 어떤 완장이 채워져 있다면, 그 관리인의 완장과 손흥민의 완장 중 우리는 어떤 완장을 차고 있을지 생각해볼 일이다.

    김종민(정치여론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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