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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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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국민연금 69만원- 이명용(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22-11-29 19: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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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변에 의외로 조기연금을 수령하는 분들이 많다. 조기노령연금은 정상 수급 연령의 5년 전부터 수령이 가능하며 1년마다 6%, 최대 5년 일찍 수급 시 최대 30% 감액된 지급률을 적용해 지급받게 된다.

    국민연금 조기수령자(조기 노령연금)들도 연금을 늦게 타면 탈수록 유리하다는 걸 알지만 그걸 결행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당장 생활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 죽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다.

    연금 조기수령자의 결정에는 이 같은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깊은 철학적 인생관이 관여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현재가 중요하고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만 60살이 되어 이제 막 은퇴한 사람은 사실 젊다. 이들 중 건강 관리를 잘 한 사람은 청춘 못지 않은 외관과 체력을 자랑한다. 100세 시대라지만 노년층을 찬찬히 관찰해 보면 건강 나이는 은퇴 후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들은 말한다.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을 때 맛난 거 먹고 여행하고 즐겨야 한다고. 반면, 연금 수령시기를 늦추는 사람(연기연금)도 더러 있다. 더 많은 연금을 타기 위해서이다. 이들은 보다 풍요로운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저당잡히는 일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국민연금 이자율이 사적연금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효용이 있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실제 이 제도는 연기연금신청을 통해 수령시기를 늦춰 연금액은 늘리는 것으로, 1년 미루면 7.5%. 최대 5년까지 연기할 수 있으므로 36%를 더 받을 수 있다. 이들은 말한다. 나이 들어서도 일을 갖지 않으면 더 빨리 늙고 고독해진다고. 두 관점 가운데 누가 옳은지 알 수 없다. 각자의 형편과 가치관에 따라 조기 연금을 받든 연기 연금을 받을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나이에 국민연금을 받을 것이다.

    다만 이 모든 이야기의 핵심은 불안한 노후를 어떻게 대비할지이다. 풍요롭고 슬기로운 노년생활을 보내고자 하는 노년의 소망은 똑같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 놓지 못하는 고령층’… ‘연금 고작 월 평균 69만원’… 어느 신문이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분석한 기사의 제목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55세부터 79세 사이의 고령층이 월 평균 69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 90만원, 여성 46만원이다.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의 생활은 아직 어렵다.

    조사에 따르면 55~79세의 58.1% 취업 상태이며, 10명 중 7명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현재 30만원인 기초연금을 내년 초에 물가 등과 연동해 32만2000원으로 올리고 임기 내 40만원까지 순차적으로 올린다고 공약했다.

    야당에서도 비슷한 공약을 내걸었고 최근 민주당 한 의원은 내년까지 40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내놨다. 속도에 차이는 있겠으나 대세는 이렇게 갈 것 같다.

    모든 노인의 바람은 한 가지다. 늙어서까지 힘들게 일해야 할 정도로 가난하지 않고, 병들어 고독하게 죽고 싶지 않다. 재정부담이 있더라도 이런 걸 현명하게 해결하는 나라가 선진국 아닐까.

    이명용(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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