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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n번방은 끝나지 않았다- 김유순(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장)

  • 기사입력 : 2022-11-22 19: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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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 추적단 불꽃에 의해 외부에 알려진 이후 대한민국 전체가 그 끔찍한 실상 앞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 일로 인해 우리 사회는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동안 사건을 신고하려고 해도 법적으로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말만을 되풀이해서 듣다가 경찰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없는지 관심을 보이며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2020년 n번방 사건이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지 이제 겨우 2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올해 8월 미성년자를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고 이를 유포한 ‘엘’ 사건과 관련해, 가담자 3명이 구속 송치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들은 마치 추적단 불꽃이나 여성인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뒤, 이들에게 성 착취물을 찍도록 강요하고 협박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일은 외부에 크게 알려진 바 없다.

    우리는 n번방 사건이 이후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과 문제점을 짚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말해왔다. 하지만 그새 무감각해진 것일까.

    얼마 전 여성가족부가 디지털성범죄 예방 예산에 편성된 1억원을 0원으로 예산 삭감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윤석열 정부에서 5대 폭력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국가가 피해자를 보호·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오히려 주무부처에서는 관련 예산 확보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올해 우리 상담소에서 만난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통해 성착취당하거나, 성착취 이후 불법 촬영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해왔다. 청소년들이 피해에 노출된 이후에는 심리적 혼란과 두려움으로 우울감에 시달리거나 자해를 하며 불안을 극복하려는 이상행동을 보이곤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것인가. 무슨 사건이 일어나면 사후약방문처럼 많은 해결책을 쏟아내지만 얼마의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여전히 디지털성범죄는 우리 주변에서 위협으로 도사리고 있고 그 위협은 성인, 아동, 청소년 등 대상 구분이 없다. 우리가 무관심할 때 우리의 미래가 될 아이들이 위험하다.

    김유순(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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