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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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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 기사입력 : 2022-11-20 19: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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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교체하는 사업과 관련해 국가보조금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돼 해경이 수사에 나섰다.

    현재 해양수산부는 양식장에 사용하는 스티로폼 부표를 오는 2025년까지 친환경 부표로 전량 교체하는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어업인들이 친환경 부표를 설치하면 구매 대금의 70%(국비 35%, 도비 10.5%, 시비 24.5%)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어업인은 30%만 부담하면 된다. 해경은 이 과정에서 친환경 부표 생산업체인 A사가 자사 제품을 구입한 어민에게 부표 구입대금 중 일부를 되돌려 준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A사와 어업인들은 “친환경 부표를 살 때 나중에 폐기할 것을 대비해 이를 다시 수거해 가는 비용을 미리 받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해경은 이를 일명 ‘백마진’ 형태로 어민의 자부담 비용을 줄여 준 것으로 보고 있다. A사와 거래해 해경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양식어민들만 100명이 넘고 이들 중에는 모 수협 조합장 등 수산업계의 주요 인사들도 다수 포함됐다니 놀랄 일이다.

    어렸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스티로폼 부표가 나오기 이전에는 동그랗고 푸른색의 유리부표를 사용했던 것 같다. 이후 무겁고 깨지기 쉬운 유리부표를 대신해 스티로폼 부표가 등장했다. 가벼운 데다 가격까지 싼 스티로폼 부표는 순식간에 바다를 점령했다. 그러나 편리할 것만 같던 스티로폼 부표는 가루로 부서져 바다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의미에서 친환경 부표 교체사업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경남의 경우 친환경 부표 교체 사업을 통해 200만 개의 부표를 교체했다. 여기에 투입된 사업비는 2021년 280억 원, 2022년 530억 원을 합쳐 810억 원에 이른다. 경남의 바다 전역에 깔려있는 부표가 940만 개라고 하니 앞으로도 740만 개의 부표를 더 바꿔야 한다. 부표 생산업체 입장에서 본다면 한 마디로 돈 되는 노다지 사업인 셈이다.

    돌려 말하면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도 된다. 친환경 부표를 생산하는 업체만 전국에 6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업체 간 과당경쟁을 이번 사건을 부른 원인 가운데 하나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친환경부표 교체사업을 추진하는 관련 당국의 철저한 확인과 관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보조금이 샐 구멍이 더 없는지 친환경 부표 교체 사업의 전 과정을 다시 살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론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 부응하는 어업인들의 선의의 참여도 절실하다. 공짜의 달콤함을 취하기에 앞서 보조금은 더 이상 ‘눈먼 돈’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업인 스스로가 경계했다면 이번 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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