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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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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수고하셨습니다- 옥영숙(시인)

  • 기사입력 : 2022-11-17 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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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수십만 학생들의 장래를 결정짓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제발 오늘만큼은 사건 사고 없이 무사히 자기 실력을 발휘하는 수능이길 고3 학부모 시절을 보낸 어미의 마음으로 빌어본다. 긴장된 마음을 풀어줄 포근한 날이길 기도하지만 왜 시험날은 날씨조차 갑자기 추워질까.

    지금 수능을 치는 학생들의 고교 생활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여파로 등교도 못하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아야 했으며, 학생과 학부모들은 새로운 교육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학습법을 알아보는 등 최선을 다했던 고교 시절이었다. 누구의 탓도 아닌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학창 시절, 부디 있는 실력 다 발휘해서 원하는 대학, 목표한 수학능력시험이 되길 빌어본다.

    영어영역 듣기평가를 위해 항공기 이·착륙과 포 사격 등 군사훈련도 금지하는 오늘이다. 그뿐인가. 채소 장수도 이날만큼은 조용하게 지나가고, 동네 강아지도 짖지 않고 숨죽여 뒤꿈치 들고 다녀야 한다는 말도 생겨났다.

    예전에는 수능을 끝내고 나오는 시험장 앞에서 운전학원, 헬스장 미용실 할인 전단지 등을 나눠줬는데 요즘은 취직이나 실업 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문직 학원, 공무원, 전문직 요리 학원 등에서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전단지를 뿌리고 공무원 시험 설명회를 열기도 한다.

    이제 집으로 돌아올 수험생을 기다리며 오늘 중요한 일은 자녀에 대한 믿음으로 무조건 수고했다고 안아 주는 일이다. 준비를 많이 했지만 컨디션 난조로 실력 발휘를 못했다고 느껴지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은 누구나 갖는 같은 마음일 것이다. 12년의 먼 길을 쉼 없이 걸어온 너희는 무조건 장하고 대단하다.

    저녁 뉴스를 보면 출제경향 등급구분 표준점수 분석이 나올 것이고 가채점 결과 예상 점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너무 의식할 필요는 없었으면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김연아, 류현진, 손흥민 같은 특별한 사람이 있는 반면, 일반적인 사람이 더 많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평범하고 보통 사람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화젯거리가 안 될 뿐이다. 나와 비슷한 점수대를 가진 수험생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수험생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고 의기소침해지지 말기를 바란다.

    어제도 오늘도 똑같은 24시간이 지나가지만, 이제는 한몫의 성인이 될 기점에 서 있다.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종료된 후 각종 수험생 할인행사와 혜택, 남아도는 시간으로 수능만 끝나면 뭐든 할 수 있을 거라는 보상심리가 작용한다. 그러나 호기심 가득한 세상에는 온갖 위험이 호시탐탐 도사리고 있으니 한순간의 그릇된 선택으로 평생을 후회하는 나쁜 일을 만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삶은 매 순간 새로움이다. 이제 아이들은 스무 살 청년으로 수능 성적보다 건강한 마음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하는지 그런 것을 살피는 어른이 필요하다. 의연한 모습으로 아이의 마음 깊은 곳까지 믿어주고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자랑스러운 아이, 사랑받는 아이가 맨 처음인 것이다.

    이제 처음 맞는 청춘을 위해 그 순간을 더욱 빛나게 해 줄 스무 살의 시작을 응원해야 한다. 10대의 마지막 겨울을 찬란하게, 스무 살의 첫 시작을 더욱 빛나게 할 청춘이다. 특별하고 소중한 고3의 수험생과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부모님 그리고 가족들, 학생들 곁에서 지도해주신 선생님께서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옥영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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