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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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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으로 매년 좁아진 마산만, 정어리떼 숨통 졸랐나

100여년간 개발로 40% 매립돼
해수흐름 저해 수질·수온 영향

  • 기사입력 : 2022-10-31 20: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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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마산만에 발생한 정어리 떼죽음 사건은 과거 ‘죽음의 바다’란 오명을 상기시키기 충분했다. 죽음의 원인이 ‘산소부족으로 인한 질식사’로 결론이 난 상황에서 병목처럼 좁고 긴 폐쇄형 바다 특성을 가져 상대적으로 용존산소가 부족한 마산만의 해양환경 관리는 더욱 중요해졌다.

    마산만 매립 역사를 중심으로 ‘죽음의 바다’로 불리게 된 과정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현 상황에서 물고기 떼죽음의 반복을 막기 위한 방안을 진단해본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 해양누리공원 앞 바다에서 공무원과 어민들이 죽은 정어리 떼를 수거하고 있다./경남신문DB/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 해양누리공원 앞 바다에서 공무원과 어민들이 죽은 정어리 떼를 수거하고 있다./경남신문DB/

    ◇좁은 바다에 찾아온 죽음= 과거 죽음의 바다였던 마산만에 최근 또 다시 죽음이 찾아왔다. 지난달 1일부터 마산만에서 정어리 220여t이 집단 폐사했다. 국립해양수산원은 정어리 폐사를 ‘산소부족에 의한 질식사’로 판명했다. 수과원은 마산만이 반폐쇄성 내만이라는 특징이 있는데 정어리떼가 어떠한 이유로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산소부족으로 폐사했다고 설명했다.

    임현정 수과원 남동해연구소 소장은 “부산이나 다른 연안에서도 정어리떼가 발견됐지만 폐사로 이어지진 않았다. 마산만이 유독 좁고 해수 흐름이 저조한데 다량의 물고기가 활동하면서 숨을 쉴 때 필요한 산소가 부족해져 질식사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마산만과 진해만에 대량 확인된 빈산소수괴도 반폐쇄성 해역 때문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해양수산원, 정어리 집단 폐사에
    산소부족으로 인한 질식사 결론

    해양신도시 인근 수질 가장 나빠
    데드존 빈산소수괴 곳곳에 분포
    해양생태계 위해 개발 신중해야

    ◇100여년간 마산만 40% 매립= 원래부터 반폐쇄형 해역이었던 마산만은 지난 100여년간 매립으로 40% 이상이 뭍으로 변해 더욱 좁아졌다.

    마산만은 일제강점기인 1906년 일본인 기업가에 의해 현 마산중부경찰서 앞 삼익아파트 일대가 처음 매립됐다. 이후 1944년에는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3만9000㎡의 바다가 사라졌다. 이어 1970년 봉림동 일대 수출자유지역 부지를 조성하기 위해 165만㎡가 매립되고 1978년에는 두산중공업(前 한국중공업)이 들어서면서 귀곡동 인근 326만7000㎡가 땅으로 변했다. 2006년에는 가포지구를 위해 42만㎡가량의 바다를 매웠다. 인공섬인 마산해양신도시는 바다 134만㎡ 면적에 거대한 토사가 채워지면서 만들어졌다.

    마산만의 수질은 마산수출자유지역과 창원기계공단이 들어선 1970년대부터 급격히 나빠졌다. 1975년에는 가포해수욕장의 수영이 금지되고 1981년에는 첫 적조로 10㏊너비에서 어패류가 단체로 폐사했다. 이후 2007년 마산만이 전국에서 처음 연안오염총량관리제가 추진되는 등 각계의 노력을 통해 푸른빛 바다를 되찾는 듯 했다.


    ◇매립된 마산만 수질은 유독 나빴다= 해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해안은 수질이 오염되기 쉽고 한번 오염되면 회복이 어려운 특성을 가진다. 그러나 처음부터 폐쇄형 바다이던 마산만은 매립으로 더욱 좁아지고 해수 흐름은 정체됐다. 즉, 수질이 개선되기 힘든 환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연안오염총관리제로 마산만과 진해만에 총 5개 지점을 정해 COD(화학적산소요구량) 2.1㎎/ℓ를 목표로 설정하고 관리한다. COD란 수중의 유기물을 산화제로 분해할 때 필요한 산소량을 말하며 수질의 유기물 오염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높으면 그만큼 수질이 오염됐다는 뜻이다. 3㎎ 이하면 공장용수로 쓸 수 있고 2㎎ 이하면 물놀이나 해수욕이 가능하다. 1㎎ 이하면 수영 중 물을 먹어도 신체에 이상이 없는 수준이다.

    현재 마산만은 10년 전보다 수질이 악화됐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마산·진해만 5개 지점 연평균 COD는 △2011년 1.86㎎ △2012년 2.27㎎ △2013년 1.73㎎ △2014년 1.79㎎ △2015년 1.99㎎ △2016년 2.01㎎ △2017년 2.13㎎ △2018년 2.20㎎ △2019년 1.96㎎ △2020년 2.57㎎ △2021년 2.37㎎이다. 2013년 COD 수치가 최저를 찍고 다시 올라 2020년에는 2.5㎎을 넘겼다. 특히 마산해양신도시가 위치한 마산만 1지점은 5개 지점 중 가장 수질이 나쁜 곳이다. 1지점은 연간평균 COD 수치가 단 한번도 2㎎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으며 5번은 3㎎을 초과했다.

    ◇해양 개발 신중치 않으면 ‘죽음의 바다’ 반복= 마산만 해역이 좁혀지면서 ‘죽음의 바다’로 회귀에 대한 경고가 커진다. 100여년에 걸쳐 점점 좁아진 마산만은 변환점에 놓였다. 진해신항 건설이다. 10조원가량을 들여 축구장 1000여개 규모로 마산만과 이어지는 진해만 입구를 매립해 항만을 만든다는 내용이다. 대규모 매립은 해수 흐름을 더욱 저해한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류종성 안양대학교 도시환경바이오공학부 교수는 지속적으로 마산만·진해만 개발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류 교수는 “거대한 규모로 매립이 진행돼 진해만 입구의 해수 흐름이 막힌다면 그 여파는 진해만을 지나 고스란히 마산만으로도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해양 매립이 해양생태계를 바꾸고 수질을 악화시킨다’고 강조한다. 해안선을 위주로 진행되는 매립사업은 물고기들의 먹이이자 수질정화 기능을 가진 잘피, 해조류, 염생식물 등과 갯벌지역을 파괴하고, 정체된 해수 흐름 때문에 오염물질이 잔류하며 수질을 악화시키고 표층수온이 올라가 해양의 용존산소를 감소시키는 부영양화 현상도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다의 40%가 매립되고 ‘데드존’이라 불리는 빈산소수괴가 곳곳에 분포해 있는 곳이 지금의 마산만이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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