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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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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메타버스 시대의 지식 활용 - 안상헌 (애플인문학당 대표)

  • 기사입력 : 2022-10-26 21: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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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社名)을 바꿨다. 잘 나가던 브랜드의 이름을 바꾼 이유가 무엇일까? 메타(meta)는 초월을 뜻하고 버스(verse)는 세계를 뜻한다. 현실 세계를 초월한 디지털 세계를 뜻하는 말이 메타버스다. 마크 저커버그가 사명을 바꾼 것은 미래사회에 메타버스의 중요성을 알아차리고 발 빠르게 대처하겠다는 의도였다.

    2007년은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계기가 되는 해였다.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된 해이기 때문이다. 아이폰 출시 이후 인류는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든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전화기와 인터넷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현대인의 생활을 바꾸어놓았기 때문이다. 그 중요한 변화가 디지털 세계로의 진입이었다. 우리는 발을 현실 세계에 딛고, 주된 활동은 디지털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유행은 디지털에 대한 의존을 심화시켜, 검색에서 음식 배달까지 생활의 대부분을 가상 세계에 의존하게 되었다. 게임, 쇼핑, 밴드, 인스타그램 등 우리 생활의 대부분이 디지털 가상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디지털 세계를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고,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초거대기업으로 우뚝 섰다. 세계시장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메타버스를 활용한 시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청은 메타버스를 통해 청사안내, 정책소개, 시민제안 등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대학, 병원 등에서도 활발히 진행 중이어서 게임에 치중하던 메타버스 시스템이 사회 전반에 급격히 확산될 전망이다.

    문제는 갑자기 불어닥친 변화에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메타버스로 대변되는 디저털 생태계는 누구나 정보를 찾아 이용하고 가공할 수 있는 열린 세계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세계에서는 지식 이용의 적극성과 함께 디지털 경험이 중요하다. 디지털 세상에서 정보를 찾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종이책에 의존하던 지식의 습득 방식이 화면과 영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 대처하는 자세다. 독서와 강의, 암기에 익숙한 우리에게 검색과 편집, 재가공이라는 새로운 방식은 어색할 수 있다. 일선에서는 디지털과 동영상 중심으로 교육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메타버스 세계로 급속히 이행하면서 지식의 습득과 활용 방식에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급격히 떨어진 이유도 이런 과도기적 경향으로 이해될 수 있다.

    과도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두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다는 것이다. 종이책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버릴 수 없고, 디지털 세계에 익숙하지 않기에 쉽게 뛰어들지도 못한다. 자기에게 유리한 변화는 환영하지만 불편한 변화는 거부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종이책을 강조하는 사람은 그것에 익숙한 사람이다. 메타버스 세계를 추종하는 사람은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분명해진다. 메타버스에 익숙해지는 것, 그것이다.

    종이책의 운명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니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시대가 될수록 종이책으로 대표되는 아날로그 지식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디지털 세상은 지식을 쉽게 얻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지식은 쉽게 날아가 버린다. 충분히 느끼고 체험한 깊이 있는 깨달음이 부족할 수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다. 한 번의 크고 묵직한 느낌, 휘청거리며 한참을 ‘멍’할 수밖에 없는 충격이다. 그런 충격은 디지털보다 현실에서 찾아질 가능성이 높다. 현실과 메타버스 두 세계에 다리를 걸치고 서서 무엇이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상헌 (애플인문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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