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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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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형적 창원 개발제한구역, 조정될까

도심 한복판 ‘개발 단절선’… 창원 땅 33%가 GB로 묶여

  • 기사입력 : 2022-10-11 20: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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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B)이 기형적이고 다른 지역과 비교해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오래된 얘기다. 창원의 개발제한구역은 도시 중간에 있게 됐고 ‘도시 단절선’이라는 웃지 못 할 이름도 붙여졌다. 게다가 과거 중소도시의 개발제한구역이 전면 해제될 때 창원시는 제외됐다.

    올해 지방선거 전후로 이 문제는 더욱 부각되면서 최근 창원시는 해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국회와 정부 등에서 개발제한구역 제도 변화 기조도 감지된다. 창원의 개발제한구역 실태와 개선방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더 상세한 내용은 경남신문 자매지 ‘월간경남’ 10월호에 담았다.

    창원 의창구 동읍 봉산리 일원의 그린벨트 구역. 이 일대에 용정일반산업단지 조성이 추진됐으나 그린벨트 해제가 어려워 수년째 보류된 상태이다./이솔희 VJ/
    창원 의창구 동읍 봉산리 일원의 그린벨트 구역. 이 일대에 용정일반산업단지 조성이 추진됐으나 그린벨트 해제가 어려워 수년째 보류된 상태이다./이솔희 VJ/

    창원 땅 3분의 1이 GB… “개발 여력 없다”
    행정구역면적 대비 GB비율 전국 세 번째
    과거 중소도시 GB 해제 때 창원만 제외

    ◇창원 땅 33% 개발제한구역 “개발 여력 없다”= 창원 지역에는 자연환경 보전, 군사시설 보호 등의 목적으로 1973년 6월 마산·진해권 261.7㎢에 개발제한구역이 지정됐다. 현재 창원시의 개발제한구역은 248.5㎢로 전체 행정구역(748.1㎢)의 33%를 차지한다. 창원시 자료에 따르면 전국 7개 권역의 행정구역 면적 대비 개발제한구역 비율은 대전이 56%로 가장 높았고 두 번째로는 대구(45%)로 나타났다. 창원(33%)은 중소도시임에도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개발제한구역은 환경평가 등급별로 해제가 가능한 구역과 불가능한 구역으로 나뉜다. 1~2등급은 일부 예외 사례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활용이 불가능하고 사실상 3~5등급 개발제한구역만 해제할 수 있다. 문제는 창원시의 1~2등급 개발제한구역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2016년 갱신된 창원시 개발제한구역의 1~2등급 비율은 88.1%이고 나머지 11.9%만이 개발 가능한 3~5등급 구역이다. 이는 전국 7개 권역 중 가장 낮다.



    ◇형평성·실효성·부작용 문제 내포= 창원시는 개발제한구역의 전면 해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형평성에 맞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제도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것이 개발제한구역의 중소도시 전면 해제에 창원만 쏙 빠졌다는 점이다. 산업도시 주변 보호지역이라는 명목으로 창원과 함께 지정된 여수권은 해제됐지만 창원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다음으로 개발제한구역 제도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도시 연담화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도시 연담화는 도시가 확장하면서 시가지가 인근 도시와 맞닿는 것을 뜻한다.

    창원은 도시 내에 개발 여력이 없어 개발제한구역 외곽에 신도시가 만들어지는 등 비정상적인 도시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도심과 외곽지역 둘로 나뉘어 개발되면서 △사회기반시설 중복 투자 △주민의 이동거리 증가 △탄소 중립 역행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자연 환경을 보전하고자 도입된 개발제한구역 제도가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자연을 훼손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창원권 개발제한구역이 도시 중심부에 기형적으로 위치하는 것도 문제다. 의창군 통합·통합창원시 출범으로 과거 도시 경계에 있는 개발제한구역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됐고 도시공간 구조는 단절된 형태로 만들어졌다. 분포도를 보면 개발제한구역은 창원시 주변으로 환상형으로 둘러싸고 있고 구역 외곽에는 북면 신도시, 내서 신도시, 진해 경제자유구역 등이 위치하고 있어 도시를 이원화하는 모양새이다.

    창원시가 제출한 지난 9월 국회 토론회 자료집에는 “국토법, 산지관리법, 군사시설보호법 등의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으므로 기존 제도와 법률로 도시 녹지와 특정시설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며 “과거 전면해제 된 도시권을 보면 자연훼손이나 난개발 문제가 발생한 사례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린벨트가 해제돼 복합행정타운 사업이 추진 중인 마산회원구 회성동 일원.
    그린벨트가 해제돼 복합행정타운 사업이 추진 중인 마산회원구 회성동 일원.

    창원시, 전면 해제·합리적 조정 요구
    도심 중심부에 GB 위치해 도시 공간 단절
    외곽에 신도시 형성되며 비정상적 성장

    ◇창원시 “전면해제 또는 조정 필요”= 창원시의 요구는 개발제한구역을 전면 해제해 달라는 것이다. 전면 해제가 어렵다면 개발제한구역의 합리적 조정이라도 이뤄져야 한다는 차선책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 내용은 현행 지침을 변경해 국책사업 및 지역현안사업 등 공익성이 높은 사업의 경우에는 1~2등급지를 해제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또 30만㎡ 이하 등의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시·도지사 권한으로 돼 있으나 지역 맞춤형 정책과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해 특례시장도 해제 권한을 가질 수 있게 권한확대도 병행돼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창원시의 설명이다.


    ◇제도 변화 조짐?= 이 같은 창원의 개발제한구역 문제는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 주된 의제로 거론됐고 지난 9월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도 진행되며 해제 논의가 활발하다. 앞서 지난 8월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발언을 통해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시사하기도 하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지난 9월 국회에서 김영선(국민의힘,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 서범수(국민의힘, 울산 울주군) 국회의원 주최·주관으로 열린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개발제한구역의 합리적인 관리 방안’ 토론회에서 개선방향과 관련된 구체적 논의가 이뤄졌다.

    토론회 발제자로 참석한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구역관리 방식의 전면 재검토 △대도시권 성장관리기능 강화 △지역맞춤형 관리 등을 주요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현재 7개 권역으로 설정된 개발제한구역을 유연하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균형발전·초광역권·탄소중립 등의 개념을 고려해 광역 확산 수요가 있는 지역은 1, 2등급지 대체 지정 등을 통해 성장관리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특히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9월 발표한 ‘개발제한구역 해제 관련 쟁점과 개선 방향’ 자료에서도 개발제한구역 유연화는 주요 개선 방향으로 제시돼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그 근거로 개발제한구역 해제가능총량 소진율이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는 점을 들었다. 수도권과 부산권을 제외한 나머지 권역에서는 1999년 최초 배정된 해제가능총량도 소진하지 못 하고 있다. 해제가능총량 소진율을 보면 수도권은 79.3%, 부산권은 79.9%로 나타났으나 창원권은 44.1%로 절반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부산-울산-창원권은 세 권역의 통합 관리를 통해 국가 전체적으로 해제가능총량을 유지한 상태에서 권역 간 해제가능총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다만 국가균형발전사업 등 시의성이 높고 공공성이 인정되는 국책사업에 대한 해제가능총량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창원시개발제한구역주민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5월 창원시청 앞에서 창원시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경남신문 DB/
    창원시개발제한구역주민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5월 창원시청 앞에서 창원시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경남신문 DB/

    국회서 토론회 등 열리며 개선 조짐
    “성장관리기능 강화 방향으로 바뀌어야”
    “순기능 살리고 기후위기 먼저 고려” 지적도

    ◇“순기능 간과해선 안 돼”= 창원의 개발제한구역이 기형적이라고 해도 그 순기능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가 추진한 보고서에도 개발제한구역 제도의 순기능은 최대한 살리면서 세부 조정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개발제한구역 구역 내 개발행위를 원칙적으로 제한해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이 꾸준히 늘어나는 효과도 거뒀다. 국토부가 2019년 발표한 ‘개발제한구역 기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 최초 조사 당시에는 환경평가 1·2등급지 면적이 2552.7㎢이었으나 2016년 재산정 결과 3046.4㎢로 493.7㎢ 증가했다. 또 개발제한구역이 도시 근교에 있어 여가·휴식 공간이 됐다는 것이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후변화가 현실이 된 시점에 개발제한구역의 해제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며 “창원의 개발제한구역이 기형적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세워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해제를 먼저 검토하는 것은 재고해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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