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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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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말(對話)에도 포장이 필요하다- 박금석(전 하동부군수)

  • 기사입력 : 2022-10-04 19: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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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여식을 시집보냈다. 결혼식 전에 사돈댁과 예단과 봉채를 서로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필자는 봉채를 받고서야 필자가 먼저 사돈에 보낸 예단에 ‘너무 소홀히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돈이 보내온 봉채를 받았는데 포장이 너무나 예쁘게 잘 돼 있었고, 포장 자체에 정성 또한 가득 담겨있었다. 말 그대로 감동이었다.

    내용물에 앞서 포장이 이처럼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포장은 상품의 가치를 더 높이며 받는 사람에게 많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형식, 격식 이런 단어를 멀리했는데, 포장에도 품격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이젠 협상과 타협에도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대화와 감정의 포장이 필요할 것 같다.

    외국인은 감정의 표현이 훨씬 풍부하다. 왜 그럴까. 아마 어릴 때부터의 교육과 성장 과정에서의 환경문제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사람은 긍정보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감정표현이 더 적극적이다. 대화든 협상이든 본인의 의지대로 되지 않으면 고성이 오가고 결국 분노가 폭발한다. 진작 감정표현이 필요한 고마움, 반가움, 감사함 등에는 정말로 인색하다.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고 조바심이 앞서기 때문 아닐까. 직장·정치권·노사문제, 특히 운전대를 잡으면 더 심각해진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러진 않았다. 어린애들을 보자, 아무것도 아닌 아주 단순한 얘기를 하다 온 동네가 떠나갈 듯 깔깔거리고 참새처럼 짖어댄다. 어린아이처럼 걱정과 조바심을 깨끗하게 비워보자. 마음의 짐을 훨훨 털어내 버리면 어떨까.

    보통 대화를 할 때 사람들은 현실을 그대로 이야기해 주변의 핀잔을 사기도 한다. 대화의 내용, 상대방, 분위기 등에 따라 대화의 표현이 달라질 수 있다. 좋은 분위기가 갑자기 망치기도 하고, 험악한 분위기가 웃음 바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을 표현할 때 내용을 빼고 더할 수 있는 포장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처럼 상대방에게 표현과 말할 때도 포장을 잘해 보면 어떨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특히 가족에 있어서는 더 필요하지 않을까 본다. 배우자와의 관계는 물론 부모와 자녀 간에 감정표현은 절실하다. “출장 가면 큰일이다. 당신이 해준 밥이 가장 생각나서”, “아들아, 넌 능력이 충분해, 단지 운이 없을 뿐이야, 저 회사가 너를 뽑지 않은 걸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줘”.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익어간다는 말처럼 조그마한 일에도 감정을 잘 포장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현란한 포장은 절대 금물이다. 진심이 없는 포장은 기만일 것이다. 내면의 포장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 옛말에 사람은 옛 사람이 좋고, 옷은 새 옷이 좋다는 말이 있다. 진심과 정성이 가득 찬 포장의 문화를 만들어 보자.

    박금석(전 하동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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