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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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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국화축제와 가고파- 옥영숙(시인)

  • 기사입력 : 2022-09-21 19: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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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높고 바람 좋은 가을이다. 날씨 좋고 먹을 것이 풍부한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전국 곳곳에서 다채로운 축제 행사가 예정돼 있거나 이미 열리고 있다. 그 많은 가을축제 중에 국화를 주제로 한 국화꽃 축제가 으뜸일 것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덕과 학식이 높은 사람이나 도덕적으로 완성된 인격자를 군자라 일컫는다. 식물도 특유의 장점을 살려서 사람의 인품에 비유해 사군자라 불리는 매란국죽(梅蘭菊竹)이 있다. 그중에 국화는 서리가 내리는 가을에 피기에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칭하며 서릿발 속에 외로이 지키는 절개를 높이 여겼다. 국화는 은일과 절개를 상징하며 문인들에게 예찬을 받았고 또한 장수와 복락을 상징하는 고려청자의 무늬로써 사용, 국화문은 상감청자 무늬 중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이렇듯 국화가 지닌 상징성은 다양하다.

    창원특례시 마산에서도 2000년부터 해마다 국화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창원시에서 발행한 국화축제 20년사를 살펴볼 것 같으면 2000년 제1회 마산국화축제로 시작해 제3회 때에 마산국화박람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제5회 때부터 마산 가고파국화축제로 명칭을 바꾸고 2010년 제10회부터 가고파국화축제라는 명칭을 계속 사용했으나 2019년 19회부터 마산국화축제로 바뀌었다. 개최 장소도 마산종합운동장에서 시작해서 돝섬 해상유원지를 거쳐 마산항 제1부두 그리고 마산어시장, 마산해양신도시에 이르렀다. 코로나 시국에도 드라이빙 스루 방식으로 국화축제는 자동차 관람으로 계속 개최됐다.

    창원 마산 진해 3개 시가 역사적인 통합 창원시로 출범했던 첫 해 2010년 제10회 가고파 국화축제는 명칭 문제에 대해 3개 시의 통합 의미를 살려 마산 가고파 국화축제를 가고파 국화축제로 명칭을 변경한다. 이렇듯 가고파는 국화축제의 대표성을 띠었다.

    〈가고파〉는 합포만의 상징이자 마산의 브랜드다. 노산 이은상은 작가의 실제 고향 마산 앞바다를 생각하면서 〈가고파〉 시조를 지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구구절절 자연스럽게 시조 10수에 담았다. 세상사가 힘들면 힘들수록 고향은 언제든 돌아가고픈 어머니의 품속 같은 곳이다.

    〈가고파〉 가곡이 만들어진 배경은 노산 이은상과 양주동 박사는 절친이었고 당시 평양 숭실전문학교 국어 선생님으로 2학년 국어시간에 양주동 선생이 〈가고파〉를 낭송해줬다. 작곡가의 꿈을 키우고 있던 김동진이 이 시조에 감동을 받아서 금방 연시조 10연 가운데 4연(전편)을 작곡을 해서 널리 알려졌다. 후편 6연의 작곡은 40년 후에야 완성된다. 전편을 작곡한 때는 김동진 나이 만 20세, 후편을 작곡한 때는 만 60세였다.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달한 시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고파〉는 전 국민의 애창가곡이 됐고, 그것은 고향을 떠나온 이에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고 동무들에 대한 그리움이고 동심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었다.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과 옛 동무들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들이 표현됐기에 그 애틋함으로 오래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가고파의 가치는 마산을 상징하는 홍보대사로 가고파의 고향 남쪽 바다는 가고파 오고파 보고파하는 곳이다. 사람들은 이미 노랫말에서 호감을 느끼는 가고파의 이미지에 그만한 신뢰성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마산을 찾게 되고 무의식 중에 가고파의 바다를 그리움으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가고파의 이미지는 광고하지 않아도 장기간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며 우리 가까이에 있다. 가고파초등학교, 마산가고파수산시장, 가고파꼬부랑길…. 가고파는 아름답고 정겨운 우리말이다.

    국화축제는 지방 곳곳에서 변별력 없이 개최되고 있다. 많은 국화축제 중에서 창원시를 꽃의 도시로 이미지화하고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가고파의 이미지와 가고파의 가치를 통한 문화 콘텐츠로 활성화하면 좋겠다.

    옥영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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