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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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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면제’ 요건 강화… 지역균형발전 사업 제동 걸리나

정부,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
세부 산출 근거·재원조달 방안 등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면제 가능

  • 기사입력 : 2022-09-14 20: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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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하면서 경남을 비롯한 비수도권의 지역균형발전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으로는 지역균형발전 등을 위해 국가에서 정책적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규모·사업비 등 세부 산출 근거가 있고 재원 조달, 정책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예타를 면제받도록 했다. 예타 기준을 강화해 예산 낭비를 막는다는 정부의 방침이지만, 지역의 도로나 철도, 공항 같은 균형발전 사업에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면 이용객 비중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비수도권 지역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따라서 5조원 규모의 남부내륙철도나 13조7000억원 가덕도 신공항, 그리고 1조원짜리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처럼 비용편익분석(B/C) 비율이 기준에 다소 미달해도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예타를 면제해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전망이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가운데)이 1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재정준칙 도입방안 및 예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가운데)이 1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재정준칙 도입방안 및 예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연내 관련 법령·지침 개정을 끝내고 2024년 예산안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서부경남 광역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해 남부내륙철도 조기 개통과 역세권 개발 및 연계 지역발전전략 수립을 공약했다. 또 남해~여수 해저터널, 달빛내륙철도 건설, 함양~울산 고속도로 조기 완공 등도 약속했다. 특히 광주에서 함양~거창~합천을 거쳐 대구까지 영호남을 연결하는 달빛내륙철도는 우여곡절 끝에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2021~2030년)에 반영됐지만 경제성이 매우 낮다는 치명적인 리스크를 가진 만큼 예타 면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달빛내륙철도 사업의 경제성(B/C)은 0.483으로 기준(1)에 한참 못미친다. 또한 박 지사가 공약한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 구축, U자형 교통망 구축 계획, 트라이포트 첨단 물류플랫폼 조성을 위한 진해신항과 가덕도 연계 교통망 추진 계획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더불어 김해공공의료원 건립, 의령 국어박물관 건립 등의 예타 통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행 예타면제 요건은 △문화재 복원 △국가 안보 △남북 교류 협력 △재난 복구처럼 포괄적인데 이런 요건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문화재복원을 하는데 도로공사 등에 사업비 절반 이상이 들어가면 예타를 받도록 했다. 여기에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도 사후 사업계획 적정성을 재검토하는 작업을 의무화한다. 대규모 복지 사업은 시범 사업을 우선 실시하고 본사업에 대해 예타를 진행하는 절차를 신설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임기(2017년 5월~2022년 4월) 중 149개 사업이 예타를 면제받았다. 이명박 정부(90개)와 박근혜 정부(94개)보다 훨씬 많다. 예타 면제 사업 규모도 문재인 정부는 120조1000억원으로 이명박 정부(61조1000억원)의 2배, 박근혜 정부(25조원)의 4.8배에 달했다. 정부는 이 같은 예타 면제 사업에 세금이 새고 있다고 보고, 면제 요건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한편 예타 제도는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한 사전 검증 절차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에 대해 기재부 장관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23년 만에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 사업은 예타 금액 기준을 완화할 방침이다.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에 국비 500억원 이상 투입으로 상향한다.

    이상권 기자 s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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